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배신 - 좌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대한민국 경제 사회 정책의 비밀
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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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조국흑서'의 경제편이라고 해도 될 만큼(물론 그보다 훨씬 먼저 나온 책).

 

정통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의 형식을 빌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금 정부의 '퍼주기식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막연하게는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논리와 근거들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1부는 각론으로 정부의 대표적 6개 정책의 문제점을 들춘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국민연금, 정년연장, 신산업정책이 그것이다. 가장 깔 게 많은 부동산정책은 그것이 4월 총선 이후 시행되었으므로 여기서는 빠져있는데, 저자가 국회의원 당선 후 5분 연설을 통해 비판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6개 정책을 비판하는 데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득권', '강성노조', '정부역할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정책별 비판의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정부가 강성노조와 결탁하여 그들이 주창하는, 그들의 기득권을 묵인하는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경제에 부담이 되고, 나아가 미래세대의 일자리 및 소득을 제한하고 부담은 늘려준다'는 것이다. 2016년 촛불은 강성노조들의 항쟁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성립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이리라.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것이다.

 

2부는 일종의 일반론으로, 복지와 분배 및 재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파트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시사점이 많다. 첫째, 코로나 이후 거론되는 기본소득을 다루고 있는데, 기본소득의 기원,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유럽이 실험중이라고 소개되는 기본소득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둘째, 모 유력정치인이 주장하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국채비율 40%'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논증하고 있다. 일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2016년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고 했다가도, 2019년 재정전략 회의에서 확장재정을 주문하면서 국채비율 40% 마지노선의 근거를 물었다는 얘기들 들려준다. 뭔지 모른다는 거다.

 

이 책의 매력은 논리적으로 명쾌하다는 점이다. 또, '좌빨', '중국', '베네수엘라' 같은 선동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차분하게 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한 도시,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이 정도 지적 배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다.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철저히 노사 간 대립 구도로, 오직 노조와 이를 묵인하는 정부만이 문제라고 본다. 기업의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둘째, 대안이 조금 부족하다. 까는 건 누구든 다 한다. '정부가 왜 노조편을 들어, 국민편을 들어야지'. 맞는 말이긴 한데, 저 거대한 강성노조 또는 기득권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것이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얘기만 있을 뿐 액션플랜은 서구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학자의 한계랄까.

 

셋째, 가장 조심하여야 할 부분은, 이승만에게 후한 점수를 준 점. 이영훈 류의 소프트 버전이 아닌지 의심된다. 저자는 1950년대 초 토지개혁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여, 이후 우리나라에서 분배가 건강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별다른 근거나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이승만식 토지개혁에 대해서 역사학계는 다른 해석을 내려놓은 것으로 안다. 독자들이 향후 독서를 통해서 각자 판단할 일이고, 이 책을 가시를 발라내듯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이 내용들을 반박하는 책이나 텍스트가 나오길 바란다. '토착왜구', '본질은 검찰개혁' 이런 거 말고 제대로 된.

우리나라는 지금 전환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환이 요구되는데도 힘껏 버티는 전환 저항기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래전에 합리성을 잃어버린 각종 규칙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그것을 유지시킴으로써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에서 누구를 희생시켜 누구의 이해를 추구하는지를 덮는 논리도 잘 개발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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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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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뷰를 어디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을 수 있기에 책 그 자체가 나의 리뷰이다. 2018년 트럼프를 까기 위해 제시된 논거들이 2020년 총선 이후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해준다. 

 

전체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네 가지 주요 신호에 2020년 대한민국과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에 대입해서 쓰다가 모두 지웠다. 강준만처럼. "거의 다 해당"되어서.

 

책에 나온 몇몇 문장들로 리뷰를 대신한다.

지금까지 두 가지 기본적인 규범이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미국사회의 견제와 균혀을 유지해왔다. 그 두 가지 규범이란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ntion)과 이해(understanding), 그리고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forbearance)를 말한다.

1933년 1월 말 서로 경쟁하던 보수주의 정치인들은 ‘뭔가 타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회동을 가졌고, 한 가지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것은 대중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아웃사이더 인물인 히틀러를 수상 자리에 앉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히틀러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그의 높은 인기는 어떻게든 이용해야 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를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히틀러와 무솔리니, 차베스 모두 흡사한 여정을 거쳐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그들 모두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기술이 있었을뿐만 아니라, 기성 정치인들이 경고신호를 무시하고 권력을 쉽게 넘겨주거나(히틀러와 무솔리니), 혹은 정치 무대에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주었기(차베스) 때문에 권좌에 오를 수 있었다.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며, 때로 그들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권력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의 인기를 얻었을 때 기성 정치인들은 힘을 합쳐 그들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한다...(중략) 간단하게 말해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문지기(gatekeeper)인 셈이다.

포퓰리스트는 기성 정치에 반대한다. 그들은 자신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부패하고 음모를 꾸미는 엘리트 집단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존 정당 체계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기성 정치인들을 비민주적이고 비애국적인 자들로 매도한다.

잠재적 독재자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사회를 지켜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의지가 아니라 민주주의 문지기, 다시 말해 미국의 정당 체제였다.

구속력 있는 프라이머리는 분명하게도 더욱 민주적인 방식이었다. 그런데 혹시 ‘지나치게‘ 민주적인 방식은 아닐까? 대선 후보 지명을 오로지 투표자의 손에 맡겨둠으로써 구속력 있는 프라이머리는 정당의 문지기 역할을 약화했고, 동료에 대한 평가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아웃사이더에 문을 열어놓았다... (중략) ... 두 유명한 정치학자는 프라이머리가 정당에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거나 공허한 공약을 해도 잃을 게 없는 극단주의자와 대중선동가의 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당 문지기의 힘을 위축시킨 또 다른 요인으로 대체 언론, 특히 케이블 뉴스와 소셜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오로지 소수의 주류 언론에 의존해야 했던 반면,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는 보다 쉽고 빠르게 인기와 대중적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게 되었다.

붕괴의 과정은 대개 말로 시작된다. 대중선동가는 비판자를 적이나 체제 전복자, 심지어 테러리스트라며 도발적으로 비난한다.

대부분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시민들 대부분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어쨌든 선거는 주기적으로 실시된다. 야당 정치인은 여전히 의회에서 활동한다. 신문도 그대로 발행된다. 그러나 민주주의 붕괴는 특히 초반에 단편적인 형태로 일어난다. 개별적인 사건만 놓고 본다면 어느 것도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독재자의 시도는 종종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 독재자는 의회 승인을 얻고, 대법원으로부터 합법 판결을 받는다. 가령 부패와의 전쟁, 부정선거방지법, 민주주의 의식 개선, 국가 안보 강화와 같은 시도는 대부분 합법저기며, 심지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노력으로 비춰진다.

독재 정권은 종종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혐의로 소송을 함으로써 반정부 성향이 강한 언론을 ‘합법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게 막는다.

독재 정권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독재자는 헌법과 선거 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제도를 바꿈으로써 저항 세력을 약화하고, 경쟁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운동장을 기울인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종종 공공의 선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다.

선출된 독재자는 심판을 포획하고, 정적을 매수하거나 무력화하고, 게임의 법칙을 바꿈으로써 권력 세계에서 중요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 그들의 시도는 언제나 점진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제주의로의 흐름이 항상 경고등을 울리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민주주의가 해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 변화가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중요한 아이러니는 민주주의 수호가 때로 민주주의 전복의 명분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무한히 이어지는 경기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경기가 이어지려면 선수들은 상대를 완전히 짓밟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처럼 상대를 적대시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 팀이 떠나면 더 이상 경기는 없다. 이 말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자제하여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워싱턴은 평생에 걸쳐 "권력을 기꺼이 내려놓음으로써 권력을 얻는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중략) 역사가 고든 우드는 이렇게 지적했다. "새로운 공화국을 굳건한 기반 위에 세운 단 한사름을 꼽으라면, 그는 단연코 워싱턴이다."

전쟁으로서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공화당이 1994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부터다. 하원 의장이 된 깅리치는 ‘타협 불가‘를 당의 방침으로 정했다. 이는 이념적 순수성을 당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신호로서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승리를 추구하고 자제의 규범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의미였다. - P191

‘해머(Hammer)‘라는 별명의 딜레이는 깅리치와 함께 무자비한 당파 공격을 추구했다. 그리고 공화당의 K. 스트리트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 프로젝트는 공화당 사람들을 로비업체에 집어넣고, 공화당 인사를 지지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입법 활동을 마무리한 성과에 따라 로비스트에게 보상을 하는 방안이었다. 공화당 하원 의원 크리스 셰이드는 딜레이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요약했다. "불법만 아니면 뭐든 괜찮다."

부시는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파 간 전쟁은 그의 임기 8년 동안에 더욱 심화되었다. 부시의 취암에 앞서 딜레이는 그 대통령 당선자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조언을 전했다. "민주당과 협력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통합이나 분열의 지도자라는 말도 이제 아무 의미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는 관용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아니라 극단주의와 정쟁의 시대로 흘렀다. 극단적인 보수 진영의 저자와 라디오 및 TV 평론가, 블로거들은 오바마의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티파티(Tea Party)는 오바마 취임 후 몇 주만에 조직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더 이상 이념적 ‘빅텐트‘가 아니었다. 민주당 내 보수주의 인사, 그리고 공화당 내 진보주의 인사가 사라졌고, 그에 따라 정당 간 공통분모도 줄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판에 해당하는 법 집행, 정보, 윤리, 사법기관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냈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FBI, CIA,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정보기관의 수장들을 불러 개인적인 충성을 요구했다. 명백하게도 그것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난 러시아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트럼프의 가장 악명 높은 규범 파괴는 아마도 그의 거짓말일 것이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국 정치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공화당 자문위원인 휘트 에어스(Whit Ayers)가 언급했던 것처럼 신뢰를 얻고자 하는 후보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되며" 또한 "거짓말은 절대 금물이다." - P248

트럼프는 자신이 했던 거짓말에 대해 많은 대가를 치르지는 않았다. 시민들이 점차 개인의 당파적 입장을 기준으로 정보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정치와 언론 환경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임기 1년 동안 그를 거짓말쟁이로 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거짓말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에게는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선출된 지도자의 행동에 관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다면 미국 시민은 선거권을 올바로 행사할 수 없다. - P249

1993년 뉴욕의 민주당 상원 의원이자 전직 사회학자였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Danial Patrick Moynihan)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인물에 대처하는 인간의 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통찰력 있는 주장을 했다. 모이니핸의 설명에 따르면 불문률에 대한 위반이 계속해서 일어날 때 사회는 ‘일탈의 범위를 축소하는‘, 다시 말해 기준을 하향조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비상식적으로 보이던 행동이 정상적인 행동으로 바뀌는 것이다. - P251

트럼프 취임 후 미국 사회는 정치적 일탈을 정의하는 기준을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의 일상적인 모욕과 괴롭힘, 거짓말, 속임수는 이러한 행동을 일반적인 행동의 범주로 넣어버렸다. 트럼프의 트윗은 언론과 민주당 인사, 그리고 몇몇 공화당 인사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트윗이 많아질수록 이에 대한 사회의 대응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모이니핸이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 일탈이 광범위하게 벌어질 때 사회 구성원들은 그 흐름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점차 자극에 둔감해진다. 지금 미국인들은 예전에는 스캔들이라 생각했을 사건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 P252

규범은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연성 가드레일이다. 규범이 무너질 때 용인 가능한 정치 행동 범위는 넓어지고, 민주주의를 파멸로 몰아갈 주장과 행동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미국 정치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행동이 이제 고려해볼 만한 전술이 되고 있다. 물론 트럼프 자신이 헌법적 민주주의라는 강성 가드레일을 파괴한 것은 아니지만, 미래의 대통령이 언젠가 그러한 일을 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제주의 행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의회와 법원, 그리고 선거를 통해 저항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를 기반으로 트럼프가 실패하게 만들 수 있다면 미국 민주주의 토양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 P274

북유럽 국가들은 엄격한 자산 조사를 기반으로 한 제한적인 복지 정책이 아니라 보편적인 모델을 추구한다. 이러한 방식의 복지 정책은 정치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사회보장제도나 메디케어(Medicare)처럼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 정책은 사회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고, 미국의 다양한 유권자 집단을 연결하는 다리의 기능을 한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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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사기본기 1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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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후속권도 안 나왔는데 표지가 또 바뀌었어~! 먼저 사는 사람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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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바그너
오해수 지음 / 풍월당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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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꺼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브라이언 매기의 '트리스탄 코드'를 읽기 위한 준비작업 차원에서이다. 철학자가 쓴 바그너 철학책이라니 어렵다는 평이 자자해서 쉽게 시작하려고.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바그너의 생애에 관한 저서 중 두께만큼이나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그너빠다.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후기에 쓰고 있지만 그냥 기우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후세에 길이남을 엄청난 천재라고 찬양을 한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 '지나친 낭비벽에 색마'라는 이미지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로 가감없이 까고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그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부분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의 최고의 천재'로 묘사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떠올리게 한다. 천재적 재능으로 자신의 이상을 완수한 혁명가, 엄청난 채무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를 을로 만드는 센스로 평생 변제를 안하는 채무자, 유부녀를 밝히는 호색한. 내 주변에는 영웅이 없다는 게 천만 다행이다.

 

이 책은 반쯤은 평전의 성격을 지닌 에세이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바그너의 출생을 다루는가 싶더니 작품과 유산, 인물, 여성관에 대한 이야기로 개관하면서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러다 제9장부터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글쓰기 훈련을 받지 않았는지, 이상한 문장도 간혹 보이는데, 이런건 편집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내용이 좋다.  마치 바그너가 인생의 중반인 40이 넘어 출세한 것처럼. 망명, 평생의 후원자 루트비히 2세와의 만남, 바이로이트 극장을 건설하고 인생의 절정인 반지를 초연하기까지의 과정을 박진감 넘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아직 바그너의 오페라를 다 보지는 못했다.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등 아직 볼 계획이 없는 초기작품들을 제외하더라도, '로엔그린'과 '파르지팔'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아직 반 정도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언젠가 그의 작품들을 다 보고나서 다시 읽는다면 다른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 책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저자는 후기에서 '바그너의 작품'과 '바그너의 유산' 3부작으로 기획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책이 추가로 나오면 표지가 바뀌고 박스를 주는 우리나라의 출판관행을 생각하면 짜증날 일이다. 아마도 바그너 오페라 9개 작품에 대한 해설, 그의 후손들, 푸치니, 슈트라우스, 영화음악에 이르는 그의 영향력을 다루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나도 바그너의 작품들에 대한 지식이 쌓여 이해가 더 깊어져 있을 것이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참고한 서적의 양이 상당히 방대하다. 국내에는 바그너에 관련 책이 거의 없다시피하므로 일본책과 영문책이 대부분인 것이다. 네이버캐스트 등에 별다른 칼럼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열정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머지 책들도 매우 기대된다. Long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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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강양구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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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이니, 그런 말은 늘어놓지 않겠다.

그런 수식어는 되레 팩트와 논리를 지향하는 이 책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 같아서.

 

후딱 읽은 후기를 짧게 남겨보면...

 

1. 1~3장, 6~7장은 정치 얘기인데, 진중권 페이스북에서 많이 보던 얘기들이라, 그의 글들을 섭렵한 사람들이라면, 진중권 + 기타등등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시면 되겠다.

 

2. 4~5장은 조국일가와 사모펀드에 관한 내용이다. 평소 권경애의 페북이나 뉴스에 이 내용이 나오면 무슨 말인지 몰라 스킵하곤 했다. 재판부가 알아서 갈무리해주면 읽으려 했지. 그런데, 조국흑서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다. 조국이 왜 고위공직을 맡으면 안되는 것인지를 설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부인 정경심은 금융시장의 최순실을 꿈꾼 듯 하다. 이는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건데, 즉 돈이 굴러다니는 분야가 토건에서 금융, 주식으로 바뀐 것이다. 토건은 한나라당 시대의 정치인들이 많이 해처먹었고, 금융은 586 세대들이 해처먹고 있는 분야라는 것.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198명 중 조국이 유일하게 사모펀드에 가입하고 있었기에 권경애가 이에 주목했고, 주가조작, 무자본 M&A, 횡령 등의 의혹에 관련 시장의 케이스 스터디 소재로 생각했다고 한다. 현재 이것을 이해충돌로 보아 사람들의 고위공직 취임을 금하는 법률에 일정부분 공백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권경애와 김경율이 조국은 이런 자리에 있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 그러나 주식을 가진 자들이 권력을 갖게 되면 해당 정보를 통해 이익을 취하거나 주가조작할 유인이 충분한 만큼, 우선은 윤리 측면에서 이들의 공직 취임을 막아야 하며, 향후 법률 제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 있는 자들이 그렇게 해처먹고 있는데 법률 제정이 가능할까? 자기들한테 칼날이 들어오니 검찰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해 버린 정부와 여당이?

 

3. 주목할 만한 사람은 강양구 기자. 황우석을 깠던 의학전문기자 '개양구'로만 알고 있었고, 그 당시 나를 상당히 불편하게 했다. 이 책에서는 미디어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과 철학을 보여준다. 대담 형식의 책이기에 ㅎㅎ 하고 웃고 넘어갔지만, 토론상대로 맞붙는다면 진중권도 식은땀을 흘릴 만큼 논리력을 갖추고 있다. 그의 페북에 주목한다.

 

4. 서민은, 그가 블로그에 남겼던 후기처럼 별 역할이 없었다.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열거하거나, 본인이 경험한 클리앙, 엠엘비파크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그친 거 보니, 고백대로 대담 후 내용을 끼워넣은 것 같다. 별을 하나 뺀 이유. 그래도 지금 현실을 기생충 사회에 비유한 '나가는 말'은 재밌다. 그래도 그의 블로그는 재미있으니 계속 볼 것.

 

나처럼 문재인을 지지하던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그 주변세력들의 타락을 고발하는 내용들이 처음으로 책으로 출간되어 반갑다. 민주당의 미통당에 대한 윤리적 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 사건이 민주당만 있지 미통당은 더이상 없다. 그것은 미통당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 쪽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4.15 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지만, 윤미향 쉴드 쳐주는 게 그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 주변에서 후원금을 막 쓰는 사람을 봤기에  그들의 행태를 어느 정도 안다. 검찰개혁이라는 구호는 위선으로 보이기에 역겹기만 하고, '촛불'이라는 용어를 독점하려 드는 짓은 '태극기'를 독점한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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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8-3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이 책 리뷰를 보려고 계속 인터넷서점을 기웃거리는데, 제대로 된 리뷰가 거의 없더라고요. 일방적 찬양과 폄하 둘 중 하나고, 대부분이 책을 안읽은 분들이 남긴 것 같더군요. 근데 님의 리뷰는 책의 핵심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어서, 아주 반가웠습니다. 제가 한 일이 없다는 솔직한 평까지 남겨주셔서 리뷰의 신뢰를 더 높여주네요. 건승하시기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