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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 - 개인과 사회가 빚어낸 마음의 변천사 ㅣ 웨일북 한문장 시리즈 1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어떤 이유에서든 심리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각자의 인생에 매우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미다. 자기 마음에 생긴 어떤 증상을 이해하고 진단해 그 정체를 밝히다 보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류의 가장 오랜 화두에 가닿기 때문이다. (책갈피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간의 심리가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심리를 알고 이해하려고 만들어진 학문이 바로 심리학이다. 그렇다면 심리학은 어디서 출발해 어디까지 왔을까. 심리학 전체의 흐름과 경향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픈 책을 만났다. '웨일북 한 문장 시리즈' 첫 번째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이다. 이 책은 칸트, 니체, 프로이트, 융, 칼 야스퍼스, 가스통 바슐라 등 내로라하는 대표적 심리학자 30명의 문제의식이 압축되어 있는 주요 명제들을 중심으로 심리학의 학문 경향과 분화 과정을 알기 쉽게 정리한 심리학 입문서다. 저자는 30명의 학자를 각각 집단심리학, 사회심리학, 언어심리학, 개인심리학, 진화심리학 등의 분야로 나누고 학자 개개인의 사상과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나처럼 심리학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디서 주워들은 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칸트와 니체, 프로이트의 사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게 되었다. 칸트 사상은 '지각에 의한 내적 경험은 심리학적이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칸트는 인간이 스스로를 생각의 대상으로 놓고 관찰하거나 반성할 수 있는 인식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보았다. 반면 니체는 지각이나 인식보다 본능을 중시했다. '죄를 고안하여 심리를 지배한다'라고 생각한 니체는, 인간은 본능에 의해 추동되는 동물이며 본능을 억압하기 위해 종교와 정치가 만들어졌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이 인식이나 본능이 아닌 무의식에 의해 추동된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정신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이행한다'라고 보았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등을 쓴 에리히 프롬의 학문 세계는 '심리학은 개인과 세계의 특수한 관련성이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프롬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여겨지는 성적 충동 역시 사회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보았는데, 이는 성적 충동의 유발과 그 강도를 성애라는 생리적 욕구로만 파악한 프로이트의 주장과 배치된다. 독일 출생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마르쿠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자체에 심리학의 정치적 본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마르쿠제는 또한 현대의 지배자들이 피지배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정치적 지배'를 '스스로를 위한 자유로운 선택'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정치학 전공자로서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