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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대학 시절 '나의 역사'를 표현해보라는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그동안의 생애를 글로 써서 제출하는 건 너무 뻔하고 평범한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내가 지나온 공간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과 동네,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학교와 도서관 등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없어진 곳이나 갈 수 없는 곳은 옛날 사진으로 대체했다)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결과는 물론 A+였다. ^^
새삼스럽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건, 그때 내가 떠올린 발상과 이 책의 콘셉트가(정확히는 콘셉트'만')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건축가 유현준이 어린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정 기간 동안 살았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공간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형식의 에세이집이다. 각 장마다 저자의 유년 시절 사진은 물론 건축가가 된 이후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전문가 수준의 사진들이 실려 있어 한 권의 사진집 또는 포트폴리오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사진마다 짧은 에세이가 곁들여 있어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어린이회관'에 관한 추억담이다. 구의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매주 토요일마다 형과 함께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회관으로 놀러 갔다. 코스는 매번 같았다. 과학관에 있는 신기한 기구들을 전부 만지며 논 다음에는 지하 식당에서 오므라이스를 먹고 전자오락실에서 놀았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저자는 두 아들을 데리고 어린이회관에 갔다. 두 아들에게도 좋은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시 찾은 어린이회관은 저자가 형과 손을 잡고 놀러 왔던 1970년대 그때의 모습과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버려진 놀이동산'과 다름없는 모습에 두 아들은 실망했고 저자 역시 큰 슬픔을 느꼈다.
서울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특별하게 느낄 만한 이야기가 이 책에는 많이 있다. 한강시민공원, 양재천, 정동길, 성수동, 인왕산 수성계곡, 서울역 계단, 남대문교회, 송파 뚝방길, 도산공원, 커미스미스 홍대점, 덕수궁, 낙산 성곽길, 익선동, 경인미술관,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등 서울의 이곳저곳에 관한 글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공간들을 건축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는 지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저자가 자신이 지나온 별자리를 돌아본 것처럼, 나도 내가 지나온 나의 별자리를 돌아보고픈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