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세 시대가 온다 -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100세 시대도 벅찬데 200세 시대라니! 독일 대표 시사지 <슈피겔>의 기자 토마스 슐츠의 책 <200세 시대가 온다>를 읽기 전에 든 솔직한 생각이다. 대체 저자는 왜 200세 시대라는 무시무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걸까.


미국 수석 특파원인 저자는 매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 및 의학 연구 콘퍼런스인 'JP모건 헬스케어'에 참석한 적이 있다. JP모건 헬스케어는 전 세계의 의료계, 보건 당국, 대형 제약사, 대학교, 연구실, 스타트업, 정계 등이 참석해 화학, 물리학, 물질과학, 로봇공학 등 모든 영역의 신기술을 융합해 난치병을 극복하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활발하게 논의하는 자리다. 저자는 의학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최신 기술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앞으로 의학이 어떻게 발전할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심으로 시작된 취재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총 아홉 장에 걸쳐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의학의 발전과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변화상을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디지털 생물학의 등장이다. 컴퓨터 공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뇌를 들여다보고, 게놈을 분석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류하는 기술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의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치매뿐 아니라 각종 암이나 질환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치료하게 되면 비용이 낮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최종 소비자 가격도 낮아진다. 이는 의학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점점 높아지는 복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대기업 애플 역시 건강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가 바로 애플워치다. 애플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건강 센서로서 애플워치를 개발해 상용화까지 마쳤다. 애플은 여기서 더 나아가 애플워치로 심근경색을 비롯한 각종 심장 질환을 측정하는 연구를 스탠퍼드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애플워치가 단순한 전자 디바이스가 아니라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구하는 의료 센서로 인식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게 디지털 의학은 기업 입장에서도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디지털 의학이 대기업의 자본과 연구 지원 아래 쑥쑥 성장할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디지털 의학의 발전이 가져다줄 긍정적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데이터의 유출 또는 악용 문제다. 지금도 빅데이터로 인한 개인 정보 수집 및 유출 문제가 심각한데, 개인 정보 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사안인 건강 정보가 제한 없이 기록되고 수집되고, 혹여 유출되거나 악용되기라도 한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 부모가 어떤 배아는 출산하고 어떤 배아는 출산하지 않도록 결정할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유전학과 우생학의 경계는 모호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


디지털 의학의 발전으로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 고도로 발전하면 지금도 심각한 의료 계층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예를 들어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애플 워치 같은 건강 센서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보험 혜택도 받는다. 반면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건강 센서를 구입할 안 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수 없고, 큰 병에 걸려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와 보건 당국의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이를 관련 기업이나 제약회사, 병원, 보험회사 등등이 가만둘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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