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Me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안드레 애치먼 '파인드 미' 원서
Andre Aciman / MACMILLAN USA INTERNATIONAL ED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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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에 ‘Call Me by Your Name’을 감동적으로 읽고, 후속편이라서 다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통속적으로 영화나 책의 후속작이 전편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감동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마도 높은 기대감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알고 읽었는데 크게 실망하지 않았고, 약간의 다른 구성때문에 신선하기도 했고, 다음 내용이 무엇일지 기대하며 읽었다.

전편에서 마음을 움직였던 Oliver를 향한 Elio의 애절하고 간절한 표현들이 다소 약해진듯 하나, 이것 또한 전편에서 읽었던 나의 기대 때문이리라. 어쩌면 똑같이 애절하게 표현되었다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느꼈을지도. 그럼에도 작가는 결국 20년의 간극을 메우고 해피엔딩으로 책을 마친다. 그리고 그 기간에 서로 다른 삶을 살면서도 마음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항상 있었고 그 빈자리는 절대 빈자리가 아니라고 했다. absent, but never absent for me(p. 230)

소설은 허구로 이해되어야 하지만 현실 기반이기도 하다.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어서 혹은 비현실적이어서 더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이든 나같은 독자는 감정이입을 하며 소설과 현실을 비교하게 된다. 과연 20년의 간극을 넘어 영원히 그리워할 수 있고, 서로 각자의 다른 삶 속에서 서로를 찾는(Find Me)영혼의 소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거짓된 삶을 버리고 진짜 마음이 원하는 사람을 찾아 나서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현실 속에 존재하기는 할까?

존재하지 않기에, 그런 삶을 살 수 없기에 소설 속에서 만나 대리경험을 하게 하는 것일까? 처음 등장하는 Elio의 아버지 Samuel이 기차에서 만난 Miranda에 끌린 감정, Oliver 만큼은 아니었으나 Elio가 Michel을 만나 자석처럼 끌렸던 폭풍적 소용돌이 이런 것들도 현실의 그림이란 말인가? 두 경우 모두 나이차가 두배가 된다는 설정이다.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Elio와 음악이 주는 둘 사이의 매개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Michel의 아버지가 남긴 악보가 주는 실마리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아버지의 삶, Oliver가 마지막 작별 파티에서 연주된 Bach’s Arioso를 통해 Elio가 그를 찾고 있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 음악은 그가 기쁨과 희망의 허상을 부여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내 삶이 이대로 좋은지, 나는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하여 일깨움을 주거나 반추를 해보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에서 처럼 음악일 수도 있고, 책이 될 수도 있고...

소설인줄 알고 시작했으면서 순간 순간 현실에서 단초를 찾으려하는 나는 영원히 현실에 뿌리내리기 어려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허구일지라도 이런 순애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많은 것들이 조변석개하는 세상에서 그 사랑이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변치 않는 설레임과 그리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귀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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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is the unlived life. You‘ve lived the wrong life, my friend, and almost defaced the one you were given to live. What do I want? Do you know the answer, Herr Bach? Is there such a thing as a right or wrong life? I‘m an artist, my friend, I don‘t do answers. Artists Know questions only.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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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 quoted words by Goethe:"Everything in my life was merely prologue until now, merely delay, merely pastime, merely waste of time until I came to know you."(p.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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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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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글을 이제서야 만났다. 진작부터 읽고 싶었는데, 고전이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부제목에 마구 끌렸다.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연말부터 지금까지 자기계발서에 심취한 이유는 지쳐있는 나를 달래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나 책이 치료제가 되는듯 하다.

다산 정약용이 고난의 시기에 심취했다는 ‘심경’에서 뽑은 37개의 문장으로 작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의 마음을 찾아 나서라고 외치고 있다. ‘심경’은 주자의 제자였던 송나라 학자 진덕수가 사서삼경 등 유학의 경전을 비롯하여 여러 학자들의 마음수양법을 기록한 책이다. 심경, 마음 경전이라니 듣기만 해도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이 책은 마치 Meditations(by Marcus Aurelius)을 읽는 듯하다. 수 없이 많은 경구를 만나니 필사를 해서 집안가득 걸어놓고 싶다. 한자에 취약해서 두려움이 있었으나 학교에서 배웠던 문구도 많이 보이고 작가가 쉽게 풀어주었기에, 나의 상처난 부분을 붕대로 잘 감아준 느낌이다.

너무 많지만 아래는 우울했던 나를 달래준 표현들이다.

공자가 군자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에 예 못지않게 ‘시와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로써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예로써 바로 서고, 음악으로써 완성한다’(흥어시 입어례 성어락). 감성능력을 키워주는 음악으로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조화와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대인이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반드시 지녀야 할 것에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라고 했다.

탁월함을 가르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 중 현대인이 누구나 쫓으려 하는 성공이라는 탁월함 중에서,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얻기위해 마지막까지 추구할 것은 ‘도덕적 탁월함’이라고 했다.

책을 읽고 대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하여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책, 권위있는 책이라도 그 책의 내용을 무조건 맹신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좋은 공부의 자세가 아니다. 책의 좋은 내용은 생각과 적용의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되, 의구심이 생기는 내용은 반드시 비판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매우 좋은 지적이라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으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고, 이를 역으로 말하면 맹목적 수용으로 인해 부정적 사고의 고착화도 이루어질 위험성도 있다. 이 외에도 마음을 잘 지켜내는 방법으로 욕심 비워내기와 줄이기를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나는 현재에 충실하게 사심없이 노력했노라 하면서 내가 그간 힘들었던 것은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리라. 나 자신과 환경에 대한 기대도 욕심이겠지.

완전히 비우는건 불가능할 것 같다. 비우고 시작해도 어느 순간 욕심이 들어 와 있고, 과정에서 욕심의 부피가 비대해지고, 나의 기대가 상승하고 결국 난 아니라 해도 내 마음 속은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연, 증자의 일일삼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점검하면 욕심 줄이기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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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말에서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책을 읽고 대하는 올바른 자세다. 아무리 훌륭한 책, 권위가 있는 책이라고 해도 그 책의 내용을 무조건 맹신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좋은 공부의 자세가 아니다. 책의좋은 내용은 생각과 적용의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되 의구심이 생기는 내용은 반드시 비판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p.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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