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아팠다. 

한 달 내내 일과를 빠뜨린 과보를 단단히 받은 셈이다. 

청명하고 깨끗한 산에 있을 땐 몰랐는데 저녁 먹은 게 얹혔는지, 감기 몸살인지 하루 종일 한기가 들고 어지럽고 온 몸이 아파서 침대에 딱 붙어 있었다. 

 남편이 아이들 밥 차려주고 청소기 돌리고 아무 소리 않고 집안 일을 해 주어서   참 고마웠다. 몸 상태도 모르고 삼천배 하고 왔다고 잔소리 할 줄 알았는데, 말 없이 집안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도 전생에 닦은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기도하고 수행한다고 깨달음을 모두 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인연 업장을 보게 되는 것은 수행의 가피인 것 같다. 

지난 주 내 옆의 어떤 나이 많으신 분이 "여자는 남편만 잘 만나면 팔자가 바뀐다"고 하는 말씀을 들었다. 

여자든 남자든 자기 운명의 常數(상수)도 變數(변수)도 결국 내 속에 있다. 

이것이 운명이라고 믿고   체념하고 살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고, 내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내 속의 나를 정확히 본다면 삶은 바뀌게 되었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내 속의 나를 보지 못한다면 결국 껍데기인 나에 휘둘려 이 남자를 만나든 저 남자를 만나든 같은 운명을 살게 되어있다.  

나는 탐심보다는 어리석음의 업장이 두터워 이렇게 절하며 내 어리석음의 업장을 정확하게 보게 되는 것 같다. 그와 내가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는지, 이번 생에서 서로 배워갈 것이 무엇인지 그와 내가 변하는 모습 속에서 느끼게 된다. 

처음 절하는 보살들이 공통적으로 "남편도 절시켜야 된다", 하는 말을 나도 했고 많이도 들었다.  처음엔 누구나 자기 업장은 못 보고 상대가 바뀌면 내 삶이 바뀔 것 같아서 그런 소리들을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내가 바뀌니 모든 것이 바뀐다. 

그를 바꾸려는 마음을 예전에 버렸는데, 나도 모르게 그가 참 너그럽게 부드럽게 바뀌었다. 

별로 흠잡을 것 없는 사람을 내 업장에 눈이 멀어 불평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존재에 대해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 몸살로 고생한 것을 통해서도 이 몸 돌보며 수행하라는 부처님 법문으로 들었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아파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지만, 어느 분의 댓글처럼 

 "평온"이라고 말해본다.  

평온.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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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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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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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2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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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2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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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1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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