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금요일 부산대학교에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학술대회 즉 세미나가 개최되었습니다. 행사가 종료 이후 저녁 뒤풀이로 횟집과 호프집에 가서 그날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에 소속된 여러 교수님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연락처를 받아 나중에 연락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에 제가 어느 한 교수님에게 안부문자 드리니 답변은 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한 답변은 오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올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기분은 영 좋지는 못합니다.

 

왜  좋지 못하는가? 그날 회식자리에 가서 많은 교수님들에게 제가 이야기드리는 것이 만화애니메이션 산업문화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제일 심각한 문제가 바로 만화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대한 연구와 그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세계나 자본주의경제구조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에 바로 이 소비자들을 무시하면 한국만화애니메이션문화산업에 좋은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주 건방지게 제 자신이 오타쿠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가령 최근 많은 대중들은 대중문화 중에 웹툰이 무료에 접촉하기 쉬우므로 그냥 공짜라는 횡재에 의지하려고 하나, 이른바 오타쿠라는 불리는 사람들은 웹툰의 무료에 기대하는 많은 분과 달리 직접 만화나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등과 같은 콘텐츠를 구매해주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과 달리 이쪽 계통의 소비자는 일시적으로 디즈니나 미국의 거대한 애니메이션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즐기기 위해 콘텐츠를 구매합니다. 그런 소비자에 대한 요건들을 아무런 정보도 모르고, 3년 전에도 제가 이런 저런 이야기했지만, 역시 지금도 같다는 점에서 참으로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답장문자에 왜 제가 기분이 좋지 못하는가? 그것은 다음 학회에서 보면 좋겠다는 것이죠. 물론 다음 학회가 어디서 열리지 언제 열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가 화가 나는 이유는 저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교수님도 아니고, 만화애니메이션 제작업체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 누구도 저에게 금전적이나 학문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차라리 오타쿠 커뮤니티에 있는 분들이 저에게 도움을 줍니다. 기껏 저에게 지원보다는 격려나 의지를 주는 분은 부산대학교 교수님 정도죠. 얼굴 아는 교수님은 간단히 대화 정도만 하고요. 물론 오타쿠를 떠나 인문학적 발상과 영상비평에 대한 지식에 큰 도움을 주신 교수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개인적인 발전이지, 제 관심은 그것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 만화애니메이션 향유자에 대한 환경개선입니다. 제게 주어진 것은 항상 부족하고, 저에게 지원이 오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짜증이 나는 겁니다. 지금 제가 논문을 적고, 투고를 할 것인데, 만약 되면 좋겠지만,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겠지요. 그래도 논문을 작성하는 이유는 학회에서 말만 떠드는 녀석이 아니라 학회 정규논문에서 비평논문으로 합격하여 학회 세미나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 발표하는 겁니다.

 

저라는 존재가 아직 학회에서 있으나 마나한 존재이니, 그 만큼의 가치를 올리는 게 정당하죠. 그래서 건국대학교 김윤아 교수님이 저에게 말씀하시길, 모든 것은 결과에 의해 보여주니, 열심히 적어 한 번도전해보세요. 대신 논문심사는 제가 들어가니 쉽지마는 않을 겁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되는 한에서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지요. 제가 여기서나 혹은 다른 곳에서 몇 번이나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님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언제나 학술대회나 포럼에 가면 느낍니다.

 

그날 학술대회에서 부산국제영상포럼이 있었는데, 부산영상산업과 관련되어 무슨 진흥원 내지 연구원의 원장님이 오셨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1년 2000명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에서 졸업생이 배출되나 국내에서 5%만 된다. 그렇다면 왜 5%인가? 자신들의 시장조건에서 교수님들의 제자들은 몇 년동안 공부하고 노력해도 국내에서 되지 않아 다른 직업을 하거나 또는 외국으로 갑니다. 그렇다면 사회구조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겠지만, 적어도 구매자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가차없이 날렸습니다.

 

교수님들은 제자들이 취업이 안 되더라도 계속 그 교수자리에 앉아 일을 할 수 있지만, 제자들이 나와서 작품을 만들어서 누가 사주지 않으면 결국 그 일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교수님의 제자들이 만드는 것을 사주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오타쿠들이다.

 

라고 했습니다. 물론 오타쿠라도 교수님이 저는 어디에 속하냐는 말에 저는 논문에서 나오는 오타쿠라고 했습니다. 단순히 소비만 아니라 글을 적어 리뷰를 적기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계속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한국애들은 한국 것 없어도 대다수는 일본 것을 본다고 했습니다. 1달에 라이트노벨이 일본에서 백권정도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데, 라이트노벨이 뭔지도 모르시는 교수님들, 이미 국내 라이트노벨사인 시드노벨이나 노블엔진을 가진 출판사들은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시장을 만드는데,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학회에 가면 학술적 논의와 토론이 중요하나, 결국 산업과 문화의 발전입니다. 소비자 없는 문화산업의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참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는 국내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렇게 글적는 것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나, 그냥 눈 딱 감고 상대하지 않고 싶을 떄도 있습니다. 저같은 사람이 직접 나와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하나, 아마 국내에 이런 학회가 있고, 교수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게다가 있다고 해도 감히 갈 수 있을 것 같나요? 제가 가도 반응이 뒤에 보면 별로인데, 일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눈에 보일까 싶습니다.

 

다 그런 분만 계시는 것은 아니나, 솔직히, 짜증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페이트 십덕후 분이 화성인 바이러스로 나오면서 많은 홍역이 치루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직장 내에서도 조롱을 받았는데, 어린 학생들은 절교 내지 왕따 같은 일도 당했다고 합니다. 학회에 가입한 동기도 그 사건 이후 너무 짜증나고 답답해서 어떻게 가입되었지만, 그뒤로 나아진 게 있을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은 애니메이션 보면 씹덕후라고 비웃으면서 G-star 게임축제에 가면 몸매 좋은 코스튬 플레이하는 여자 앞에서 침이나 흘리면 사진찍고 있을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