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아이의 생일이 있었다.

아빠에게선 최신형 휴대폰을 받고 좋아하더니, 오빠가 몇천원짜리 회전 필통을 선물하니 그걸 만지작거리느라 11시가 넘어도 잘 생각을 안했다.

나는 일찍 들어가 자려고 누웠다가 거실에 계속 불이 켜져 있어서 나가보니 작은 아이가 아직도 그 필통 속의 작은 물건들을 만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아이의 그 단순한 행동과 우리의 삶이 겹쳐지며 측은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내 눈엔 대수롭지 않은 스티커와 메모지와 작은 다이어리, 마술팬 등이 들어있는, 실속으로 따지자면 별 쓸모도 없을 것 같은 물건에 아이는 현혹 되어서 밤 늦도록 자지 않고 하나하나 풀어서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집착하고 사는 일상도 누군가 깨달은 이의 눈으로 보면 저렇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측은지심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마라톤이나 삼천배나, 인내를 요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잠시 인간의 삶에 측은지심을 느끼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시일 뿐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알게 모르게 욕망을 따라서, 편의를 따라서, 잠시 맑았던 마음은 다시 급류에 휩싸인다.

세상의 몸이 아픈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도 부처님뿐만 아니라 하느님이든 예수님이든, 성모마리아든, 모든 성인들의 자비가 듬쁙 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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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9-0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부처님 보시기에 인간이란 중생들은
평생을 부질없는 장난감을 손아귀에 쥐고 사는
측은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깨닫고 觀하며 살아야 내려놓을 수 있지
중생살이 내내 이런 모습으로 살까 두렵습니다.
혜덕화님처럼 삼천배 수행을 꾸준히 하시다 보면 툭하고 경계가 터지겠지만요.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쉼없이 정진하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성불하시길 빕니다. _()_

혜덕화 2006-09-0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재웅 선생님 책에 "행동의 결과에 연연해 하지 말고 순간순간 진실하라"고 하셨습니다. 삼천배 다니지만, 다른 사람의 취미생활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닦는다는 아상을 가질까, 업을 다 닦지 못할까 염려스러울뿐, 경계가 터지는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행여 내가 한 절이 무겁게 만날 인연을 좀 더 가볍게 해주었으면, 한 세상 함께 태어난 인연들에게 조금이라도 업을 짓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늘 고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