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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을 수업하다 - 나를 지키면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법
쑨중싱 지음, 손미경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연애하는 동안의 관계와 이별을 충분히 돌아보고 곱씹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별의 단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헤어짐을 수업하다>의 저자 쑨중싱은 타이완의 사회학자이자 저명한 연애 카운슬러이다. 저자는 타이완 대학교에서 '사랑의 사회학'이라는 수업을 10년 이상 하고 있다. 저자는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연애 다이어리 쓰기'라는 과제를 내준다. 지나간 연애든 현재 진행 중인 연애든, 짝사랑이든 열애든 삼각관계든, 사랑의 경험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 마음껏 쓰도록 한다.
연애 다이어리를 쓰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지난 연애 경험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그때는 상대한테 이별의 원인이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나한테 이별의 원인이 있었다거나, 그때는 내가 무조건 잘못한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상대한테도 책임이 있었다거나. 그렇게 지난 사랑을 돌아보고 현재의 사랑을 진단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사랑과 이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더 나은 사랑, 더 나은 이별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나아가 저자는 사랑이란 무엇이고 이별이란 무엇인지, 사람은 왜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결심하는지,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끝나는지, 잘 사랑하는 법은 무엇이고 잘 이별하는 법은 무엇인지, 이별 후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한때는 서로를 지독하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돌연 이별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별의 이유를 크게 외재적 요인과 내재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외재적 요인은 나이, 사회계층, 종교, 교육 정도, 가정환경, 성격 차이, 연인 간의 소통 및 상호작용 부족, 가족이나 친구의 반대 또는 더 나은 사람의 등장 등이다. 내재적 요인은 상대에 대한 열정 또는 연애에 대한 낭만 감소("너에 대한 감정이 식었어."), 연인 간의 친밀감이나 포용력 감소("너 변했어. 예전엔 이렇지 않았잖아!"), 역할의 증가("나는 결혼을 하는 거지, 당신 집에 팔려가는 게 아니야!"), 점점 줄어드는 대화 등이다.
저자는 만약 자신이 연애를 할 때마다 거듭 차이고 연애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면 지난 연애부터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지난 연애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 없이 무작정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마치 노트북을 포맷하지 않은 상태에서 윈도우를 새로 설치하는 것과 같다. 연애를 할 때 나는 주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특성을 보이며, 상대는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한다.
이별에 대한 분석과 학습은 점점 늘어나는 이별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특히 남자가 연인에게 차여 울고 있을 때 가족이나 친구들이 "사내자식이 그깟 일로 눈물을 흘리고 그래, 못난 놈!"이라며 비난하는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헤어진 것도 서러운데 남들이 욕까지 하면 이 남자는 자신의 고통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끼게 되고, 심하게는 범죄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지나간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혀진다' 같은 말도 이별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한테는 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