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헌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뜨인다.
십년 후든 삼십년 후든 내가 죽고 없을 때, 아이들이나 남편이 내 물건을 처리하려고 할 때 버리기도, 그냥 갖고 있기도 곤란할 것들은 내기 미리 정리해 두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미래의 일이라도 하더라도, 언젠가는 올 일이므로 내 것 정도는 스스로 미리 미리 버릴 것 버리고 홀가분 하게 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나 옷은 물려 입을 수 있으니 상관 없고, 내가 쓴 일기, 사적이고 소소한 기록, 편지 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지난 일기와 잡문처럼 써 둔 글. 특별히 간직해야 할 어떤 사연이나 기록은 없지만,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것들을 이번 방학에 모두 처리할 생각이다.
읽어보면 모두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기록들이고 내 마음의 성장을 알 수 있는, 내겐 소중한 것들이지만 그것이 내게만 소중하지 아이들이나 남편이나 타인에게 소중할 수는 없는 것. 이미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은 내 아뢰야식에 다 저장되어 있을 것이므로 과감하게 버리고 있는 중이다.
2002년의 일기를 보다가, 일기 표지에 하얀 종이가 조그맣게 접혀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의 헌장이라니 - 내가 언제 이런 글을 썼는지 전혀 기억에도 없는데- 아마도 어떤 책의 영향을 받고 써 둔 것이겠지만 그냥 찢어버리기엔 아까워 여기 옮겨 둔다.
<나의 헌장>
나는 이런 사람이 될 것이며, 이미 그 싹이 내 안에 있다.
1. 나는 두 아이에게 관대함과 인내심으로 대하며 늘 따뜻한 사랑의 말을 해 준다.
2.남편은 내 인생의 소중한 길벗이며 그를 더욱 사랑하고 존중한다.
3. 친정과 시댁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4. 형제들의 어려움을 돕는 것을 내 안락과 이기심보다 앞에 놓을 것이다.
5. 교사로서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고 칭찬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6. 내이웃과 동료들을 이해의 마음으로 대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할 것이다.
7. 말을 앞세우지 않으며 남을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구업을 짓지 않으며 좋은 말을 할 것이다.
8. 책을 가까이 하고 절로써 건강과 믿음을 지키고 영혼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9.돈에 끌려다니지도, 쫓아다니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부족한 것이 없으므로.
10. 하지 않아서 후회할 일이라면, 하기 싫어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할 것이다.
11.나 자신만을 위한 삶보다는 사회나 이웃에 도움을 주는 삶을 살 것이다.
지키지 못하고 사는 것이 많지만, 7년 전에 내가 이런 기특한 헌장을 만든 것을 기념하며...
-도대체 무슨 책의 영향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