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 상
미우라 시온 원작, 쿠모타 하루코 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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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읽고 영화도 봤는데 만화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 만화판 <배를 엮다>를 보기 전에 든 생각이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이 만화에 사로잡혀서 다른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 


이야기의 무대는 '겐부쇼보'라는 출판사다. 사전편집부에 근무하는 아라키 코헤이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뒤를 이어 사전편집 일을 맡아줄 후배 편집자를 찾는다. 그의 이름은 마지메 미츠야. 대학원 졸업 후 겐부쇼보에 취직해 영업1부에 배속되었으나, 영업 사원답지 않은 후줄근한 외모와 고지식하면서도 깐깐한 성격 때문에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마지메에게서 사전편집자의 재능을 알아본 아라키는 마지메를 사전편집부로 데려오고, 전부터 사전편집부에 있었던 니시오카는 마지메의 영입을 반가워하면서도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를 보인다.


한편 마지메는 새로 이동한 사전편집부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웬 아리따운 여성이 자신의 하숙집에 새로 들어온 것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은 하숙집 주인의 조카로, 이름은 카구야이고 직업은 일식 요리사다. 카구야에게 첫눈에 반한 마지메는 당장이라도 카구야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말주변 없고 어수룩한 자신의 성격을 좋아해 줄지 자신이 없다. 고민 끝에 마지메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연모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절절한 연애편지로 카구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는데 과연 잘 될까.


만화판 <배를 엮다>는 소설과 영화에는 없는 만화적 상상력과 새로운 설정이 추가되어 <배를 엮다>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물론, <배를 엮다>를 전부터 알았던 독자까지도 새삼 그 매력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마지메의 동기이자 라이벌인 니시오카에게 덧붙여진 새로운 설정은 마지메와 니시오카의 관계 해석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마지메가 사모하는 카구야도 소설이나 영화보다 훨씬 요염하고 대담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전을 편집하는 과정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새로운 단어를 수집하는 모습, 어떤 단어에 대한 가장 적확한 정의를 찾는 모습, 생각지 못한 용례를 발견하는 모습 등 소설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을 만화로 보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사전은 물론 언어, 말과 글, 책 만드는 과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일한다는 것, 일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만화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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