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쫌 아는 10대 - 보호받는 청소년에서 정치하는 시민으로 사회 쫌 아는 십대 8
하승우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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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쫌아는10대

선거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반장선거로 투표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선거와 투표를 통해 누구를 뽑을 지를 고민했지, 선거 그 자체의 제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십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선거 쫌 아는 십대>를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선거라는 제도를 제대로 알고 법 개정에 따라 업데이트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문을 봐도 정당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봤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리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만 19세’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었지만 펭수의 공익광고로 보고야 알았다. 선거제도는 변하고 있는데 정작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그냥 도장 꾹 찍고 오는 날 정도로 생각해온 듯 하다. 풀빛의 쫌아는 시리즈는 좀 아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유권자가 되고나서 이십년 동안 내가 몰랐던, 좀 알아야하는 선거, 정치,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십대가 정치활동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 그레타 툰베리같은 환경운동가처럼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세상이 귀기울여 듣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이책을 내용은,
선거와 투표는 어떻게 다른지,
선거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한민국 선거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할 사안은 무엇인지 짚어 나간다.
선거권을 가진 시민이 투표를 할 때 가질 기준은 무엇이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하나하나 안내한다.
-책소개

이 책을 보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이나 곧 있을 총선에 대해 먼저 질문 받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친절한 설명 덕분에 단숨에 읽으면서도 중간중간 만화와 재치있는 대사가 유쾌함을 주었다. 짧은 분량으로 삼촌과 십대 소년소녀의 등장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 유권자 그리고 정치적 주체로 살아갈 삶을 생각하면 선거에 대한 교과서라고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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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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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며칠간 이 소설에 푹 빠져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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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창비서평단 기회로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작품이라는 정보가 책을 읽기 전 기대를 갖게 하지만 전작과의 평가 혹은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접근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작가에 대한 짐작을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이 나의 나에게 각인하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버들, 홍주, 송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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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넘길 때는 대체 작가가 누구지? 라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의 인물이다. 버들을 중심으로 홍주, 송화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연대는 깊은 감동을 남긴다. 1900년대 일제 강점기인 조선에서 '사진신부'가 되어 하와이로 건너온 여성들의 삶은 지금까지 서사로서 조명받지 못했을 것이다. 한인들의 이주는 역사의 기록으로 알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성의 자립과 연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달리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여성으로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자립심과 성장의 서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살아가는 시공간의 특수성과 무관하게 앞으로의 인생을 위한 방향을강렬한 인상과 함께 가늠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인물을 통해 여자로서의 삶과 어머니로서의 삶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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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떠난 여자, 남편 죽은 여자, 남편한테 버림받은 여자 셋이 모여서 뭐가 좋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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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홍주. 송화. 이들은 위대한 인물들이 아니다. 어쩌면 시골 '가시나'들이다. 하지만 시대의 거센 파도 앞에서도 자신의 삶과 신념을 위해 강인한 의지로 살아간다. '엄마'라고 불릴 수 있는 세사람은 파도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의지하며 견뎌나간다. '우짜노'를 연발해도 '우짤 수 없다'며 해내고 마는 것이다. 이 책은 놀라운 몰입도를 보여주는데 아마도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이들의 우정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사려깊고 누구든 배려하는 버들과 유쾌한 걸크러쉬를 보여주는 홍주의 우정은 가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강렬한 유대를 보여준다. 특히 홍주의 매력은 백년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과감히 깨버렸다. 홍주 때문이라도 이 책은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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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힘들고 불운하면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타자화된 사고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들의 삶을 섬세히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것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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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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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소설을 읽고 이토록 펑펑 울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기구한 사연이 슬퍼서가 아니라 나도 그들의 친구인 듯 행복해서 울었다. 아직도 책 표지만 봐도, 제목만 떠올려도 눈물이 고인다. 아름다운 결말을 스포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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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첫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재미있게 때문에 읽는다.
누가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소설은 매력적인 서사여야 한다.
이 작품은 인물과 서사에 있어서 탁월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여성의 연대를 통한 성장이라는 주제가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올해 최고의 소설을 뽑기에는 너무 이른 3월이지만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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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그 인사말 속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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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수학여행 발칙한 시리즈
박현숙 지음 / 다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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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칙한수학여행

'수업의 연장인 수학여행을 일탈의 기회로 알고 연애니뭐니 운운하며 발칙한 수학여행으로 둔갑시킨' 아이들의 이야기?! 아마도 교장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일탈만으로 볼 수 없다. 인생에서 영원한 화두가 되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느끼고 알아가는 기회였다면 수업 그 이상의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 보라네 반은 ‘사랑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아슬도로 수학여행지을 떠난다. 하지만 보라는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떠나며 마음이 불편하다. 얼마 전 학폭 현장을 목격하고 우연히 같은 반 혁주를 마주치게 된다. 은우와의 우정도 전같지만은 않다. 보라는 고민 가득한 마음으로 수학여행까지 이어지게 된다. 우연과 오해 그리고 이해와 화해로 2박 3일의 수학여행은 계속된다.

보라는 생각한다.
"이번 수학여행은 완전히 망쳤어."
아마도 수학여행은 중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고 추억으로 남아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단짝 친구인 은우와의 우정에 위기가 찾아오고 혁주에 대한 오해로 보라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돌아온 후에 마음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의 시선으로 사랑과 우정에 대한 실감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생각중독을 언급하는 부분은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인상을남긴다.

중독 좋아하네. 게임 중독, 담배 중독, 알코올 중독, 또 마약 중독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생각을 정해 놓고 스스로를 중독시키려고 한다는 말은 처음이다.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이야?ㅡ77쪽

나는 은우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평소에 은우 목소리는 햇사과를 씹을 때처럼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 슬플 때는 양배추를 씹을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 아삭거리는 소리의 강도가 약해진다. 그리고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든가 비밀 같은 게 있으면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른 나뭇잎이 바스러질 때 나는 소리가 난다. 지금 은우 목소리가 그렇다. ㅡ26쪽

어떤 관계이든 시작보다는 끝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시작을 할 때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쉽다. 얽히고 얽힌 이야기도 없고 미움도 원망도 없다. 하지만 끝날 때는 다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ㅡ84쪽

"우정이면 어떻고 사랑이면 어떻습니까?
두분의 운명적인 만남을 축하합니다.
오늘의 단어는 우정과 사랑입니다"
숙소의 이벤트 문구지만 이 책의 핵심이 담겨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작가는 청소년이 우정과 사랑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고민을 실감나게 풀어나간다. 마치 보라, 은우, 현재의 고민이 오대전 나의 고민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호텔 직원, 같은 반 아이들까지. 인물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작가의 "발칙한"시리즈 중 하나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다른 편들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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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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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강영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부림지구 벙커X>는
재난을 다룬 소설이다. 재난 영화와 마찬가지로 재난은 서사에서 극복의 대상이며 영웅의 등장으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는다. 그리고 일상을 회복한다. 결말과 함께 독자는 재난없는 평화로운 일상과 재난의 서사를 대조한다. 아마도 독자의 즐거움은 이와같은 거리두기에서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상황은 평화로운 일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시국은 불편과 불안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대처와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나로서는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재난을 자연의 준엄한 경고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일차적으로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한편으로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헌신에 안도하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오고갈 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상을 파괴하는 재난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잃게 하는지 그리고 영웅과 대책이 부재한 상황이 얼마나 인간을 비참으로 몰고 가는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대지진 이후 고립된 재난지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림지구의 벙커X다. 정부는 이를 ‘오염 지역’으로 관리하고 그 안의 사람들은 비참한 삶을 이어간다. 그중 주인공 유진도 하나다. 부림지구의 토박이로서 이 도시의 할망을 경험한 그녀는 과거회상과 현실의 가혹함을 말한다. 영웅이 아닌 주인공이기에 현실적으로 이입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작가의 상황묘사가 불편하리만큼 실감났다. 정부는 이재민들에게 생체이식 칩을 넣어 ‘관리 대상’으로 삼고, 사람들은 긴급구호단으로부터 존엄유지키트를 받는다. 가난과 차별로 인한 계급은 재난 앞에서도 확연하게 존재한다. 고통과 절망이 일상이 되어 자리잡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벙커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함께하며 관계한다. 내일을 고민하고 오늘을 반성란다. 살아있다는 것이 아직까지 그들에게는 희망인 것이다. 유진은 생체이식 칩을 삽입해 떠날자 아니면 이곳에 이재민으로 남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그들을 긍정한다. 지금 이곳은 재난이 아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재난 속이서도 인간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왔기에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긍정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나 황사, 바이러스 같은 물질성의 요소에 의해 우리 삶이 교란되고 있다는 걸,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다른 대륙으로 침투하는 이 시점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감각일까.”

작가의 말을 통해 재난이라는 것이 일상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본다. 앞으로 우리는 여러 종류의 재난과 친숙한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자신을 지키는 것,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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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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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댄서

부는 사라의 요구에 혼란스러워하며 잠시 주저하는 듯했지만 사라가 두 다리로 압박하며 재촉하자 용기를 내더니 순식간에 등 근육을 뻗으며 차 위로 높이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사라는 크세노폰이 되어 말을 타고 벌이는 전투의 함성을 들었고, 자신의 온몸과 마음을 용기 있는 동물에게 의탁했다. 보호를 받았고, 분노와 영광이 뒤섞인 상태에서 오로지 생존만을 요구했다. 온 세상이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본문

이 책의 표지는 소녀의 눈과 말의 눈이 맞닿아있는 모습이다. 동화의 한 장면처럼 따스한 교감이 느껴지는 대목을 기다렸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지기 까지 너태샤와 맥 그리고 사라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사라의 꿈이 말과 함께 달리는 것이라는 부분에서 다시 표지를 확인했다. 읽기 전과는 다르게 이들의 교감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냉철하고 유능한 변호사 너태샤는 남편 맛과 이별을 준비하는 중에 사라라는 십대소녀를 맡게 된다. 그녀는 문제없는 가정을 설정하고 행동하지만 사라는 살갑게 다가오지 않는다. 너태샤에게도, 사라에게도 성장과 구원이 필요한 순간 그들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자 한다. 말과 함께 달리며 마음을 두드리는 이들의 시도는 뭉클함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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