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 작가가 2012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검은 꽃>, <퀴즈쇼>를 잇는 '고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 읽었고 세 작품 모두 좋았다. 세 작품의 주제나 내용, 분위기가 저마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같은 작가가 썼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주인공이 고아라는 공통점이 있을 줄이야.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고아는 제이와 동규다. 고속 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나 매점 아주머니에게 거두어진 제이는 빈민촌과 고아원, 길거리를 전전하다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한 무리의 리더로 거듭난다. 제이의 친구 동규는 자신을 원하지 않았고 탐탁하게 여기지도 않는 부모 슬하에서 자라다가 스스로 고아가 되는 길을 택한다. 동규는 제이와 자신이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는 사이라고 여기지만, 동규의 생각과 다르게 제이는 점점 더 초월적이고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동규는 그런 제이를 지켜보는 마음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하다. 


작가는 한국 사회 안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지독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거두어지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거리 위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 여자아이들은 몸을 팔아 돈을 벌고 남자아이들은 그 돈을 갈취해 생활하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거리의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바른길로 인도할 책임이 있는 경찰이 오히려 그 아이들을 이용해 업무 실적을 올리고 자신의 욕구까지 해결하는 모습 또한 충격적이다. 


한국 사회의 사각지대를 고발하는 현실 참여적 소설로도 읽히지만, 나는 어쩐지 이 소설이 종교, 그중에서도 기독교의 서사로 읽힌다. 십 대 미혼모의 몸에서 태어난 제이는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난 예수 같고, 제이를 따르다 끝내 배신하는 동규는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 같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전전하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말 그대로 승천(昇天) 하는 제이의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음에도 삼 일 만에 부활한 예수 같고, 스스로 열반한 싯다르타 같다. 작가는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높은 자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곧 지옥이요 고통의 원천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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