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심리학 - 우리는 왜 용서보다 복수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파인먼 지음, 이재경 옮김, 신동근 추천 / 반니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복수는 절대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떤 복수는 해도 된다고, 아니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스티븐 파인먼은 영국 배스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다. 런던대학교에서 직업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셰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복수의 뿌리와 정치, 종교, 전쟁, 문학 등에서 복수를 대하는 자세,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복수의 양상, 사이버 테러와 리벤지 포르노 등 최근 이슈가 된 복수 문제 등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복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다. 우리의 생물사회적 기질에 섞여 있는 강력한 욕구다. 인류의 조상은 사유물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복수를 아무런 제재 없이 해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사회가 팽창하고 도시화되면서 사적 복수가 공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고, 이에 사적 복수를 국가가 대신하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종교가 적에게 복수하는 대신 용서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이유다.


그렇다고 지상에서 모든 형태의 복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형태의 복수가 사라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성차별, 인종차별 등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복수를 택한 사람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여성 혐오가 만연한 문화권에서 직접 보복을 감행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건 대개 이판사판으로 몰릴 때까지 몰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대량 학살, 전쟁, 독재 등의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다시 봐야 한다. 이들은 반드시 응분의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며, 이들이 사면을 받거나 반성도 사죄도 하지 않는 경우 생존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더욱 커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직장 내 보복 행위 사례가 나온다. 대개의 직장 내 보복 행위는 미묘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내가 쓴 보고서를 자기 공으로 가로채는 것이 습관인 상사가 중요한 보고를 하는 날 아무 예고도 없이 결근을 하거나, 진상 손님에게 막말을 들은 승무원이 손님의 짐가방을 엉뚱한 곳으로 부쳐버리는 식이다.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불쾌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더 큰 사고나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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