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오지 형제에게 시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1
하루미 히츠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고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고생 후카. 그러던 어느 날 고모가 거액의 빚을 남긴 채 도망가 버리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후카는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는데 하필 그 일자리가 반에서 가장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남학생 사이오지 카이리의 집의 입주 가정부일 줄이야...! 


정체를 숨기기 위해 변장을 하고 일하러 간 후카는 본의 아니게 사이오지 카이리의 복잡한 집안 사정을 알게 된다. 현재 사이오지 카이리의 가족은 카이리 자신을 포함한 4형제뿐.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실종된 상태이며, 부모님 대신 장남 츠카사와 차남 카이리가 일을 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4형제가 전혀 닮지 않은 걸 보면 친형제가 아닌 것 같다. 후카는 카이리가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교실에서 잠만 잤던 게 다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크게 놀란다. 


며칠 후 빚쟁이들이 나타나 고모가 진 빚을 후카가 대신 갚으라고 성화를 부리는 통에 후카의 정체가 들통난다. 카이리는 남자만 사는 집에 어린 여자애가 있는 건 위험하다며 후카를 내쫓으려고 하고, 후카는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이 없으니 계속 가정부로 고용해달라고 간청한다. 결국 보름 동안 임시 고용을 해보고 그동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후카를 가정부로 고용하기로 하는데, 어쩐지 카이리가 후카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아무 일도 안 생기기 전에 스스로 아무 일이든 저지를 것 같은 눈빛이랄까... 


여고생이 남자만 넷이서 사는 집에 입주 가정부로 들어가는 거나, 미성년자인 형제 넷이 부모 없이 스스로 생계를 꾸리며 사는 거나, 현실에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만화의 공급과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나이 어린 여성의 생활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취약하고 위태롭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가 많든 적든 자신의 삶을 책임질 방법이 있고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이 있다면 굳이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 텐데(사이오지 4형제도 마찬가지). 가벼운 만화 읽고 굳이 이런 무거운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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