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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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한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환호해주는 친구. 슬프거나 화나는 일이 있으면 두 발 벗고 달려와 위로해주고 같이 화내주는 친구. 이제 더는 내게 그런 친구가 없지만, 언젠가 그런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일본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예 작가 데라치 하루나의 소설 <같이 걸어도 나 혼자>에는 그런 친구들이 나온다. 남편과 별거 중인 서른아홉 살 유미코와 유부남과 연애 중인 마흔한 살 카에데는 낡은 맨션의 같은 층 옆집에 사는 이웃이다. 성격도 다르고 취향이나 관심사도 전혀 다르지만, 둘 다 결혼을 하지 않았고(유미코는 사실상 이혼한 상태) 아이가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다는 이유로 금방 의기투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유미코의 남편 히로키가 고향인 작고 먼 섬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진작부터 이혼하고 싶었는데 남편이 실종되는 바람에 이혼하지 못했던 유미코와, 성추행을 일삼는 사장 때문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카에데는 히로키를 찾으러(만나서 따지러) 작고 먼 섬으로 떠난다. 


마흔 살 전후의 두 싱글 여성이 친구가 되고 여행을 떠나는 단순한 줄거리 속에는 예상외로 예리한 관찰과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입만 열면 '여자는 이래야 돼', '여자는 이런 존재야'라고 떠드는 유미코의 남편 히로키, 자기 주제도 모르고 카에데가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한다고 착각하는 장아찌 회사 사장, 남자 없는 여자는 함부로 건드려도 되는 줄 알고 집적대는 술집 남자, 결혼이야말로 여자가 누릴 수 있는 지상 최대의 행복이라고 믿으며 비혼 여성을 무시하는 섬마을 여자 시즈 등 여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인물 유형이 줄줄이 등장한다. 


여자는 일정 나이가 넘으면 결혼 상대로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고, 구직 시장에서도 외면받는 현실도 지적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 나이 든 여자는 나이 어린 여자를 질투하고 괴롭힌다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를 읽고 홀딱 반한 독자로서, 앞으로도 계속 "왜?"라고 질문하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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