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오프비트 꿈꾸는돌 20
베키 앨버탤리 지음, 신소희 옮김 / 돌베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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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키 앨버탤리의 소설 <첫사랑은 블루>를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마침 <첫사랑은 블루>의 후속편인 <사랑은 오프비트>가 바로 올해 국내에서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슨 운명이야!"를 외치며 당장 서점으로 달려갔고, 그날 밤부터 읽기 시작해 이틀 만에 완독했다. <첫사랑은 블루>도 좋았는데 <사랑은 오프비트>도 좋다니. 아무래도 이 작가와 사랑에 빠진 듯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베키 앨버탤리의 작품 중에 국내에 출간된 작품은 오직 이 둘뿐이라서 원서를 읽지 않는 한 당분간 이 사랑은 잠시 멈춰야 할 듯하다. 비슷한 작품이 많기를 바라며 돌베개의 '꿈꾸는돌' 시리즈를 읽어봐야 할 듯하다.


<사랑은 오프비트>의 주인공은 <첫사랑은 블루>에서 주인공 사이먼의 단짝 친구로 나왔던 레아다. <첫사랑은 블루>에서 레아는 친구인 닉을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로 그려졌는데, <사랑은 오프비트>에선 놀랍게도 레아가 남자와 여자를 모두 사랑하는 양성애자로 나온다. 레아는 오래전 사이먼의 누나인 앨리스를 좋아한 적이 있고, 앨리스가 대학에 진학하며 동네를 떠난 후에는 앨리스의 동생인 사이먼에게 약간이나마 호감을 가진 적이 있다. 그 후엔 닉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면 레아가 닉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닉의 여자친구인 애비에 대한 감정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레아가 사실은 닉이 아니라 애비를 좋아해왔다는 말이다.


레아는 단짝 친구인 사이먼이 커밍아웃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커밍아웃하고 싶다고 느끼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사이먼은 집안 환경도 좋고 가족들 사이도 좋은 반면, 싱글맘의 딸인 레아는 집안 환경도 좋지 않고 엄마와의 사이도 원만한 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게 과연 좋을지 레아로선 확신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레아가 좋아하는 애비는 이성애자인 게 너무나 확실해 보인다. 레아는 애비에 대한 마음을 접고 자신을 좋아하는 개릿과 잘해보려고 하는데, 하필 이때 닉과 애비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레아는 닉의 친구로서 닉과 애비가 다시 잘 되게 도와줘야 할 책임을 느끼지만, 닉보다 먼저 애비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은근히 둘이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끼고 혼란스럽다.


<첫사랑은 블루>에서 사이먼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반면, <사랑은 오프비트>에서 레아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아직 탐색하는 중이다. 여성에게 끌리는 마음이 있는 건 분명한데 이것이 단순한 호감인지 아니면 성적 욕구를 동반한 감정인지 애매하다. 남성에게 끌리는 마음도 없는 건 아닌데 막상 남자와 잘 되려고 하면 뭔가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든다. 아직 완벽한 짝을 만나지 못해서인지,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애비 또한 오랫동안 자신이 이성애자인 줄 알았고 이성애자로 정체화한 기간이 워낙 길었기에 레아에 대한 마음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감정은 존재하는데 그 감정을 정의할 단어를 찾지 못하니 오해가 이어지고 상처만 늘어간다.


<첫사랑은 블루>에서 사이먼이 했던, "모든 사람이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는 생각 안 들어? 왜 이성애를 기본으로 여겨야 하지? 누구나 자신이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고 선언을 해야만 해.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거창하고 어색한 순간을 겪어 봐야 해."라는 말처럼, 오랫동안 디폴트 값으로 여겨져 왔던 이성애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이성애자인지 아닌지, 아니라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은 누구나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한다. 이 소설에서처럼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발견해야 마땅한데, 한국에선 오로지 이성애라는 선택지만 제공하고 그마저도 청소년기에는 못하게 억압하니 답답한 일이다.


<사랑은 오프비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들의 복잡한 감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대학 입시를 앞두면 예민해지고 껄끄러워지기 마련이다. 레아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산층 집안의 아이들은 부모의 후원 아래 여유롭게 대입을 준비하고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에 진학하는 반면,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한 레아나 애비 같은 아이들은 일찌감치 등록금이 싼 주립대를 목표로 입시 준비에 전념한다. 레아의 친구 모건이 애비가 유색인종이라서 입시에 특혜를 받았다고 말해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고3 교실 모습과 다르지 않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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