왬! 라스트 크리스마스
앤드류 리즐리 지음, 김희숙.윤승희 옮김 / 마르코폴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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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조지 마이클의 노래는 30년 동안 누구보다 많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몇몇 뺴고는 알고 있는게 없었다. 그런 차에, 왬!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앤드류 리즐리의 회고록이 반갑기만 하다.


그간 그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1. 'Careless Whisper'는 조지 마이클이 10대 시절 습작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솔로로 발표한 곡으로 알았지만, 사실은 처음 작업부터 리즐리가 함께 했다. 


2. 마이클이 한창 인기를 누리며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다가 게이가 된 것이라 생각했다(고등학교 시절에는 둘이 동성애 파트너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10대 때부터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그가 어떤 파트너를 만났는지는 리즐리도 잘 모르는 것 같다(대중적으로 알려진 안셀모를 제외하면). 


3. 리즐리가 마이클의 천재성을 따라가지 못해 왬!이 해체됐다. 이 말은 반 정도는 맞는 말 같다. 첫 앨범 때부터 음악은 마이클이 완전히 장악하고, 작곡도 그가 전담한 것은 리즐리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처음부터 짧은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최고의 인기를 누릴 때 그만두고 싶어했다.


4. 마이클은 관중들의 갈채보다 음반 판매량, 차트 순위 등 객관적인 수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데이터들을 성공의 지표로 보았던 것 같다. 그가 솔로 2집의 실패 아닌 실패 후 소니를 상대로 기나긴 소송을 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그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왬!과 조지마이클의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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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전쟁 - 다이아몬드부터 컨테이너까지
안선주 지음 / 골든타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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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포지션이 애매하다. 1장~3장은 일상에서 접할 법한 표준 '이야기'이다. 4장~6장은 표준을 개발하여 등록하는 방법을 세세히 전하고 있다. 7장은 정부 R&D 분야 표준정책에 대한 소개이다. 전반적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읽는 재미는 부족하다. '표준전쟁'이라는 제목도 사실 어울리지는 않고, 표준 개설서 정도 느낌이다. 정독을 요하지는 않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7장이 유용했는데, 필요한 국가표준정책 정보를 찾는 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표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사람, 표준 등록 방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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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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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작가 목록에 피터 자이한은 가장 높은 순위에 위치한 사람 중 하나이다. 세 권에 전작에 이어, 이 책 역시 하늘이 내린 지리적 환경에 따라 '어쩌다 강대국'이 된 미국이 세계 질서유지에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지면서 '패권의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국가의 연합은 해체'되고 마침내 '세계의 종언이 시작'됨을 여러 분야에 걸쳐 분석하여 논증하고 있다.


저자가 집중적으로 까는 나라는 중국과 독일로 보이는데, 그것은 개인적인 감정 보다는 지리상 인구구조상, 에너지수급체계 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대해 내린 진단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강조한다. 

나는 한국이 망하는 데 내기를 거는 게 아니다. 지난 75년 동안 한국이 망한다는 데 내기를 건 이들은 하나같이 내기에서 졌다. 한국이 망한다고 환호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부상해 모두를 놀라게 한 대단한 역량을 지녔다. 탈세계화의 난관을 헤쳐나갈 창의력, 기술, 집요함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갖춘 국민이 있다면 바로 한국인이다. 어찌 됐든 우리의 미래가 곧 한국의 미래다.


이렇게 존중을 표하고는, 본문에서 금융, 에너지, 산업자재, 제조업, 농업 등 각 분야의 위기국 목록에서 우리나라를 중국과 독일보다는 약간 앞선 순위(=절대 위기)에 두고 있다.


저자는 한국이 이 위기를 타개할 해법도 제시하는데, 영 껄끄럽다. 바로 '친일'이다. 일본도 인구구조가 붕괴하긴 마찬가지이고, 내수보다는 수출로 유지되는 경제체제라는 점,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자제를 수입에 의존하는 점 등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와의 결정적 차이는, 일본은 세계 2위의 군함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중동에서 일본까지(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석유를 들여오는데, 해적이라든가 남중국해 등 적대적인 국가(특히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간 치안 유지를 담당했던 미국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체 해군력으로 가능하다고 본다(전세계에서 유일하다). 우리의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체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만은 일본과의 협력을 바란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자는 식민지배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고, 한국인들이 일본에 얼마나 적대적인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전망이 상당히 어둡다고 본다. 한국어판 서문에 말은, 결국은 '그럭저럭이라도 살고 싶으면 일본이랑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돌려 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민주당 정권과 같이) 몰락하는 중국과 친교하고 일본과 단교한다면?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말한다. 매우 섬뜩하다. 몇몇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는 농업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져, 대기근에 시달리고 인구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인류가 그랬듯,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멜서스의 인구론이 틀린 것으로 밝혀졌듯이, 부디 그의 예측이 잘못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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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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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의 성공과 좌절, 복권의 과정을 재미있게 읽었다. 유대인의 생애를 같은 유대인들이 평전 형식을 빌려 확산한다는 게 그들의 힘인 것 같다. 루스벨트에게 바친 그의 추도사를 그에게 돌려준다. "인간은 믿음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한 인간이 믿는 바가 바로 그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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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 이승만 평전 - 카리스마의 탄생 한국근현대학술총서 - 한국 근대 전환기 민족지도자 연구 1
이택선 지음 / 이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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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지금 40~50대에게 이승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든 건 각급 국사교육, 대학의 선배들, 그리고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이 아닌가 한다. 끝없이 권력욕을 추구한 인간, 어느 조직에 가건 꼭대기에 앉아야 했기에 그 조직을 두쪽으로 만든 사람, 한반도 분단의 원흉, 전쟁이 발발하자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방송을 내보내고 혼자 내튄 국가 원수, 4.3항쟁, 거창 양민 학살사건, 조봉암 법살, 부산정치파동과 사사오입개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생각보다 그에 대한 텍스트를 읽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접한 게 박시백의 『35년』인데, 아시다시피 한겨레 출신의 진보성향이 강한 작가라, 이승만에 대한 묘사가 위에 나열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은 결론부터 말하면 '이승만에 대한 변론'의 성격이 다분하다. 이승만이 공격받는 부분에 대해 상당한 개인적, 역사적 맥락, 리더십 이론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책이 출간되고 월간조선에서 인터뷰를 했으니 공격받기 딱 좋을 터. 그래도 이 책이 괜찮다고 보는 건, 그를 '독부'로 칭하는 등 치우친 모습을 보이는 김삼웅의 저서도 상당히 인용했고, '구국의 영웅', '선지자' 같은 종교적 표현도 없다('외교의 신'으로 칭했는데, 그 맥락은 뒤에 설명한다). 마키아벨리스트이자 미국의 (후대에 미어샤이머가 제창한 이론인) '공격적 현실주의'를 몸소 여러 번 체험한 카리스마적 리더라는게 저자의 대체적인 평인 듯 싶다.


구체적으로 몇가지만 살펴보자. 이승만이 끝없는 권력욕을 보인 것은 사실인데, 그 배경에는 양녕대군의 십몇대손이라는 자부심, 맏이/독자(형은 어릴 적 사망했다)의 리더십 이론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명운-장인환 의거 당시 한인들이 변호를 부탁했으나 '개신교도로서 살인행위를 변호할 수 없다'는 일화가 유명한데, 박시백은 딱 거기서까지만 소개하는 반면, 이 책은 당시 논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미국인 살인사건이 터지자 모든 조선인들을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분위기 때문에 논문 심사를 거부당하고, 당시 아들도 사망했기 때문에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는 개인적 사정을 덧붙이고 있다.


전쟁 당시 거창 양민 학살사건과 국민방위군 사건은 최악의 실책은 맞은데, 책임자 몇몇을 사형에 처했고(나중에 승진시킨 이도 있긴 하다), 부산정치파동과 사사오입개헌 등 무리수를 둔 것은 후계를 노리던 자유당 이범석, 이기붕 등이 알아서 긴 것이며, 막판에는 판단력이 거의 흐려진데다, 경무관 등 '인의 장벽'에 둘러싸여 있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그의 업적인 토지개혁, 교육 정책 등은 까방권 인정. 그리고 전쟁 중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경제원조 등을 미국으로부터 이끌어내는 장면에서는 '허'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전후 방미하여 행했던 의회연설은 그의 인생의 백미였다. 그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그의 스승이었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그리고 해방 후 남한을 극동방위선에서 제외한 것은 미국의 실책이었다고 집요하게 지적한다. 개신교도이면서 미국 박사학위 1호였다면, 미국 앞에서 설설 길 법도 한데(역시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던 지금 대통령은 그렇게 한다), 엄청난 배짱을 부리면서도 필요한 것은 모두 취했다.


저자는 그의 몰락이 '카리스마적-변혁적 리더십'이 '거래적 리더십'으로 전환되면서부터라고 본다. 오랜기간, 어이에도 소속되지 않고 세력도 형성하지 않는 단독자를 고집하던 당시 그의 카리스마에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고 자발적 존경심을 이끌어냈다. 그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자유당'을 창당하고, 이기붕 등 측근들의 충성심을 '인위적으로' 유도하게 되면서, 간신배가 날뛰게 되고 이것이 그를 역사의 죄인으로'만' 남게 한 것이다.


이승만의 실책들에 대해 살짝 옹호한 느낌은 들지만, 이렇게 모든 내용과 맥락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공론화하면서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매우 좋다. '이승만주의'가 '태극기'처럼 오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이승만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진보사관과 이승만주의가 극단에서 대립하는 등 '역사전쟁'이라고까지 하는 꼴불견, 해방전후사의 인식, 재인식, 재재인식, 재재재인식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는 이 시리즈가 계속 편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창호, 김구, 여운형, 조봉암 등도 다루었으면 한다. 저자는 『죽산 조봉암 평전』도 집필했던데 비매품이어서 구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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