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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여자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평점 :

도 서: 몸과 여자들
저 자: 이서수
출판사: 현대문학(핀시리즈 44)
최근 SNS에서 드라마 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만약 저 상황이 남탕이 아니라 여탕이었다면 신고가 들어갔을 거라는 장면으로, 여주인공(아마도)이 화가난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러 남탕을 당당하게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남성의 나체 노출은 아무 문제 없이 보면서 왜 여성 나체가 나오면 사람들은 성적 대상으로 보게 될까? 또한 오래 전 폭력으로 시체나 다름 없는 사진 한 장과 한 모델 여성이 수영복 차림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어느 사진이 더 자극을 주는지 물음표를 던진 것을 봤다. 과연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먼 옛날 과거부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체를 비롯해 정신과 감정마다 수동적으로 만드는 문화로 인해 한 사람의 주체적 삶을 살지 못했다. 해외의 선진국을 보더라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지식인들과 경제가 발전했음에도 많은 변화가 없음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핀시리즈 44번째 도서인 <몸과 여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기존에 알았던 문제점을 비롯해 다시 한번 '여성'이라는 존재에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먼저, 화자인 '나'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 시작이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몸이 삐쩍 말랐는 데 다른 아이들처럼 살이 찌지 않았다. 본인은 괜찮았지만 친모를 비롯한 타인들은 '앙상한' 몸을 걱정했고 이런 시선들이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인식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멘스하는 친구와 달리 하지 않았고, 중학교 들어가서는 다들 사춘기가 와서 신체 변화가 있었지만 자신에겐 그 어떤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에게 요구하는(?) 몸이 있었다. 친구들이 멘스를 할 때 꼭 해야하나? 신체 변화가 없어도 괜찮지 않나? 그래도 남들과 다른 몸이라도 '나'는 괜찮았다. 그러나 10대를 넘어 20대가 되면서 상황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섹스를 원하는 남자친구와 잠을 자는 것 조차 원하지 않았는 데 이건 어떤 정신적 문제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고 싶을 뿐인데 굳이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것인가? 의문을 던진다.
내 몸은 인격이 있어
내 몸은 존중받아야 해
내 몸은 나조차 함부로 할 수 없어.
-본문 중-
남성이 강압적으로 관계를 하더라도 사귀는 사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 화자는 현재는 아니나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일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잘못되었음을 고백한다. 회사에서 성희롱을 남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때, 참다 잘못된 점을 말해버린 순간 역으로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사회에서 그녀는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성을 잃지 않았다. 이어,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화자의 친모의 이야기로 딸과 달리 어릴 적 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체가 빨리 성장했기에 이런 점이 더 독이 되었다.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집에서 도망쳤지만 너무 고되게 살았고 친부가 찾아내 시집을 보내 딸 둘을 낳았다. 친모 역시 여성이다. 본인 역시 주체성이 없었을까? 결혼한(화자) 딸이 이혼을 한다고 했을 때 '이혼한 몸'으로 어떻게 살거냐는 질문을 했다. '몸' ... 그녀 역시 사회에서 여성을 향한 인식이 심어져 있는 말이 나와버렸다.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본문 중-
그러나 친모 역시 나중에서야 딸의 생각을 알게 되었다. 자신처럼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세상이 정한 기준이 인생의 답이 아니기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두 모녀의 삶이 다르지만 그래도 여성이라는 공통점에 받아야 했던 고통이 보여진다. 타인에 의해 자신이 누구인지 정해져야 하는 건 있을 수가 없는 데 그렇게 살아왔다는 사실 말이다. <몸과 여자들>은 쉽지 않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었지만 생각할 무게가 많았다는 것. 그 누구도 '화자'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타인을 내 생각에 맞춰 판단하는 건 오류다. 소설은 주인공이 화자가 나이가 들어 자신의 생각이 여전히 변함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 마무리가 되는 데 책 소개에서 결말이 희망적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왠지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화자와 다른 삶을 살면서 행복이고 자신을 위한 것이라 하겠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공통점이라는 사실이다.
사랑은 어떤 이의 일생 전체에 걸쳐서 유지되는 감정이 아니라, 메타세콰이아 길을 걸을 때,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커피를 마실 때, 명동 시내 한가운데 아름답게 꾸며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때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의 것이라고요.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고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기꺼이 혼자가 되는 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