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6 - 여명의 쓰나미 본격 한중일 세계사 6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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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사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마땅한 교재를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일본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수준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굽시니스트의 역사 만화 시리즈 <본격 한중일 세계사> 6권을 만났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는 서양 세력이 동아시아에 들어온 19세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상황은 어땠는지를 만화로 풀어낸 역사 만화다. 2009년부터 <시사IN>에서 역사 만화를 연재해온 굽시니스트의 만화답게 내용의 정확성과 깊이는 말할 것도 없고, 만화로서의 재미도 대단하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이나 짤방, 게임 용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지하게 읽다가도 피식피식 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6권은 금문의 변 이후 막부와 조슈 번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조슈 번은 현재의 야마구치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에도 시대 당시 전국 4,5위 정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854년 조정이 미국의 개항 조건을 받아들이자 조슈 번과 사츠마 번이 존왕양이를 외치며 반발했고, 이로 인해 조정과 조슈 번, 사츠마 번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슈 번이 조정 세력을 진압하려 군사를 일으켰다가 패한 사건이 바로 금문의 변이다.


금문의 변으로부터 1년 후, 조슈 번은 다섯 청년을 영국으로 유학 보낸다. 이 중에는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신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유학 가 있는 동안,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이 참여한 4개국 연합 함대가 조슈를 봉쇄하는 일이 발생한다. 조슈 번은 끝까지 싸우려 했지만, 위기를 감지한 유학파가 급히 귀국해 화친을 종용하면서 사태는 해소된다. 이후 1,2차 조슈 정벌과 일왕 서거에 이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일본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시점은 다시 1860년대 영국으로 돌아간다. 1865년, 영국의 제37대 수상 헨리 존 템플 파머스턴 자작이 사망한다. 파머스턴 자작은 미국의 남북 전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평생 동안 '아이리시 음모론'을 철석같이 믿었던 파머스턴 자작은 신생국 미국의 성장을 크게 경계했고, 공업 지대인 북부보다는 농업 지대인 남부가 전쟁에 이겨서 영국의 면직물 수출 산업에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전쟁의 승자는 북부가 되었고, 이후 미국은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며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세계가 이렇게 변하는 동안 조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저자는 이 시기에 살았던 박규수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박규수 하면 연암 박지원의 손자이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런 배경을 등에 업은 인물답게 머리가 명석하고 박학다식했으며 행정 능력 또한 뛰어났다. 조정에서도 그를 높게 평가해 문안사의 부사로 발탁해 중국에 보냈다. 이때 그는 아편전쟁에 진 중국이 태평천국 운동, 홍수전의 난 같은 환난을 겪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두 귀로 듣지만, 그 자세한 정황이나 그러한 사건들이 조선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해서는 자세히 보고하지 않았다. 알린다 한들 바뀔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세계사 책이라고 해서 세계사 중심일 줄 알았는데 한국사에 관해서도 자세히 나와서 놀랐다. 한국사에서 배운 내용을 세계사의 맥락에서 설명해주니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사 부분은 앞의 내용과 연결해서 읽으면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아서 5권을 주문했다. 5권 읽으면 4권 내용이 궁금하고, 4권 읽으면 3권 내용이 궁금하고, 그렇게 2권, 1권으로 역주행하며 완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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