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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입양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고, 낳아준 부모와 길러준 부모가 대립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느 쪽 부모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이야기 말이다. 나오키상과 서점 대상을 수상한 츠지무라 미즈키의 2015년작 <아침이 온다>는 이런 이야기 구조를 따르는 듯하다가 완전히 뒤엎는 방식을 취한 참신한 작품이다.
가나가와 현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구리하라 부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섯 살 아들 아사토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리하라 부부는 '아이를 돌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당황한다. 아사토는 사실 구리하라 부부가 6년 전에 입양한 아이다. 구리하라 부부는 오랫동안 난임 치료를 받다가 포기하고 기적적으로 한 입양 단체를 만나 아사토를 만나게 되었다. 아사토의 친모 히카리는 당시 고작 중학생에 불과한 어린 여성이었다. 6년이 흐른 지금, 아사토를 돌려달라고 하는 이 여인은 아사토의 친모가 맞을까. 친모가 나타나 아이를 돌려달라고 하면 입양한 부모는 아이를 돌려줘야 하는 걸까. 구리하라 부부는 의문과 당혹감에 휩싸인다.
히카리가 처음으로 구리하라 부부의 집을 찾아왔을 때, 나는 당연히 구리하라 부부와 히카리가 아사토의 양육권을 두고 크게 다툴 줄 알았고 양쪽이 다투는 과정이 자세하게 그려질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야기는 과거로 회귀하고, 화자도 구리하라 사토코에서 히카리로 바뀐다. 히카리의 회상에 따르면 히카리의 부모는 히카리를 낳았지만 제대로 기르지 않았다. 아이를 소유물 취급하면서 정작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구해주지 않았다. 히카리의 표현에 따르면 히카리의 부모는 멋대로 '이렇지 않은 히카리'를 상상하고 눈앞에 있는 히카리를 비난하고 학대했다. 이런 모습은 아사토를 낳지 않았지만 낳은 부모 이상으로 정성스럽게 기르는 구리하라 부부의 모습과 대조된다.
자신이 낳은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와 자신이 낳지 않은 자식을 사랑으로 기르는 부모 중에 진정으로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정답은 당연히 전자인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편견과 오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저절로 인식하게 해주는 감동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