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98일차 

 

훗날 사람들은  내가 척부인을 인간돼지 (彘: 체) 만든 일부터 나를 기억할 테지?

사건 이후 나는 악랄한 여자, 악독한 여자, 피로 권력을 지킨 냉혈한 황후로 여겼을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니야.

그러나 사람은 하루아침에 괴물이 되질 않지. 심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절망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분노로 바뀌고, 분노가 나를 잠식하는 순간이 오는거야. 이때는 이미 내 손에 칼이 쥐어져 있더라구.


나는 참고 견디다  황후가 됐어. 그런데 말이야,  황후의 자리가 곧 남편의 곁에 있다는 뜻이 아니더라구.황제 곁에는 늘 척부인이 있었어. 그 젊은 여자는 가까이 있었고, 난 멀리서 지켜 볼 수밖에 없었어.

여자의 질투라고? 그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내가 제일 미워한 것은 여자의 태도였어. 그 여자는 내 아들 유영(劉盈)  ()하고 자신이 낳은 아들 유여의(劉如意) 태자로 책봉해달라고 황제에게 간청한 거야. 척부인은 황제의 총애만 믿고 우리를 제거하려고 했던 거야.

 

분노로 몸을 떨지 않을 없었어. 내가 어떻게 유영을 키웠는데?  

전쟁 난리 속에서도, 항우의 손아귀 안에서도,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내가 끝까지 지켜냈는데...

이제 와서 감히 아들 위에 서려는 계집의 아들을 황제에 오르게 해달라고?

더구나 유방은 어느새 유여의가 자기와 닮았다고 말하고 다녔어.

요망스러운 여자의 말에 황제가 속았던 거야.

내가 두려워한 것은 여자에게 남편의 사랑을 빼앗기는 일이 아니야.

보다 문제는 아들의 자리와 목숨까지 함께 흔들리고 있었던 거야.

그동안 내가 어떻게 견뎌온 시간인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결국 나는 장자방을 찾아갔어. 무릎을 꿇고 유영을 지켜달라고 애원했지.

장자방은 뜻을 알고 *상산사호(商山四皓) 끌어 들였지.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태자는 폐위가 되었을 테지....

그래도 나는 안심하지 못했어. 척부인이 무슨 음모를 꾸며 다시 또 지 아들을 계승시키려고 할 지...

 

유방이 죽자 나에겐 이들 모자를 번에 죽일 기회가 왔어.

조나라 왕으로 있던 유여의를 장락궁으로 불러들였어. 내 아들은 황제에 올랐어도 마음은 나와 지 애비처럼 독하지 못해. 오히려 여의가 어리다고 형으로서 돌봐 주는 거야. 난 다급했지. 황제 모르게 처리해야 했거든. 그래서 황제가 사냥 나간 틈을 타서 독주를 먹여 죽여 버렸어.

황제는 몰라. 그 아이를 살려 두는 한 내 아들 유영은 결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없어.

이런 일은 애미에게만 보이는 법이 거든.


다음은 바로 척부인을 붙잡았어.

나는 그녀의 팔다리를 자르고, 눈을 뽑고, 귀를 자르고, 약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었어.

그리고 돼지우리에 던져 넣었지. 인간돼지로 만든 거야.

내가 잔인하다고? 그래. 그때의 내 눈에 그 여자는 더 이상 사람으로 보이질 않았던 거야.

여자가 팔다리를 가지고 했던 모든 짓을 멈추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잘랐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만들었어.

내가 미쳤다고? 난 복수를 한 거야. 단지 잔인하게. 척부인에게 당한 무시와 공포가 그들 모자를 그렇게 만든거야. 세상사람들이 날 욕해도 좋아. 패현 시절 여치는 예전에 이미 죽고 나, 여후만 남았어.

황후야.  이 궁궐 전체가 모두 내 뜻대로 움직여야해.

이상 나도 구석에 숨어 숨죽여  지내지 않을 꺼라고.

 

혜제(惠帝) 유영은 나중에 참상을 보고 우울증을 앓게 되었어.

어미가 행동이 사람이 짓이 아니라고 내게 소리쳤지.

아들에게 말을 직접들은 나의 마음은 찢어 졌지만 애는 정말 몰라. 내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사건 이후 혜제는 국정 일에 관심을 잃었어. 내가 대신 관여할 수 밖에 없게 되었어.

그러다 아들 혜제는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지.

어쩌면 애미의 업보를 받았다는 소문도 듣게 되었지.

아니야. 혜제가 죽은 게 나 때문이 아니야.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나 때문이 아니라고.

 

유영마저 죽고 나니, 내 주위엔 아무도 보이질 않아.

아무도 곁에 오지 않으려고 . 궁정안의 대신들은 모두가 날 무서워 해.

그래서 나는 유일한 친족인 여씨 집안을 궁중에 불러들이고 싶었어.

내게  남은 혈육은 여씨 친족만 남은 거야.

세상은 권력에 향한 탐욕이라 부를지 모르지.

하지만 내게 그것은 마지막 남은 피붙이를 붙드는 일이었어. 그래서 여씨 집안을 거침없이 궁안으로 끌어들였지. 그러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서늘한 그림자가 남아 있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저들은 모두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해.

내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두려워 . 개국공신들 조차도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

이제 두려워 하던 존재가 아니라 두려움을 주는 존재로 바뀐거야.

내가 그토록 무서워 했던 항우를, 여기 궁정에선 내가 항우가 된 거야.

항우가 주는 공포를 아주 알지.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숨을 턱 막히게 하던 공포 말이야.

지금 궁궐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바로 나야. 나는 드디어,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그 존재가 되어버린거야. 그래 난, 궁안의 항우가 된 거였어.

 

그런데 아쉽게도 나의 지독했던 천운이 다해가.  살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거든.

남편이 밖의 적들과 싸웠다면, 나는 궁궐 안의 적들과 싸워야 했어.

내가 죽게 되면, 내 유일한 피붙이인 여씨 집안은 어떻게 될까.

남편이 세운 나라는 계속 남을까. 아니면 진나라처럼 다시 혼란 속으로 무너질까.

내가 죽은 뒤의 일은, 또 다른 살아남은 자가 말해 주겠지.

 

By Dharma & Maheal  


:    *상산사호(商山四皓):  진시황의 폭정을 피해 산시성(陝西省) 상산(商山) 숨어 지내던 사람의 선비를 말함. 모두 흰 수염을 기르고 있어, 흰 호()가 쓰였음. 유방이 천하쟁패 시절, 상산사호를 모셔 오려고 했으나 도무지 모실 수가 없었는데 태자 책봉 문제로 여후가 어려움을 장량에게 상의하자 장량이 모셔와 태자 유영 곁에 세웠다. 이에 유방은 상산사호가 유영을 비호하는 것을 보고서는 척부인 아들 (유여의)로 교체할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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