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과 황금 1
키타노 에이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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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지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일랜드 대기근을 배경으로 한 만화 <괭이밥과 황금>을 읽으니, 왠지 모르게 다른 시대, 다른 세상의 일 같지 않고 지금 여기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진 건 나뿐일까.


이야기는 1849년 1월, 전례가 없는 대기근이 절정을 맞은 아일랜드의 어느 농가에서 시작된다. 대기근의 원인은 감자의 역병. 주식이 감자인 아일랜드에서 역병으로 인한 감자 수확량 감소는 심각한 기근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당시 800만이었던 아일랜드 인구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만 명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병들거나 나무껍질, 풀뿌리 등을 먹으며 연명했다.


사람들이 죽거나 떠난 들판 위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대기근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얼마 전에는 하나 남은 딸까지 잃은 남자는, 더 이상 살아갈 기력도, 의지도 바닥이 나 이대로 목숨이 거두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런 남자의 곁으로 두 사람이 다가온다. 키가 작은 사람은 주인인 아멜리아이고, 키가 큰 사람은 하인인 코너다. 두 사람은 대기근으로 집안이 망하고 가족들을 잃은 후 방랑을 하면서 근근이 살고 있다.


남자는 씩씩한 아멜리아와 순박한 코너가 마음에 들어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단호히 거절한다. 아멜리아의 목표는 어떻게든 돈을 구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향하는 배를 타는 것이다. 그곳에서 얼마 전 황금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감자 한 알 나지 않는 아일랜드 땅에서 빌빌대며 사느니 신대륙으로 가서 황금을 캐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아멜리아와 코너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고, 6개월간의 험난한 항해 끝에 미국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온갖 배척과 차별을 당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얼마 전 영화 <아이리시 맨>을 보기 전에 공부한 미국 이민사(史)가 떠올랐다. 유럽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 간에 서로 경쟁하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워낙 강해서, 이 과정에서 마피아 같은 조직폭력배가 생겨났다고 했던가.


아멜리아와 코너도 미국에 도착해 무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아멜리아의 최종 목표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로 가서 황금을 캐서 부자가 되는 것인데, 과연 그 과정이 순탄할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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