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 도깨비 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하여
주강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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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자이자 제주대 석좌교수인 주강현의 책. 20여 년 전에 출간되어 큰 사랑을 받았고 작년 5월에 결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조선의 광대들로 시작해 구들, 금줄과 왼새끼, 남근과 여근, 도깨비, 돌하르방, 똥돼지, 매향, 무당과 신내림, 바위그림, 배꼽, 생명나무, 솟대, 쌍욕과 쑥떡 등 한반도에 전해지는 다양한 민속 문화를 차례차례 소개한다. 이 책을 읽은 건 뜬금없이 도깨비의 유래가 궁금해져서인데, 이 책을 다 읽고 기억나는 건 도깨비의 유래보다도 한국 사회의 뒤틀린 내숭주의와 그릇된 가부장 문화에 대한 저자의 비판이다.


우리 민속 문화 중에는 성적 함의를 지닌 것이 상당히 많다. 조선은 유교 국가였기 때문에 성적 금기가 많고 엄숙한 분위기였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일부러 나서서 유교로 다스리려 한 것이다. 마을마다 남아 있는 남근바위와 여근곡, 마을 축제에 남아 있는 성적 제의, 다른 나라말과 달리 우리말에 성기 또는 성행위와 관련된 욕이 유난히 많은 점이 그 증거다. 남편과 사별한 후 다시 혼인하지 않는 여성에게 내리는 열녀문도 실제로는 사별한 여성이 다시 혼인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생겨난 통제책이다.


조선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였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여성이 우위인 경우도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생리 중인 여자를 불경하다고 여겨 마을의 외딴 집에 격리시켰다는 말이 있지만, 기우제를 지내도 비가 안 오면 오히려 남자들을 집에 가두고 여자들이 밖으로 내와 생리혈이 묻은 속옷을 흔들며 비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유교 원리가 지배하는 조선 사회에서도 여성이 지닌 자연적이고 초월적인 힘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인 똥돼지는 사실 제주도만의 문화가 아니다. 돼지에게 똥을 먹여 기르는 풍습은 한반도와 일본 전역에 존재했는데, 내륙부터 조금씩 사라져 현재는 한반도에선 제주도, 일본에선 오키나와에만 이 풍습이 남아 있다. 이 밖에도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우리 문화의 '진짜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한 번쯤 찬찬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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