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코어 걸 3
오시키리 렌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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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집어 든 책에 푹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내게는 이 만화 <하이스코어 걸>이 그랬다. 제목만 봤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도 못하겠고 작화도 취향이 아니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자 계속 읽게 되었고 읽을수록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벌써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현재 2기 방영 중이라고. <하이스코어걸 DASH>라는 스핀오프작도 나온다는데 이 작품도 기대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1990년대 초중반의 일본이다. 야구치 하루오는 오락실에 죽치고 앉아 게임을 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인, 그 시절의 평범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다. 그런 하루오에게 평생의 라이벌이 등장한다. 같은 반의 부잣집 아가씨 오노 아키라다. 재벌 가의 영애인 아키라는 벌써부터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 아키라가 하루오는 물론 오락실의 게임 고수들을 전부 다 물리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자 하루오는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그날부터 아키라를 이기기 위해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등의 게임에 미친 듯이 몰두한다.


3권에서 하루오와 아키라는 중학교 3학년이다. 중학생인 그들은 예전처럼 학교에서 혈투를 벌이지도 않고 변변한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하루오는 아키라를 이성으로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 라이벌로만 의식하지만, 다른 남학생들은 아키라를 이성으로 의식하고 있고 몇몇은 고백하기까지 한다. 그런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고등학교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성적이 좋은 아키라는 명문고에 진학할 예정이고, 게임만 하느라 공부는 등한시한 하루오는 일반고에 겨우 들어갈 수 있을까 말까 한 실정이다. 하루오는 아키라와 같은 학교에 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게임을 끊고 공부에 몰두한다. 과연 그 결과는...?


이 만화는 90년대에 게임 좀 했다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나처럼 겜알못인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만화다. 게임밖에 모르는 덕후지만 의외로 속이 깊고 의리 있는 하루오와 평소엔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귀엽고 순진한 아키라의 조화가 재미있고, 그런 두 사람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코하루도 좋다. 아직 이성에는 관심 없고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남자 주인공과 그런 남자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두 사람이 갈등하는 관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아다치 미츠루의 <H2>나 <터치> 같은 작품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만화를 통해 90년대 초중반에 인기 있었던 대중문화를 다시금 환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주제가로 사용되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한 코무로 테츠야&시노하라 료코의 노래를 비롯해 드라마 <집 없는 아이>, 미스터 칠드런, SPITZ 등 그 시절을 풍미한 이름들이 호명되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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