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아이의 생일이 있었다.
아빠에게선 최신형 휴대폰을 받고 좋아하더니, 오빠가 몇천원짜리 회전 필통을 선물하니 그걸 만지작거리느라 11시가 넘어도 잘 생각을 안했다.
나는 일찍 들어가 자려고 누웠다가 거실에 계속 불이 켜져 있어서 나가보니 작은 아이가 아직도 그 필통 속의 작은 물건들을 만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아이의 그 단순한 행동과 우리의 삶이 겹쳐지며 측은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내 눈엔 대수롭지 않은 스티커와 메모지와 작은 다이어리, 마술팬 등이 들어있는, 실속으로 따지자면 별 쓸모도 없을 것 같은 물건에 아이는 현혹 되어서 밤 늦도록 자지 않고 하나하나 풀어서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집착하고 사는 일상도 누군가 깨달은 이의 눈으로 보면 저렇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측은지심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마라톤이나 삼천배나, 인내를 요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잠시 인간의 삶에 측은지심을 느끼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시일 뿐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알게 모르게 욕망을 따라서, 편의를 따라서, 잠시 맑았던 마음은 다시 급류에 휩싸인다.
세상의 몸이 아픈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도 부처님뿐만 아니라 하느님이든 예수님이든, 성모마리아든, 모든 성인들의 자비가 듬쁙 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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