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교양 -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식 11강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인문학부 또는 학과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추세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컴퓨터 한 대 없는 집도 많았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줄 몰랐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이 달라지는데 학문만 그대로 멈춰 있을 순 없고 멈춰 있어서도 안 된다. 학문의 기본 정신은 유지하되, 시대 흐름과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일본의 저술가 스가쓰케 마사노부의 <앞으로의 교양>은 미디어, 디자인, 프로덕트, 건축, 사상, 경제, 문학, 예술, 건강, 생명, 인류 등 각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앞으로 필요한 지식과 교양이 무엇인지에 관해 대담을 나누고 엮은 책이다. 각 분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 유지는커녕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디어 전문가 사사키 노리히코는 예전처럼 데스크가 시키는 대로 기사를 쓰는 '월급쟁이 기자'는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종이 신문보다 디지털 신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모든 매체가 실시간으로 경쟁하고 있고, 기자의 소속보다 기자의 네임 밸류 또는 다른 기자들과의 차별성이 중시되고 있다. 자기가 쓴 기사를 몇 명이 읽었는지, 그 기사로 인해 얼마나 수익이 발생했는지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 입장에서도 인사고과를 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상가 아즈마 히로키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강한 연결'의 비중이 너무 커졌다고 지적한다. 강한 연결이란 취미 공동체나 팬클럽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필연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유대를 가리킨다. 반대로 약한 연결은 가족이나 학교 친구처럼 무수한 가능성 중에 우연히 알고 지내게 된 사람들의 유대를 일컫는다. 아즈마에 따르면, 인생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이 모두 필요한데,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반대로 특별한 이유나 목적 없이 어떤 사람과 알고 지내게 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렇게 되면 강한 연결이 사라졌을 때 약한 연결에 의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져서 안전이 취약해지고 일상이 불안해진다.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역시 '종이책의 위기', '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다. 전자책을 출시하거나 온라인에 연재하는 방법도 있지만, 히라로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문제를 더욱 깊이 있게 고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2009년에 발표한 소설 <던>이다. 이 소설에서 히라노는 개인보다 한 단계 작은 '분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하나의 정체성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현대인들의 내적 고민과 정체성 문제를 그렸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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