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71일차
<但能如是/단능여시/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하면
何慮不畢/하려불필/마치지 못할까 무엇을 걱정을 하랴>
화려한 누각 아래 황금 빛 나는 곤룡포를 입은 황제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살아있는 부처와 다름 없소.
황금 빛 불상을 모든 절마다 크게 안치하고, 많은 불경들을 편찬했으며, 수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고 있기 때문이요. 나의 이러한 공덕은 불법을 널리 흥하게 하고 나라를 번성하게 할 것이오.
그대가 그토록 서역에서 온 대단한 인물이라면 나의 공덕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오.
눈 앞의 누더기를 눌러 쓴 파란눈의 이역의 수행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말이 없소, 이처럼 불법을 흥하게 한 나의 공덕이 얼마나 되겠소.
빈승이 볼 때, 대왕의 공덕은 “ 무(無)” 입니다.
무(無)? 아니 무라고, 그럼 아무 공덕이 없다는 말이오?
수행자는 아무 말 없이 합장만 할 뿐이었다.
황제는 화가 났다. 자신의 공덕을 인정해 주지 않다니. 생긴 것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천축 제일의 승려라고?
얼굴은 산적처럼 생겼고, 하는 짓도 못 마땅하다. 아마 소문은 거짓임이 틀림없다.
그대는 나랑 안 맞는가 보오, 그냥 물러 가시오.
왕에게 핀잔을 들은 수행승은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숭산 소림사로 향했다.
수행승은 나지막히 읖조렸다.
아직은 좀 더... 하지만 곧 시절 인연은 도래 하리라.
일즉일체(一即一切)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즉일(一切即一) 일체가 곧 하나이니
단능여시(但能如是) 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하면
하려불필(何慮不畢) 마치지 못할까 무엇을 걱정을 하랴
소실산 기슭 동굴 속으로 들어간 수행자는 동굴 벽을 향해서 앉았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자신이 왜 서역에서 동쪽으로 왔는지 부터 다시 생각했다.
아, 스승님,
스승님께서는 일찍이 불타의 가르침이 자신의 대에서 끊어지는 것을 염려하셨다.
가라, 동쪽으로, 그대가 동쪽으로 가서 희미해져가는 불을 이어지게 하라.
동쪽에는 분명 이 법을 좋아하고 깨닫는 자가 많을 것이다.
두려워 하지 말고 염려도 말고 그냥 떠나시게. 내 그대에게 붓다로 부터 이어진 법을 전수하노라.
그렇게 스승 반야다라에게서 이어진 법은 달마에게 전해졌다.
꽃이 피고, 떨어지는 비에 꽃도 지고, 바람이 불어, 낙엽이 흩어진다.
눈이 내리고, 어쩌다 다가오던 산짐승의 발자국도 조용해진다.
동굴 밖은 수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오직 동굴 안에만 깊은 고요함으로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유(有)는 곧 무(無)로 돌아가고 있다. 변하고 있다.
이제 달마는 소림굴에서 시절인연이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 오고 있음을 알았다.
여시여시(如是如是)!
결국 그러할 일은 그러하게 되어지라.
주: 但能: 다만 단, 능할 능 : 다만 ~할 수 있다면
如是: 같을 여, 바를 시 : 이와 같다.
何慮: 어찌 하, 생각할 려 : 어찌 ~생각하겠는가
不畢: 아닐 불, 마칠 필: 마치지 아니 함을, 즉 끝내지 못함을

By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