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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혈맥 1
야스히코 요시카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10월
평점 :

<건담 디 오리진>의 작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2012년에 연재를 시작해 2016년에 완결한 만화 <하늘의 혈맥> 제1권이 국내 정식 발행되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작품이라는 것 외에 아무런 정보 없이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가 첫 장부터 깜짝 놀랐다. 때는 러일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03년. 일고생(一高生)으로 일고와 동경제국대학(지금의 도쿄대)이 합동으로 실시한 '특별사적 조사대'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 아즈미 료가 처음으로 조사하는 대상이 무려 중국 집안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이기 때문이다.
조사대를 이끄는 우레시다 박사는 광개토대왕릉비에 적혀 있는 문구를 해독해 일본의 고대사를 밝혀서 논문을 쓰고 제대 교수로 승격하는 것이 목표다. 우레시다 박사는 비석에 '왜가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와 백제 신라를 무찌르고 신민으로 삼았다'라고 적힌 것을 확인하고 기뻐하는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중국인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밖에 있어서 풍화가 진행된 데다가 곳곳에 '석회를 발라놨다'고 말해 마음이 복잡해진다. 멀쩡한 비석에 누군가가 석회를 발랐다면 그것은 비석에 적힌 문구를 날조하기 위한 의도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사대가 체제하는 기간은 단 3일. 우레시다 박사가 탁본을 마저 할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흉포한 마적떼가 나타나고 흑룡회가 나타나면서 아즈마 료를 비롯한 조사대원들은 러일 전쟁 직전의 혼란스러운 아시아 정세의 한가운데로 휩쓸리게 된다. 이때까지 역사 공부밖에 모르고 살았던 아즈마 료는 우치다 료헤이, 치요사쿠 린과 같은 인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인뿐 아니라 조선인도 나온다. 나중에는 안중근도 나온다는데 어떤 인물로 그려질지 궁금하다.
고대 한반도의 역사라는 민감한 주제를 일본인이 다룬다는 것이 처음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작가의 입장은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내선일체론에 대해 부정적이고, 이 만화를 통해 고대와 근대의 역사를 정확히 알리고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짐작되어 마음이 놓였다(이런 입장 때문에 일본에선 여러모로 곤란한 처지이신 듯). 다만 근대사는 괜찮은데 고대 일본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저자가 역사를 공부한 만큼 나 역시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 만화를 읽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