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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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작가 목록에 피터 자이한은 가장 높은 순위에 위치한 사람 중 하나이다. 세 권에 전작에 이어, 이 책 역시 하늘이 내린 지리적 환경에 따라 '어쩌다 강대국'이 된 미국이 세계 질서유지에 더 이상 관심이 없어지면서 '패권의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국가의 연합은 해체'되고 마침내 '세계의 종언이 시작'됨을 여러 분야에 걸쳐 분석하여 논증하고 있다.


저자가 집중적으로 까는 나라는 중국과 독일로 보이는데, 그것은 개인적인 감정 보다는 지리상 인구구조상, 에너지수급체계 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대해 내린 진단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강조한다. 

나는 한국이 망하는 데 내기를 거는 게 아니다. 지난 75년 동안 한국이 망한다는 데 내기를 건 이들은 하나같이 내기에서 졌다. 한국이 망한다고 환호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부상해 모두를 놀라게 한 대단한 역량을 지녔다. 탈세계화의 난관을 헤쳐나갈 창의력, 기술, 집요함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갖춘 국민이 있다면 바로 한국인이다. 어찌 됐든 우리의 미래가 곧 한국의 미래다.


이렇게 존중을 표하고는, 본문에서 금융, 에너지, 산업자재, 제조업, 농업 등 각 분야의 위기국 목록에서 우리나라를 중국과 독일보다는 약간 앞선 순위(=절대 위기)에 두고 있다.


저자는 한국이 이 위기를 타개할 해법도 제시하는데, 영 껄끄럽다. 바로 '친일'이다. 일본도 인구구조가 붕괴하긴 마찬가지이고, 내수보다는 수출로 유지되는 경제체제라는 점,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자제를 수입에 의존하는 점 등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와의 결정적 차이는, 일본은 세계 2위의 군함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중동에서 일본까지(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석유를 들여오는데, 해적이라든가 남중국해 등 적대적인 국가(특히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간 치안 유지를 담당했던 미국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체 해군력으로 가능하다고 본다(전세계에서 유일하다). 우리의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체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만은 일본과의 협력을 바란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자는 식민지배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고, 한국인들이 일본에 얼마나 적대적인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전망이 상당히 어둡다고 본다. 한국어판 서문에 말은, 결국은 '그럭저럭이라도 살고 싶으면 일본이랑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돌려 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민주당 정권과 같이) 몰락하는 중국과 친교하고 일본과 단교한다면?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말한다. 매우 섬뜩하다. 몇몇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는 농업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져, 대기근에 시달리고 인구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인류가 그랬듯,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멜서스의 인구론이 틀린 것으로 밝혀졌듯이, 부디 그의 예측이 잘못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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