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95일차

 

다리 위를 지나던 말이 갑자기 무엇에 놀랐는지 요동을 친다.

놀란 말을 진정시키는 사이 몸이 시커먼 사내가 다리 밑에서 불쑥 뛰어 올라왔다.

자객이다.

조양자, 이 칼을 받고 죽어라.

 

자객은 칼을 들어 말에 사람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말의 고삐를 잡은 자가 당황하는 사이 호위 무사들이 칼을 빼어 달려드는 자객을 막았다.

호위 무사의 활약으로 결국 자객은 잡혀서 말탄 조양자(趙襄子)에게로 끌려왔다.

잡혀 자객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졌으며 밖으로 드러난 모든 피부는 마치 문둥병 환자와 같았다.

이놈~ 누구냐?  어째서 날 해하려 하느냐.

 

조양자는 잡혀 자객의 흉측한 얼굴을 보는 순간 놀랐다.

자객은 예양(豫讓)이란 이름의 지백(智伯) 가신이었기 때문이다.

지백은 조양자의 정치적 정적으로 둘은 서로를 죽이고자 다투었으나 최종 승자는 조양자였다.

이에 예양은 죽은 자신의 주군 지백의 복수를 위해 조양자를 해치려 것이다.

예양의 지백을 위한 복수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예양은 조양자의 집의 뒷간에 숨어 들어가 암살 시도를 했으나, 조양자는 다행이 큰 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예양을 붙잡았다.

예양이 주군을 위해 복수하겠다는 기개에 감동한 조양자는 예양의 의리가 가상해서 살려 주었었다.

그런데 예양은 다시복수의 칼을 들고 나타났다.

그러자 조양자를 더욱 놀라게 것은 예양의 집요함보다, 옷칠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과 검게 변한 피부였다.

도대체 얼굴과 피부는 그렇게 되느냐?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얼굴과 몸에 옻칠을 했소.

 

이렇게 까지 해서 해치려 하는 거냐?

차라리 네가 내게 거짓으로 투항해서 신하가 되어 기회에 따라 몰래 복수하는게 쉽지 않겠는가?

 

아니오. 난 당신을 죽이려는 마음을 감추고 당신 신하가 될 생각이 없소. 그건 두 마음을 품고 주군을 섬기는 것인데 난 그렇게 할 순 없소. 난 세상 사람들에게 두 마음을 품고 주군을 섬기는 행위가 부끄러운 일임 세상에 알리고 싶소.

 

듣고 있던 조양자는 예양에 기백에 탄복하여 진심으로 예우를 다해 묻기 시작한다.

 

그대의 충심에 대해 조양자는 진심으로 탄복하오. 하지만 그대는 지백을 섬기기 전에 범씨와 중항씨를 섬기지 않았었나? 당시 그대가 모셨던 범씨와 중항씨를 지백이 죽여 버렸소. 그럼 지백이 바로 당신의 옛 주군의 원수나 마찬가지인데 그때 당신 왜 지백에게 복수 하질 않았소? 왜 오히려 이미 죽어버린 지백을 위해 이렇게까지 복수를 하는 것이오?

 

조양자는 예양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예양의 주군을 지백이 죽였고, 지백은 조양자가 죽였다.

그럼 조양자는 분명 예양의 주군들 복수를 대신 해준 셈인데, 오히려 예양은 조양자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가?

 

신이 본래 범씨와 중항씨를 곁에서 모셨으나, 그들은 제게 보통 사람으로 대우했습니다.

역시 그들을 보통 사람에 대한 보답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백은 저를 국사로 대우해 줬습니다. 그러면 저는 지백을 국사로서 보답해야만 합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아름답게 단장합니다.

 

예양의 말에 조양자는 탄복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대의 지백을 향한 충절은 깊고 그대의 명예도 이미 충분하게 이루었소. 그러나 과인은 그대를 이미 한번 용서해 주었소. 이제 과인은 그대를 다시 놓아 줄 수는 없소.

 

신은 군왕의 말씀에 이견이 없소. 하지만 신에 죽음은 마땅하나, 원컨데 군왕께서 입던 옷을 제게 주신다면 그 옷을 칼로 치고, 그로써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게 하옵소서.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조양자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예양에게 건네고, 예양은 다시 칼을 뽑아 조양자의 옷을 세번 찌른 후, 마침내 지백에게 보답을 이루었다 외친 후, 그 자리에서 칼에 몸을 엎었다.

 

이것은 사마천의 사기의 자객열전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예양의 일화이다.

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女爲悅己者容(여위열기자용) /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아름답게 단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예양 같은 사람은 드물다.

세상은 이런 충절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어리석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비웃을 일인가.

인간은 결국, 자신을 알아준 한 사람의 마음을 끝내 잊지 못하는 존재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By Dharma & Ma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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