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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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세대(beat generation)'란 1920년대 대공황 시기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체험한 세대로서, 전후 50년대와 60년대에 삶에 안주하지 못하고 반정부, 반체제적인 성향을 보였던 일군의 무리를 일컫는다.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1935년 미국 워싱턴 주에서 태어나 1957년 비트 작가들의 본거지인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가, 그들과 함께 미국의 반문화 운동을 주도했다. 브라우티건의 대표작 <미국의 송어낚시>를 당시 대학생들이 마치 성서처럼 늘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은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1964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빅서(Big Sur)'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화자인 '제시'는 자신이 남북 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오거스터스 멜론 장군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리 멜론'이라는 괴짜 남자와 함께 생활한다. 리 멜론은 남북 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이 승리했다면 자신의 삶은 지금과 180도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시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여자를 탐하고,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고 남을 속이거나 남의 돈을 빼앗아 생활하는 리가 탐탁지 않지만, 리와 어울리는 생활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뭘 전하고 싶었던 건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리 멜론의 허랑방탕한 생활을 비판하고 싶었던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리 멜론의 삶을 유유자적하다고 여기는 것 같지도 않고 본받을 만하다고 예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저자는 "이런 삶도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부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는 삶. 물질문명에 휩쓸리지 않는 삶.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발길 닿는 대로 떠도는 삶. 그런 삶을 동경할 만큼 당시 미국 사회가 혼란스럽고 각박했던 것만은 분명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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