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프로젝트 - 페미니스트를 위한 여성 성기의 역사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0
리브 스트룀키스트 글.그림, 맹슬기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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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를 생리라고 부르지 못하고 '마법' 따위의 단어로 지칭하는 것처럼, 여성의 성기 또한 마땅한 명칭 없이 '그곳', '거기'라고 불린 지 오래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이런 식으로 여성 성기를 '터부시' 한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일부 남성들의 여성 혐오와 근대 이후 본격화된 여성차별 문화 때문이라는 것을. 애초에 '터부(taboo)'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폴리네시아어 '투푸아(tupua)' 혹은 타푸(tapu)'에서 비롯되었고, 사실 터부는 '금지된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것'을 뜻한다는 것을.


스웨덴의 페미니즘 예술가 리브 스트룀키스트가 쓴 <이브 프로젝트>는 여성들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여성 성기의 역사를 만화로 쉽게 알려준다. 우리가 여성의 성기를 적확한 용어로 부르지 못하고 '그곳', '거기' 등 애매모호한 용어로 부르게 된 것은 여성 성기에 대해 관심이 너무 많은 나머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 남성들의 탓이 크다. 여성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면 성기에 산(酸)을 들이부어야 한다, 여성의 히스테리, 두통, 우울증, 식욕부진 등을 고치려면 음핵을 제거해야 한다 등 온갖 미친 소리가 줄지어 나온다. 남성의 흥분과 히스테리, 두통, 우울증, 식욕부진 등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 


여성의 성기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음경(penis)의 부재, 결핍이나 공백, 구멍 등으로 표현되는 것도 잘못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여성은 성기가 없고, 여성은 구멍 뚫려 있고, 여성은 자신의 결핍(생식기 위치에 있는 공백을 메우고자 남성 성기를 호출해야 하는 고로 여성은 자신을 열등하다고 지각한다." 남성들의 이러한 인식은 여성의 성기에서 (자신들의 성기가 삽입될) 질에만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여성의 성기에서 외음부가 지워지고 음핵이 지워지고 음순이 지워지고 여성의 성기 전체가 지워져 텅 빈 구멍으로만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성의 오르가슴과 섹슈얼리티에 관련한 모든 논의는 언제나 육체와 남성의 오르가슴과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빗댄 것이라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먼저 남성의 섹슈얼리티의 하위에 있다고 여겨졌고, 그다음에는 그와 반대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평등한 객체로서는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겁니다. (84쪽) 


이 밖에도 여성의 성기에 관한 오랜 편견과 오해를 구체적인 근거와 예시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도 여성의 성기를 '남성에게는 달려 있는 것이 달려 있지 않은 불완전한 신체 기관' 또는 '남성의 성기를 받아들일 용도로만 쓰이는 성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거나 그런 인식과 맞닥뜨려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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