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Fast and Slow (Paperback) - 『생각에 관한 생각』 원서
Kahneman, Daniel / Penguin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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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철학은 삶의 기저를 이루고 있어 늘 가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나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수단이라 생각하고 이 두 분야가 내가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인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기에 (심리와 철학의)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나를 알고자 노력한다고 할까? Donald Rumsfeld가 말한 unknown unknowns(알려지지 않아서 모르는 것들)이 아니고도 알려진 것들 조차 제대로 내가 알고 있다고 (known knowns)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ㅜ. ㅜ

이 책이 내게 어려웠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위와 같은 나의 의도로, 심리 서적인줄 알고 시작했는데, 궁극적으로 이 책은 인지 심리학자가 행동경제학을 다룬 내용이고 작가는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기에 이 책은 4부로 넘어가며 내게 엄청난 도전을 주었다. 심리 부분을 다룰 때는 너무나 감동하며 읽었는데, 각종 행동경제, 정신물리 관련 실험을 나열한 것 같은 4부는 고역이었다. 내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읽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처음으로 시도한 ‘독서 실험’때문이다. 즉 2권의 책을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독서의 묘미를 위해 다음에 리뷰를 쓰게 될 Jane Eyer를 동시에 읽었다. 즉, 비문학을 읽으며 문학을 읽은 것이다. 전제는 Jane Eyer를 중학교 때 한글로 읽어 대략 내용을 기억하기에 엄청난 방해가 안되리라 짐작했다. 처음에는 둘 다 다른 재미가 있어서 독서의 즐거움에 시너지 효과를 내었으나, 비문학인 Thinking, fast and slow가 어려워지면서 문학인 Jane Eyer에 더 손이 가서, 비문학 후반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나의 ‘독서 실험’은 무모했다.

Sparks of Genius(생각의 탄생 by Root-Bernstein)란 책에서는 직관(Intui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었다. 이 책에서도 직관(Intuition)과 사투를 벌이지만 다른 개념이다. 책 전반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intuition(직관), bias(편향), cognitive ease(인지적 편이), cognitive illusion(인지적 착각)이다. 즉, 인간은 결정과 선택시에 주로 직관을 이용하여 빠르게 생각하여 쉽게 속단을 하는 경향이 있어, 안다고 쉽게 이야기 하지만 궁극적으로 수 많은 편향과 착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언어에 대해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즉, know, intuition, premonition(예감) 이런 단어들을 우리가 잘 사용하지만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하느냐 묻고 있는 것 같다. ‘알아서, 느낌이 있어서, 예감이 들어서 생각하고 선택한거야’라는 것들이 얼마나 많이 틀릴 수 있으며, 많은 후회를 부르는가? 그 과정에서 감정(emotion)의 꼬리가 이성(rationality)의 몸통을 흔들어 수 많은 편향을 일으키지만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책 제목과 연관시켜 보면 작가는 System 1과 System2라는 가상의 자아를 만들어서 우리 안의 System1은 직관적으로 빠르게 생각을 하고, System2는 System1을 감시하고 통제를 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적인 게으름을 피워 느리게 생각하기에 우리는 System1을 이용하여 주로 결정과 선택시에 수 많은 편향이 일어남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수 많은 편향의 심리학적 용어가 등장한다.(confirmation bias, priming effect, availability bias, halo effect, anchoring effect, sunk-cost fallacy)... 심리학자들은 용어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부족한 인간에게 일침을 놓는 흥미로운 부분은 평균으로 회귀현상(regression to the mean)이었다. 19세기 Sir Francis Galton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그는 부모의 키가 큰 경우 자녀의 키가 작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해당된다. 골프 선수가 오늘 잘 한 경우 내일은 못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평균회귀 현상은 불가피하게 일어나는데 설명도 이해도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상관관계를 찾아 정확하게 왜 그런지를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과학자나 심리학자들에게는 마주치기 불편한 이론이다. 인과관계가 없다면 무엇이 작용한 것인가? 작가는 운(luck)이라고 했다. 결국 인간이 잘 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그 상황에 운이 작용했을 뿐이라 했다.

여기에서 또 인간의 겸손을 요구한다. 나도 놀란 것이 예전에 내가 직장에서 잘 끝낸 프로젝트에 대해 동료들은 나를 향해 유능하다 했다. 물론 그걸 인정할만큼 교만하지 않았으나 적어도 난 ‘내 노력의 결과’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 조차 교만인걸 알았다. 실제로 나의 프로젝트가 그 당시 어디 한 곳에서라도 잘못되거나 에러가 났을 경우 난 실패했을 것이다. 결국, ‘난 운이 좋았을 뿐이야’라고 말했어야 했다. 이런 행운의 작용은 지난 번 읽었던 The Tyranny of Merit에도 여러 번 언급이 있었다.

작년의 나의 개인적인 일을 돌아보게 하는 심리테스트가 있었다. 나는 문외한인 주식을 예로 들었다. A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B사의 주식을 사서 값이 떨어진 경우와 A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B사의 주식으로 옮겨타지 않아서 값이 떨어진 경우, 어떤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후회를 하는가였다. 물론 나도 전자였다. 즉 사람들은 기본값(처음에 가지고 있는 상태)에 머물러서 아무것도 안했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괜히 했어’하며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작년에 괜히 일을 벌여서 안해도 되는 일 때문에 내 발등을 찍었다고 얼마나 후회와 회한이 많았는지 모른다.

우리 안의 또 다른 자아인 경험하는 자아(experiencing self)와 기억하는 자아(remembering self)중 기억하는 자아의 폭력으로 인해, 그 당시 경험시에는 행복했음에도 과정이나 지속 기간은 무시하고(Duration neglet), 좋았던 것이나 결과 중시의 규칙(Peak-end rule)에 의해 나의 시도나 노력 과정 자체에 대해 후회하는 ‘결과 편향( hindsight bias/ outcome bias)’인거 안다.

그런 편향을 가진 나에게 작가는 다음과 같이 나를 위로한다. 후회에 취약함이 인간이 적응해 나가야 하는 삶의 사실이다(Susceptibility to regret is a fact of life to which one must adjust). 후회도 평생 내가 안고 가야하는 불편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OVID-19에 대한 백신을 기다리듯, 심리학적 면역 체계를 갖추고 정신 근육을 견고히 하기 위해 심리 서적에 꾸준히 매력을 느껴 왔는데 이번에는 책을 읽은게 아니라 ‘공부’를 한 느낌이다. 물론 시험을 치뤘으면 낙제했을 것이다(뒷 부분을 잘 이해 못해서). 그럼에도 불편한 나의 수 많은 편향을 재 확인하고 겸손으로의 촉구에 대한 경종을 들은 것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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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26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 재밌네요. 통계에서의 regression이 마치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경험하는 자아는 결과에 편향되어있는 기어하는 자아에게 매번 굴복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긴해요. 경험하는 자아여...힘을 내거라! ㅎㅎ

serendipity 2021-01-26 09: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ㅜ 경험하는 자아가 힘이 없고, 늘 기억하는 자아에 제가 휘둘려서 감사가 줄어드네요 ㅜ 소중한 글 감사해요^^

guideme 2021-09-1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공감되기도하고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