박완서의 말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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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가 1990년대에 한 일곱 번의 인터뷰 또는 대담을 엮은 책이다. 박완서 작가가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 마흔이 되어서야 데뷔한 사실은 알았지만, 정확한 계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박완서 작가는 결혼 후에도 한국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남성 작가들이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읽을 때마다 '이런 여자가 어딨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 여자, 현실의 여자, 살아 있는 여자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데뷔작 <나목>을 세상에 발표했다.


박완서 작가는 스스로 밝히건대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고 배운 적도 없지만 페미니즘 문학으로 분류될 만한 작품들을 썼다. 이는 작가 스스로 말한 대로 '남자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환상적으로 처리된 것에서 벗어나 실제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주체적인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나아가 작가는 말로써 "말로써 쉽게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젊은 여자들, 만만한 남자를 만나서 쉽게 평등을 이루려는 약은 여자들" (135쪽)의 생각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남자라는 것이 이미 권력인데 여자한테 몇 마디 들었다고 그 권력을 포기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 평등이 그렇게 쉬운 거라면 왜 진작에 이루지 못했을까. 그러면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부딪치라고 충고한다.


"페미니즘을 의식했다기보다는 남자들이 쓴 인기 있는 소설의 여성상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이건 남자가 원하고 바라는 여성이다 생각해서 여성의 실제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이었죠. 남자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환상적으로 처리된 것에서 벗어나 실제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주체적인 소설이 바로 페미니즘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145쪽)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페미니즘 문학이 최근에 등장한 줄 안다고 하던데, 박완서 작가의 말대로라면 '남자가 원하고 바라는 여성'이 아니라 '여성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여성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은 전부 페미니즘 문학이고, 그렇게 보면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역사는 훨씬 더 유구하다. <박완서의 말>은 박완서의 작품은 물론이고 한국의 페미니즘 문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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