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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2 - Seed Novel
맑은날오후 지음, 토브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2권을 읽은 후에 예전에 이 책의 1권을 서평 한 것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서평에서는 내가 적은 것도 있었으나, 다른 사람들이 적은 글도 있었다. 거기서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나도 나름 의문이 든 것이 하나 있었으니, 주인공 론이 아주 강력하고 무서운 힘을 가졌는데, 그는 왜 용사예선대회부터 실격 처리 되었는가 이였다. 전반적인 서사를 훑어보면 그의 탈락과 마왕 루리를 만나 린을 비롯한 용사일행을 만나도 그는 약한 탈락자가 아니라 용사 린조차도 은근히 능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2권을 보면 더욱 그런 것이, 그의 머리는 금발과 파란 눈을 지녔지만, 론의 동생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론은 분명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였다. 검정이란 색은 아무 것도 없는 무의 공간이기도 하고, 무의 공간이 있기에 유의 공간일 수도 있다. 그가 가진 어둠의 세계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나 모른 것을 무로 만들어버릴 힘을 가지고 있었다. 즉 무(無)로 향한 강한 힘의 유(有)였다. 그가 처음에 어이없는 패배의 순간, 그것은 이 작품이 내세우고 있던 설정 중에 하나고, 복선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이 조금 마이너스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권 후반부에 다소 이런 의문요소에 대한 복선이나 암시를 주었다면 1권에서 보인 부정적 의견에 대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으나, 1권 분량에서는 도저히 그것을 찾지 못했다. 2권에서 그나마 찾은 것이 다행일 수가 있겠지만, 2권에서 암시가 노출된 점에서 서사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게 된 것이다. 작품에서 본다면 “인간은 시간적 존재이다”라는 말과 함께 론의 존재는 시간적인 진행이 다른 곳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 루리와 여행 중인 세계에서 론은 루리와 동행하는 마왕의 기사이나, 이전의 병렬세계였던 공간에서는 론은 그 자리에서 용사가 되어 루리의 언니인 루나와 더불어 마왕국을 무너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용사로 되었던 론은 마왕을 쓰러뜨리지 않았고, 대신 마족들의 영역에 있던 루나는 킹 울프에게 습격당해 큰 부상으로 죽는다. 루리의 죽음을 보던 론은 루리의 육체가 그대로 식는 게 아니라 공중의 빛처럼 사라져 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어떤 사건의 계기, 그 사건은 론의 할아버지와 인피니티 황제의 준비된 예정에 모든 인류는 전멸하고, 오로지 론만 살아남는다. 론은 어떤 수수께끼 인물에게서 마지막 소원으로 자신이 소원은 용사가 되지 않아 이종족들을 살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종족들의 힘은 매우 우월하고, 루리는 마왕으로 억지로 된 소녀이지만, 그녀의 신체적 능력은 보통 인간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종족과 그리고 이종족들이 있는 마족들의 세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이 세상 모두가 지옥으로 변하고, 용사는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모든 것을 파괴한 존재가 되어야 했다. 용사라는 존재는 인간의 신화적 욕망에서 태어난 존재다. 즉 인간이 욕망이란 자신이 이룰 수 없는 거대한 무의식이란 소망으로 용사라는 이름으로서 대체하는 것이다. 세계를 제패하거나 마왕을 죽이거나 또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여 그 세계의 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는 기존 우리가 아는 환타지 문학에서 등장한 마왕․용사가 등장하는 서사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구조를 지닌 서사는 상당히 많이 도출된다. 단지 그것으로 통해 무엇을 보여주는지 또한 무엇을 제시하고자 하는 지가 중요할 것이다.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 2권에서 보이는 서사는 1권에서 내가 지적한 것처럼 인피니티 국가의 황제가 겉으로 용사와 함께 마왕을 제거했기에 위대한 왕으로 보이나, 그 뒷면에는 상당히 위험한 일을 꾸미는 점이다.
론의 할아버지인 48대 용사는 자신의 손자에게 매우 좋지 못한 것을 강요한다. 그것은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전체주의라는 파시즘은 결국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인종, 국가, 사회, 존재 등을 하위부류로 보고 그들을 억압하거나 탄압한다. 또한 자신들이 배척한 존재에 대해 하나의 악적인 존재로 부여하여 집단 자체적으로 하나의 광기가 형성되어 그 광기가 마치 정의로운 가치관으로 대체된다. 군중심리학적으로 나치독일 시대에 히틀러의 주요참모인 괴벨스가 선전한 방법 역시 그렇다. 인간의 도덕성의 유무에서 괴벨스가 외친 방법들은 매우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독일에는 크리스천들이 많았으며, 그것도 아주 독실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잔인한 소장인 아이히만의 경우 그는 아주 냉혹한 사람도 아니고 매우 평범했다. 단지 그는 관료주의적인 사고에 의해 매우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에 의해 학살을 했다.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시키는 파시즘이란 결국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지 않고, 하나의 기계 내지 병기 그리고 그 자신마저도 도구로 전락한다. 론의 꿈에서 나온 또 다른 론은 아마 그런 가치관에 의해 자신이 모든 것을 제패했겠지만, 결국 자신의 최고의 적은 본인의 모습이었다. 용사란 세상을 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파괴하고 많은 사람과 생물들을 비탄의 나락으로 끌고간 것이다.
이때 등장한 의문의 인물은 과거에 인간을 비롯하여 세상을 만든 창조신이라고 한다. 그는 인간에 의해 그 신의 자리에서 떨어져 그저 방랑하는 나그네가 되었다. 마지막 힘으로 론의 소망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것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주입한 가치관을 고수한 론이 아니라 다른 가치관을 가지기로 결심한 론이었다. 처음에 루리를 지키기 위해 누구라도 벨 수 있고, 심지어 용사일행들과 유대조차 맺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린과 티나, 스팅과 이래저래 친분을 쌓기 시작한다.
전혀 원하지 않은 길을 걷게 되는 론, 하지만 그 론이 만약 원하지 않은 길을 걷지 않았다면 최악의 길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작품에서는 다른 길을 선택한 론이었기에 다른 시련을 준다. 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론은 세상과 적이 되어야 했고, 자신의 할아버지와 인피니티 황제의 기대를 배신했다. 특히 론의 할아버지인 48대 용사는 매우 특이한 존재다. 그는 나이가 이미 60살 정도이겠지만, 외모는 30대의 건장한 남성이다. 그가 어떤 힘으로 그런 모습을 유지하는지 모르지만, 할리 가문 대대로 수명이 긴 점과 48대 용사인 론의 할아버지는 황제와 더불어 붉은귀 여우족을 잔인하게 토벌할 정도로 음모를 꾸미고 있다.
론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 모호한 설정이 된 것이다. 론의 아버지는 론이라는 린이라는 용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아들을 두었지만, 론의 아버지 본인은 용사의 길 대신 포도주를 만드는 일을 선택했다. 론의 아버지보다 오히려 론의 어머니가 더 강한 힘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론의 아버지는 용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용사가 되는 길을 포기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론의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론의 할아버지)에 의한 거세공포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서로 대적할 수 없기에 론의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론의 할아버지)와 아들(론)하고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론은 론의 아버지를 오이디푸스왕 이야기에 나오는 라이오스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라이오스는 이제 론에게 론의 아버지가 아니라 48대 용사가 라이오스로 되어야 했다. 그 이유는 론은 이제 자신의 할아버지가 주입한 인생관을 따라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삶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모적 관찰에서 론의 할아버지는 론의 아버지와 유사한 나이로 보인다. 그리고 론이라는 반영웅이 인피니티 국가의 영웅의 동료이며 지배자인 황제와 대립해야 한다. 그래서 1권부터 내가 지적한 것처럼 새로운 서사로서 론은 오이디푸스 혹은 오디세우스가 되어야 했다. 기나긴 여정에서 그가 가고 싶은 곳은 왕이나 용사의 권좌가 아니라 그저 루리와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일상이었다.
일상으로의 초대가 결국 론에게 주어진 최후의 과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간단한 모험이 될 수 없었고, 심지어 완료한다고 해도 장수족의 소녀인 루리는 수 백 년을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 반면 인간은 100년도 살지 못하는 종족이다. 종족 간에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은 존재하기에 론에겐 또 다른 고민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남녀의 관계를 넘어 인류라는 거대한 존재로서 다른 종족과의 대립과 마찰이 어떤 세상으로 이어져 가는가에서 마족의 멸망은 결국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의 균형이 붕괴되고, 그 붕괴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이종족이나 인간까지 위험요소가 된다.
마족이나 이종족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황국의 군대 앞에서 인간들이 정복지가 인간이 아닌 미확인의 자연이라면, 그 자연이 정복되는 경우, 인간이 정복하는 대상은 결국 인간 그 자체다. 인간의 이분법적인 논리에 의한 서사전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던 cliche이다. 정해진 패턴과 틀에서 인간은 서사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보다 하나의 소재 내지 모티프, 또는 등장인물에 대한 매력이다. 모두 달라 보이나 결국은 같이 되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결말이지만, 그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결론을 같을지 몰라도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다르고, 과정 내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으로 통해 무엇을 보는 것이다.
인간의 시간은 비가역적인 것이나, 이야기로 만들어진 서사를 들여다보면 그들은 비가역적인 시간도 가역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시간도 있다. 단지 그 가역성을 따지는 이야기에서 독자는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물리적인 비가역적인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물리적인 시간은 흘러가도 이야기를 읽은 후 머리에서 진행되는 이미지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결국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에서 비가역적인 존재인 론이 어떤 인물을 만나 과거로 돌아가는 점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의 등장은 이 이야기가 서사 내에서 2번째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분명한 사실이다.
운명을 절망의 끝에서 거부하던 론의 마지막 절규에서 <용사가 마왕을 무찌를 때 우리들도 있었다>는 이분법의 논리로서 용자 VS 적이라는 구도를 넘으려 한다. 그리고 그 운명이 공간에서는 론만이 아니라 린, 스팅, 텐드, 티나, 그리고 론의 여동생까지 휘말린다. 게다가 과거 용사를 죽게 만든 하얀 마녀의 미스터리, 전반적으로 이번 2권을 보면 발달을 지나 전개라는 서사적 흐름이 보인다. 그러나 그 전개는 아직까지 발단에 가까운 것 같다. 아직 등장인물들이 완전히 모이지 않았고, 그 등장인물이 모두 모인 상태에서 론의 할아버지가 준비한 거대한 위기가 봉착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론이 선택한 결과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등장하기 이전의 론이 선택한 결과는 서로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