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 이별과 이별하기 위한
주형 지음 / 제페토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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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7년 차 직장인이던 시절, 저자는 우연히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기 넘치는 젊은이의 얼굴이었는데, 오랜만에 유심히 본 자신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우울해 보였다. 저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다 모든 게 이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갔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부담은 이별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미뤄놓게 만들었다. 저자는 그때 모든 걸 멈추고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별여행>은 작가 주형의 첫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별과 이별하기 위한 이별 여행'의 매력과 가치를 소개한다.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문득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저자는, 얼마 후 스페인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낯선 땅에 가면 기분도 전환되고 생각도 정리될 줄 알았는데, 저자는 도착하자마자 시차 적응에 실패하고 잠을 설쳤다. 수면 부족은 심한 두통과 스트레스를 야기했고, 여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저자를 점점 신경질적으로 만들었다.


저자를 힘들게 한 건 여행이었지만, 저자를 위로한 것 역시 여행이었다. 저자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가우디의 작품 둥 하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벌써 100년째 공사 중인 미완성 성당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성당을 짓는 데 힘을 썼고, 결국 완공을 보지 못한 채 눈 감았다. 결국 삶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사는 동안 뭔가를 완성하거나 완수하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러지 못한 채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겸허하게 살 일이다.


저자는 스페인 여행을 마친 후 포르투갈로 떠났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왔으니 서쪽 끝을 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은 호카곶이다. 대륙의 끝인 그곳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자는 왠지 모를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동안 쌓아두었던 마음속 모든 절망과 걱정과 비겁함을 버리고 왔다. 여행을 마친 후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제페토하우스라는 출판사를 차렸다. 저자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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