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aline (Paperback, 10th)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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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으나 읽지 않았다. 늘 책을 들고 다녔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연말이 다가오며 올해 내가 목표한 독서량에 미치지 못한걸 알기에 한 권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그러나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나는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려는 습성이 있다. 결국 나의 독서 습관을 해친 것은 게으름과 일중독이 아닌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늘 바쁘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지만 정작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라도 오래 오래 아날로그 독서가로 남고 싶었는데 올해 나의 독서를 해친것은 유투브 시청 때문이었다. BTS 중독이 되었다가 요즘엔 선거때문에 관련 유투브를 보느라 많은 시간을 쏟다보니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하더라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내년 3월까지 이대로 가다가는 책사랑에 빨간불이 켜질테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중독성이 너무 강하고 시간 가는 둘 모르게 나의 눈과 귀가 포로로 잡혀 있으니 책이 뒷전으로 밀렸다.

물론 나는 당연히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수동적 청취만으로 시간을 보내며 능동적 생각키우기 활동인 독서를 게을리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결국 나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비록 독서를 하며 잠을 설친 육체의 피로는 단단해진 나의 정신근육이 보듬어줄 수 있었으나, 유투브 시청으로 보낸 시간들은 반드시 그러하지 못했다.

폰중독이 남의 일일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나 자신의 부끄러운 민낯이 되면서 어느 순간이든 타인을 향한 판단과 평가를 보류해야함을 깨닫게 된다. 최근 6년간의 독서량을 볼 때 올해가 가장 저조한 상태이고 그래서 그런지 고민거리도 많았다. 무엇이 나의 길인지, 어떤 삶이 유의미한 것인지, 나는 어떤 기다림 속에서 살고 있는지가 코로나 속 나의 화두였다. 어쩌면 평생의 나의 화두인지도 모르겠다.

폰의 유혹외에 핑계를 대라면 나는 판타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평점이 높은걸 알고 구매했으며 다시 서핑을 해도 영화로도 매우 평이 좋은데 난 깊이 빠지지 못했다. 책 앞에만 서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기에 깊이 몰입하지 못하고 감동이 적음은 책 탓이 아니라 부족한 독서가인 나를 탓하는 버릇이 있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폰과 책은 양립할 수 없음을 깨달았으니 둘 사이 거리두기를 통해 다시 책사랑을 회복하자. 원래의 못된 습관에 다시 빠질까 두렵지만 용기를 내자.

부모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무서웠지만 용기를 낸 Coraline을 생각해 보자. 무서운걸 알지만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이 진짜 용기라고 했다. (P. 57 When you are scared but you still do it anyway, that’s brave.) 현실에서 두려움에 쌓여 자신의 습관을 고치기위해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알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루틴에 갇혀 있는 비겁한 어른들을 위해 판타지 동화물이 쓰여지는 것인가? 세상은 온통 배움의 전당이고, 연말에는 유난히 경종이 크게 울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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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12-3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앞에 서면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ㅎㅎ 너무 공감가서 피식 웃었어요 ㅋㅋㅋㅋ
폰으로 책을 읽으시는 건 어떠신가요?

serendipity 2021-12-31 20:53   좋아요 0 | URL
네 ㅋ 귀한 조언 잘 고민하고 새해에는 다시 독서삼매경에 빠져야겠어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