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초상을 치르고 난 후 교실에 오니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들어오는 원어민 제시카 선생님의 짧은 위로의 편지였다.
메신저로 친절함에 감사한다는 답을 보냈다.
방학 전 날, 교실을 정리하는 데 제시카가 우연히 우리 교실에 들러게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워낙 영어 실력이 짧다보니, 단어를 떠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손짓 발짓 이용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14살, 20살 때 부모님이 차례로 암으로 돌아가시고, 방황하다가 불교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말, 자신은 채식주의자이고 한국의 탬플스테이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서울 조계사에는 외국인을 위한 탬플 스테이가 있는데 부산에선 잘 없다는 말을 하지 못해 적당한 말을 찾느라 쩔쩔 맸는데, 가고 나니 생각났다. 쉬운 영어 쓰면 되는데 왜 꼭 그 뜻을 가진 낱말을 떠올리려고 하는지...ㅠㅠ-
마침 교실에 청안 스님의 영어 법문집이 있어서 빌려주었다. 불교 티비의 청안 스님 법문도 꼭 들어보라고 권했다.
제시카는 남편과 이번 여름에 태국에 간다고 했다. 태국은 불교 국가라 자기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도 하고, 방학 때 청안 스님의 책을 다 읽고 개학하면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불교 교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면 영어식 표현을 익혀야 할 것 같아 요즘은 다시 청안 스님의 법문을 듣는다.
원격 연수도 받아야 하고 영어 법문도 들어야 하니 시간 운영을 잘 해야하는데 컴퓨터가 말썽이다.
영어 법문 동영상이 잘 작동되었는데, 티처빌의 원격 연수 동영상을 듣고 난 후부터 법문 동영상이 자꾸 끊어진다. 8분 정도 작동하다가는 인터넷 자체가 끊긴다.
제시카를 보면서 마음을 열고 사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올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으니 이것 저것 많이 낯설어서 힘이 들테인데도 항상 밝게 먼저 인사하고 먼저 미소를 건넨다.
점심 시간에라도 말을 건네면, 한국 사람들이 영어 연습하려고 자기 쉬는 시간까지 침범하고 말을 시킨다고 하고, 말을 건네지 않으면 자기를 따돌린다고 불평하던 작년의 캐나다 사람을 보며 마음을 닫고 사는 사람의 불행이 어떤 것인지 눈 앞에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온 제시카는 그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한국 음식에도, 학교 행사에도 즐겁게 참여하고 늘 자기가 무엇을 도울까를 생각하는 제시카를 보면서, 나이도 어린데 참 밝게 잘 자란 사람이구나 생각했었는데, 가족사가 그렇게 어두운 면이 있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였다.
제시카에게 한국어 열심히 배우면 한국어 불교책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외국인에게 청안 스님의 법문을 포교 하는 소중한 인연을 맞게 되어 뒤늦게 아이의 영어 테이프를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하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