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1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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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생활이 어떻든,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든, 어느 종교를 믿든 간에 작가는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할 의무가 있고 작품으로 독자에게 평가받을 권리가 있다. 


공지영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해리>를 읽으면서 무한한 실망을 느낀 까닭은, 작가가 더 이상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할 의지도 없고 작품으로 평가받길 원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부터 현실 참여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성격의 작품을 다수 발표해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도가니> 등의 작품은 나 또한 감명 깊게 읽었고, 작가가 지적하는 바에도 크게 공감했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그저 분노에 사로잡혀 쓴 글이 아니었다. 작품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보여주었고, 허구로서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해리>도 그런 작품이길 기대했건만, 끝까지 읽은 노력이 무색하게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성숙보다는 정체 또는 쇠퇴가 더 많이 보였다. 작가 자신이 목격한 사회악을 고발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게 정제하는 데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 자체를 재미있게 만들고자 한 노력 또한 보이지 않는다. 허구와 현실이 난잡하게 뒤섞여 집중력마저 해친다. 한국문학의 흐름이 달라지고 독자들의 수준 또한 달라졌는데, 작가는 예전 그 자리보다도 뒤로 멀어진 듯하다. 이런 식으로 잃게 되는 작가가 점점 늘어난다는 건 독자로서도 참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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