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안녕하시다 1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란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하다. 단순한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 아닐까. 성석제의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는 부유한 할머니를 둔 덕에 걱정 없이 지내다 우연히 어린 세자와 의형제를 맺는 바람에 역사의 풍랑에 휘말리게 된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의 아버지는 북벌 운동한다고 임경업 장군을 따라나섰(다는 소문이 있)고, '나'의 어머니는 남편이 떠난 후 십 년 넘게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이후 '나'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는데, 이 할머니가 조선 제일의 기생집을 운영하는 '일세의 여걸'인 덕에 '나'는 어려서부터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천민들부터 나랏일을 좌지우지하는 권세가의 양반들을 모두 보며 자랐다. 할머니는 부디 손자가 공부에 집중해 과거 급제하고 입신양명하길 바랐으나, 기생집에서 자라며 세상 돌아가는 꼴을 지켜본 '나'는 어차피 공부해봤자 양반들 좋은 일 해주는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의 눈을 피해 도성 안팎으로 놀러 다니며 사고 치기에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한 소년을 알게 되었다. 나이는 열 살이라는데 수려한 외모, 영특한 머리, 위엄 있는 행동만 봐도 보통 아이가 아님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소년은 형이 없어서 형 하나 있는 게 소원이니 제발 자신의 형이 되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소년에게 형이 되어 달라는 말을 들으니 뜬금없고 황당했다. 하지만 소년이 하도 간곡하게 청을 해서 들어지지 않을 수 없었고, 소년이 이 나라의 세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 정이 깊게 든 후였다. '나'와 세자가 둘도 없는 의형제 지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나'와 세자, 세자의 가장 가까운 신하, 이렇게 셋뿐이다.


몇 년 후 세자는 왕위에 오르고, 훗날 그는 '숙종'이라는 묘호를 받는다. 숙종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나'를 궁으로 불러 왕을 호위하는 대전별감 자리를 주고,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평생 기생집 손자로 호의호식하며 살 생각이었던 '나'는 숙종의 제안이 달갑지 않지만, 둘도 없는 의형제의 부탁이고 또 어명이기도 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준다. 숙종에게는 선대부터 계속된 예송 논쟁을 마무리 짓고, 북벌파와 북학파의 대립을 정리하고, 종주국인 청나라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꿀 책임이 있는데 어느 하나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나'는 숙종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역사의 중심에 있게 되고, 송시열, 송준길, 윤휴, 김만중, 변승업 등 당대를 수놓은 인물들과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훗날 '장희빈'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장옥정도 있고, 인현왕후도 있다. 1권은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고 당대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정도라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2권에서 주로 펼쳐질 듯하다. 어서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