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e Kitteridge (Paperback)
Strout, Elizabeth 지음 / Random House Inc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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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두 사람도 같은 책을 읽지 않는다(No two persons ever read the same book by Edmund Wilson)”는 표현이 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반응이 제각각이고 다르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원서를 구매하기에 독자평과 수상작품을 염두에 두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책 표지(앞/뒤)는 말할 것도 없고, 줄거리 시작 전에 쓰여진 신문사/출판사 찬사도 읽고, 뒷 부분에 실린 작가의 결말까지 모두 읽는다.

인간관계의 본질은 진실을 완화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세련된 거짓말과 과장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고 난 나의 느낌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찬사를 보낼만큼의 page-turner는 아니었다. 과장된 평과 찬사에 내가 속은 것일수도 있고, 나의 독서 역량이 작가의 혜안을 읽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적어도 내겐 밤잠을 설치게 할 만큼의 흥미와 감동은 적고 다소 우울한 책이었다.

gaping loneliness(p.269)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읽는 내내 진한 외로움과 고독이 나를 잡아먹기위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산뜻한 내용이 아니라, 나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 보게 했고,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준비한다고 의도대로 살아지는 삶인지 걱정도 되었다. 32년간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은퇴한 Olive Kitteridge 를 중심으로, 미국의 Maine주의 Crosby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양한 인물의 관점에서 묘사된다. 내가 나 자신을 잘 모르고, 객관화시켜 바라볼 때 더 잘 이해되듯이, Olive라는 인물도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격묘사가 되고 그녀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처음에는 Olive의 성격이 너무 싫었다. 첫 장면에서는 자상한 남편 Henry에 대한 무관심과 짜증, 아들 Christopher에 대한 집착, 넘치는 자신감이 부른 오만함 등등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겉으로 속단할 수 없는 다양한 슬픔과 고통의 말못할 이면이 있지 않은가? 커다란 덩치와 자신만만한 목소리 뒷면에, Olive가 항상 두려워했고 노년까지 안고 가야했던 진한 외로움이 있었다. 남편인 Henry, 아들 Christopher, 기타 마을의 많은 등장인물들도 각각의 아픈 사연을 힘겹게 끌어안고 인내하며 살아간다.

이런 경이로운 인내심에 작가는 존경심을 표현한다고 했다. 각자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존중받아 마땅한 것임에도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판단하고 섣불리 평가함으로써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여기 보이는 Olive의 모난 성격이, 속으로 곪은 외로움이, Jim을 향했던 열망이, 그럼에도 늘 당당했던 씩씩함이 나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이 책 내용이 싫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치부를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마지막에, 지치고 힘든 그녀의 자아를 휩쓸고 가는 2가지 감정이 있다. 즉, 감사와 후회(gratitude and regret). 전자는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고 후자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도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 삶의 부산물이 아닐까한다. 후회를 감내하더라도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Julie는 Olive 선생님이 강조한 다음 말을 기억하며 비이성적 엄마의 횡포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낸다.
“배고픔을 두려워말라. 굶주림을 두려워한다면 세상의 누군가처럼 멍청이라 될 것이다(Don’t be scared of your hunger. If you’re scared of your hunger, you’ll just be one more ninny like everyone else.)”

책 전반에 “scared(무서운)”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그 누가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나도 나의 미래가 너무 두렵다. 의도치 않게 남과 다른 길을 걸어온 나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하고, 어떻게 평생 외로움을 베개삼아 잘 견뎌야할지 두렵다. 또한, 두려움 건너편에 허기(hunger)도 있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서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도전해 보고 싶은 것에 대한 탐심도 불쑥 튀어 나오곤 한다. 요즘엔 갑자기 감당도 못할거면서, 그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을 덮으며,
나의 독서에 대한 굶주림은 두려워 할 대상은 아닌지, 독서에 대한 집착으로 다른 것을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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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7-29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뒷일은 생각 안하고 도전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그래도. 여전히..(아마도 죽을때까지) 삶 가운데 허기짐이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에..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리뷰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