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과 광기의 정치
유창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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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진중권 3부작을 읽은 후 더 이상 이런 류 책을 돈 주고 사 읽을 생각이 없었다. 관련 기사나 페북글들을 하도 읽었거니와, 이제는, 선관위의 말대로 '국민이 아니까', 흐름이 바뀌어기에 이런 책을 '내가' 구입함으로써 민심을 표출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진중권이 화살받이가 되어 상황을 정리한 마당에, 뒤늦게 민주당의 위선을 비판하는 책을 내는 지식인들의 모습은 상술로만 보였다.


유창선의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그냥 그의 페북을 팔로우해서 읽기 때문에 그 의리 정도로 해두겠다. 게다가 그는 뇌종양 수술 직후였으니 책을 쓸 상황도 아니었을 터.


이 책의 내용들은 더 이상 새롭지가 않다. 문재인, 유시민, 김어준, 조국, 추미애라는, 더 이상 OOO이고, OO하며, OOOO한 이들을 비판하고 있기에 출간이 시기적으로 늦었다(OOO 등은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선관위의 판단으로 유추 가능함). 진중권 3부작의 이후를 다룬다는 최신 업데이트 정도의 의미는 있겠다. 몇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도 않고 반복되고 있어 단순 칼럼 모음집 같다는 느낌이다. 


다만, 7080년생들의 출현을 독려한다는 점과(진중권도 노땅들의 퇴장과 참신한 정치신인들의 등장을 주장하고 있긴 하다, 페북으로),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른 지식인들을 인용한다는 점이 이 책이 갖는 가치라 하겠다. 알베르 카뮈와 움베르토 에코의 글들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의 말과 같이 21세기에 걸맞는 젊은 리더가 도래하길 희망하지만, 일단 이번 보선에서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밑거름 삼아, 다음 대선과 지선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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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 한국 보수를 향한 바깥의 시선
진중권 지음 / 동아일보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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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논객 진중권이 주간동아에 10여회 연재한 '대안으로서 보수의 재건' 주제의 칼럼 모음집이다. 한국일보에 연재한 '트루스 오디세이'와 달리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묶은 것 같다. 건진 건 부록으로 실린 김종인과의 대담 정도.

책 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두가지이다.

1. 보수 생존 방안. 철지난 반공주의, 시장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있고, 정부 수립 이후 항상 '갑'의 지위에 있어왔기에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착각한다는 것. 현실은 땅 속에 들어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운동권들이 김대중-노무현 때 인터넷-벤처로 진출한 동년배들과 함께 사회 주류로 자리잡았음에도. 이는 최근에 읽은 강원철 교수의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의 분석과 통하는 면이 있다. 영국 보수당은 300년을 유지하는데 있어 구 체제의 유지를 목표로 하지 않고,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젊은 보수주의자들을 양성하고, 교육, 사회보장제도 등 진보진영의 아젠다를 선점함으로써 프랑스와 같은 대혁명을 피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국왕중심의 의원내각제, 귀족으로 구성된 상원 등). 진중권도 박정희 사회보장제도, 이명박 시내버스운영체계 등을 통해 보수도 진보아젠다를 끌여들이는 등 유연성을 발휘하라고 조언한다.

2. 싸움의 기술. 586 운동권 출신은 선전-선동의 도사이고, 프레이밍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니, 상대방의 프레임에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공격할 것. 구 보수는 언제나 갑이었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본인들의 문제가 왜 문제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이다. 오거돈-박원순 등 일련의 사건으로 민주당의 도덕적 우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 민주당의 주장을 점검하여 민주당 정책 전부가 아닌, '내로남불' 부분을 국지적으로 공격하면 지지를 얻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지금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고, '존경받는 보수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 관련 책들을 뒤적이고 있는데(그렇다고 지금의 국힘을 찍을 건 아니고), 이 책이 다이제스트로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 읽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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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 한국 보수를 향한 바깥의 시선
진중권 지음 / 동아일보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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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뜨자마자 주문함. 주간동아에서 읽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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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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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교과서 상으로 영국과 미국의 정치체제를 배울 때, '대통령제는 미국에서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의원내각제는 영국 의회정치의 오랜 역사의 산물'이라고 배웠다. 이상한 말이다. 그럼 그 나라의 정치체제가 역사적 산물이지 뭐란 말인가? 우리나라의 공화국 체제야 식민지라는 단절기간을 거쳐 미국으로부터 유학한 이들이 권력욕을 위해 이식된 시스템이라고 치더라도, 독일이든, 프랑스든, 일본이든 자기 나라의 현실에 부합하는 정치체제를 도입한 것이 아닌가?  미국의 영향력 하에 놓인 우리는 4년마다 뉴스를 점령하는 복잡다단한 미국의 대통령 선거 방송을 보면서 대통령제가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영국은 총리가 COVID-19에 감염되고 나서야 그 이름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이 적어서 '의원내각제가 영국 의회정치의 오랜 역사의 산물'이라는 명제는 최근까지도 나에게 수수께끼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시민혁명(청교도혁명) 부터 2019년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준비까지, 역대 보수당의 당수와 총리의 역사를 차근차근 서술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듯한 영국 정치제도의 변천사를 읽을 수 있다. '변화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듯한'이라는 말은 영국 왕실의 권위, 귀족들로 이루어진 상원, 유럽통합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영국'이라는 국가적 정체성 등이 도도히 유지되고 있다는 데 대한 경이로움이다. 나아가 전후 '자유당'이 몰락하고 '노동당'으로 대체된 것에 비해 '보수'라는 아이덴티티 뿐 아니라 '보수당'이라는 명칭이 300년, 적어도 200년 이상 존속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다. 영국 의회정치의 역사, 의원내각제의 역사는 곧 보수당의 역사인 것이다.

 

더욱 대단한 것은 영국역사에서 자유당이나 노동당이 집권한 시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세기 노동당이 안정적으로 통치하던 시기는 토니 블레어의 10년 뿐이었다. 그 이전에는 글래드스턴 정도가 족적을 남긴 자유당 수상으로 기억된다. 보수당은 거의 모든 시기에 집권하거나 연립내각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이 긴 영국역사를 읽는 동안 보수당이 '궤멸' 수준에 이른 건 대처와 메이저 총리 직후, 10몇년에 걸친 장기집권과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추진에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꼈을 때였던 것이다.

 

이러한 보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다. 시대에 걸맞는 유연성. 영국의 보수은 절대로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과거에 토리당이 성립했을 당시의 보수는 전통 지주계층이었다. 이것이 시대가 변하면서 그들은 상공인으로, 자본가로 변신해왔다. 혁명을 통해 귀족이 부르주아로 대체된 이웃 프랑스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영국의 보수/기득권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시민계급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모색했다. 복지제도 주창을 노동자 계급이 먼저 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기꺼이 수용한 것은 보수당이었다. 반동 정치도 없었다. 앞선 정부의 조치를 뒤집는다거 하지는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보완해 나갔을 따름이다.

 

한편으로, 의회정치의 역사에서 그들의 성숙한 정치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일단, 특정 정책에 자신의 신임을 결부시키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그러하다. 여야를 불문하고 내로남불이 난무하는 우리정치를 보면 저 평범한 원칙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대처는 지지율 폭락이 아닌 변화를 원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 물러났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고 온갖 말도 안되는 선동, 억지 폭로, 불법적은 방법을 서슴지 않고 선거를 이기고 집권을 늘리려는 자들을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책에는 아쉬움도 있다. 분명 대중을 위한 서적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지만, 영국의 정치제도를 알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 일례로 무슨 선거가 그리 많은지. 총리의 신임을 묻는 등의 사유로 선거가 셀 수도 없이 치러지는데, 심지어 총선을 13개만에 치른다거나, 1918년부터 1922년까지 5년 내 보궐선거만 14회나 치르기도 하는데, 그걸 보면 영국은 선거공화국이고 갑작스레 치러지는 선거예산은 또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반대로 전시기간에는 10년 동안 선거를 아예 안치르기도 했는데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불문법 국가라더니 그런게 선거법에 정해져 있지도 않은 건가? (책에 따르면 선거 주기가 5년으로 못박힌 건 2011년 관련법이 통과되면서라고 한다). 국왕의 역할도 아리송한데, 수상을 국왕이 임명하는건지, 수상이 사임을 결정했을 때 국왕이 다수당에 내각 구성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등 우리네 상식으로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제도를 읽는 이들의 과제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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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동권 출신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서 보수를 다시 생각하고 있고, 그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안하는 책들을 찾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선택했다. 촛불혁명으로 한국의 보수(라고 쓰고 수구라고 읽는다)는 사망선고를 받았고, 2020년 4월 총선을 통해 압살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 영국의 자유당처럼 되지는 않았기에 기회는 있다. 유연하라. 시대의 목소리를 들어라. 경직된 대북관과 교조주의적 친기업정책, 철지난 시장만능주의에서 탈피하라.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반동세력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한 이는 보수당게는 거의 불가능한 주문이다. 그렇기에 이해찬이 말한 '20년 수권정당'이 꿈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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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품격 - 과학의 의미를 묻는 시민들에게
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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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흔히 보는, 과학이론에 대해서 상세히 기술하는 그런 어려운 책은 아니다. 가볍지만 생각하면서 곱씹을 만한 과학에세이이다. 여기서 과학은 자연과학만을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심리학 등 사회과학까지 포괄한다. 나아가 인문학, 경제학, 미디어까지도 부분부분 건드리고 있어 저자의 폭넓은 오지랖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과학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라는게 책을 들었을 떄 첫 의문이었다. 일단 과학과 평범한 사람의 관계 맺기를 하여 따뜻한 온기와 인간의 숨결로 가득한 과학기술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을 읽어보니 그 말도 맞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학은, 특히 자연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는 것이 오랜 통념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소개하는 자연현상에 우리의 삶과 연관지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가 나아가고자 할 제시하거나, 미지의 것이면 4차원적(?) 의문을 던진다. 과학은 가치를 지향하는 인간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이 인류의 종말과 생명의 파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두 함꼐 고민하자는 것,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 책은 '지식 큐레이터'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저자 자신이 읽은 책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책 큐레이팅의 성격도 지닌다. 대부분의 챕터가 자연-사회 현상을 설명하면서 그에 대한 분석을 담을 책을 함께 소개하는데, 모두 번역이 된 책들이다. 의도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은가. 그 중에는 (돈 없고 시간 없음에도) 읽어보고 싶어지는 게 꽤 있다.

 

현상에 대한 예리한 시선, 기발하게 던지는 질문들, 문득 웃음짓게 하는 유머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좋다.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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