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관노트
2025년6월1일/골프와 생활, 중심부터 잡아라
스크린 첫날 일지
어제(5/31일) 생애 처음으로 스크린 골프를 치러갔다. 나에게 골프를 치라고 제안했던 친구는 자신의 초딩 아들과 한 팀이 되어 시합을 해보자고 했다.
왜 스크린인가 했는데 노래방과 같은 방 구조에 앞 벽 전체가 가상 필드를 비추는 스크린이었다. 자동 티업되는 연습장 구조에 게임 요소를 얹은, 게임과 훈련이 합쳐진 골프 시뮬레이터였다.
‘이건 연습이자 게임이야’ 하며 속으로 외치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화면 속 필드가 실전처럼 느껴지니 마음처럼 스윙이 되질 않았다.
특히 첫 타는 드라이브 샷, 멀리 날려야 한다는 압박에 오비(OB)가 줄줄이 터졌다.
비거리는 기대보다 짧았고, 친구의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특히 슬라이스는 연속으로 나와 공은 산속, 물 속, 절벽으로 떨어지니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게 실제 필드였다면 공 찾으러 가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점점 한 타, 한 타 휘두르는 게 부담이 되고 몸은 굳어갔다.
‘아, 그래서 골프는 멘탈 게임이라고 했던 거구나.’ 18홀 시합이 끝나니 거의 3시간이 흘렀다. 원래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는 줄 몰랐다. 실제 필드는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전에 골프는 ‘운동 같지도 않은 운동’ 이라고 치부했는데, 이건 명백히 육체 운동이 아닌 ‘멘탈 운동’이었다.
시합이 끝난 후, 왼쪽 어깨와 옆구리, 손목이 쑤셨다.
너무 힘을 줬나 보다. 힘을 빼야 한 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빼는 줄 모르겠다.
하긴 배드민턴 배울 때도 힘 빼란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게 몸이 체득하려면 결국 경험밖에 없다. 고수가 될수록 힘은 저절로 빠진다. 지금은 방법이 없다. 더 겪고, 더 흔들리고, 더 치는 수밖에…
저녁엔 큰아들 설이와 영상 통화를 했다.
설이는 다음 학기 부터는 기숙사 대신 자취를 하고 싶다고 했다. 룸메이트와 마음이 맞지 않아 청소, 세탁, 설거지 같은 사소한 협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단다. 여러 번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고, 결국 그냥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기숙사 방은 사실상 ‘방치 상태’ 란다.
‘왜 나만 해야 하냐’ 며 볼멘소리를 내는 설이에게 나는 말했다.
‘설이야 친구가 청소를 안 한다고 너도 안 하는 것은 결국 너 자신이 중심을 잡지 못해서 그래.
자기 중심을 가진 사람은 주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그냥 친구 신경 쓰지 말고 너가 깨끗한 환경에 있고 싶으면 청소해. 청소를 하는 것은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고. 너 자신을 위해서야.
어디에 있는 네 중심을 잡고 살아가길 바란다.’
설이는 ‘중심을 잡는 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약간 알겠다’ 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중심을 잡는 것은 골프도 마찬가지였다.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머리를 고정하고, 내 몸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다.
머리가 들리거나 몸이 흔들리면 스윙 궤도가 틀어지고 공은 슬라이스가 된다.
끝까지 자신의 스윙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골프가 아니던가?
결국 스윙은 내 마음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설이의 기숙사 생활이나 내 골프 연습이나, 결국 중심을 잃지 않는 훈련의 연속이다.
어제 생애 첫 스크린 시합의 결과는 친구네는 107점, 나는 135점을 받았다.
‘아, 연습장 11번 훈련의 결과가 이 점수 구나.
다시 10번 정도 더 훈련하면 125점은 찍을 수 있겠지?’
by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