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츠지모리 : 유품정리 시말록 1
네이키드 에이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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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선 유족이나 의뢰인을 대신해 고인의 유품이나 재산을 정리하고, 고인이 사망한 장소에 남겨진 오염물 등을 처리하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네이키드 에이프(naked ape)의 신작 <츠츠지모리-유품정리 시말록>은 우연히 유품정리사가 된 청년 모리무라 후스케와 대대로 유품정리 일을 하는 츠츠지모리 가(家)의 일을 그린 독특한 분위기의 만화다.


모리무라 후스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되는 일이 없었다. 힘들게 구직 활동해서 취업했더니 친구라는 놈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얹혀살지 않나, 그 친구가 나를 보증인으로 세워 거액의 돈을 빌린 후 야반도주하지 않나... 회사도 못 가고 빚쟁이들한테 쫓기는 신세가 된 모리무라는 더 이상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기적적으로 츠츠지모리 하나이치라는 남자의 손에 구조된다. 그리고 하나이치를 도와 츠츠지모리 가문의 가업인 유품정리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에 모리무라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단순히 기뻐한다. 유품정리는 단순히 말해 유품과 짐을 '남길 것'과 '처분할 것'으로 나누는 작업이다. 모리무라는 손에 잡히는 것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보면서 남길 것과 처분할 것으로 구분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남의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물건도 고인과 유족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담긴 물건일 수 있다. 쓰레기 더미에서 고인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전의 인생을 발굴하고 재구성하는 것도 유품정리사의 일이다.


의뢰받은 작업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리무라는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게 된다. 하나이치는 말한다. "'어엿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큰 착각의 원인이야. 인간은 어엿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냐.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특한 거지." 과거에 모리무라가 '어엿한 사람'이 되려고 무리해서 공부하고 일했던 것, 좋은 사람이 되려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고 참기만 했던 걸 타이르는 말이다. 살아만 있어도 기적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는 하나이치의 말에 나까지 큰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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