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수학여행 발칙한 시리즈
박현숙 지음 / 다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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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칙한수학여행

'수업의 연장인 수학여행을 일탈의 기회로 알고 연애니뭐니 운운하며 발칙한 수학여행으로 둔갑시킨' 아이들의 이야기?! 아마도 교장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일탈만으로 볼 수 없다. 인생에서 영원한 화두가 되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느끼고 알아가는 기회였다면 수업 그 이상의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 보라네 반은 ‘사랑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아슬도로 수학여행지을 떠난다. 하지만 보라는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떠나며 마음이 불편하다. 얼마 전 학폭 현장을 목격하고 우연히 같은 반 혁주를 마주치게 된다. 은우와의 우정도 전같지만은 않다. 보라는 고민 가득한 마음으로 수학여행까지 이어지게 된다. 우연과 오해 그리고 이해와 화해로 2박 3일의 수학여행은 계속된다.

보라는 생각한다.
"이번 수학여행은 완전히 망쳤어."
아마도 수학여행은 중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고 추억으로 남아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단짝 친구인 은우와의 우정에 위기가 찾아오고 혁주에 대한 오해로 보라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돌아온 후에 마음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의 시선으로 사랑과 우정에 대한 실감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생각중독을 언급하는 부분은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인상을남긴다.

중독 좋아하네. 게임 중독, 담배 중독, 알코올 중독, 또 마약 중독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생각을 정해 놓고 스스로를 중독시키려고 한다는 말은 처음이다.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이야?ㅡ77쪽

나는 은우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평소에 은우 목소리는 햇사과를 씹을 때처럼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 슬플 때는 양배추를 씹을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 아삭거리는 소리의 강도가 약해진다. 그리고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든가 비밀 같은 게 있으면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른 나뭇잎이 바스러질 때 나는 소리가 난다. 지금 은우 목소리가 그렇다. ㅡ26쪽

어떤 관계이든 시작보다는 끝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시작을 할 때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쉽다. 얽히고 얽힌 이야기도 없고 미움도 원망도 없다. 하지만 끝날 때는 다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ㅡ84쪽

"우정이면 어떻고 사랑이면 어떻습니까?
두분의 운명적인 만남을 축하합니다.
오늘의 단어는 우정과 사랑입니다"
숙소의 이벤트 문구지만 이 책의 핵심이 담겨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작가는 청소년이 우정과 사랑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고민을 실감나게 풀어나간다. 마치 보라, 은우, 현재의 고민이 오대전 나의 고민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호텔 직원, 같은 반 아이들까지. 인물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작가의 "발칙한"시리즈 중 하나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다른 편들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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