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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무탈하게 하루를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대학 병원을 드나들고, 음식 하나를 먹을 때에도 이게 내 몸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노라니 몸이 아픈 사람들, 아픈 사람을 곁에 둔 사람들의 마음에 전보다 더 절절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문지안의 수필집 <무탈한 오늘>에 눈길이 머무른 것도 그래서이다. 저자 문지안은 서울대에 입학해 새로운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암 선고를 받았다. 3000cc에 육박하는 조직을 덜어내고 보니 다른 장기에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다들 항암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저자는 거부하고 학교로 돌아갔다. 수업에 들어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숙사에 돌아가 잠을 자는 일상이 간절했다. 행여 재발했다는 '결과를 보게 되더라도 이만하면 되었다고 스스로 여길 만큼' 아름다운 나날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원했던 삶을 산 결과, 기적적으로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저자는 현재 남편과 함께 가구 공방 애프터문을 운영하며, 여섯 마리의 개와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함께 생활하는 개와 고양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동물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고 병치레도 잦아서 여러 번 저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나, 동물보다도 저자를 괴롭게 만든 건 항상 인간이었다. "세상에는 왜 키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 거두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일까. 털이 빠져서, 늙어서, 품종이 안 좋아서, 짖어서, 말을 안 들어서 등등의 이유가 어떤 이들에게는 함께 살던 존재를 내칠 이유가 되는 것일까." 저자는 인간에게 실망할수록, 아니 더는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동물들을 거두며 동물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
"건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무탈한 오늘. 당연한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어떤 이에게는 처음부터 당연하지 않았으며 결국 모두에게 당연하지 않아질 지점."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행복을 원하지만, 삶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삶 그 자체를 원한다. 아픔도 고통도 살아 있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저자의 간결하고도 단단한 문장들을 읽으며 나 역시 저자처럼 간결하고 단단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는 일에 집중해야지. 그리고 부디 이 글을 읽은 모든 사람들의 오늘 또한 무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