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이이 제국 일본 - 세계를 제패한 일본‘귀요미’미학의 이데올로기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장영권 옮김 / 펜타그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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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를 알려고 한다면 단순히 대중문화나 또는 유명명소를 보기보단 차라리 하위문화로 보는 것이 좋다. 인간의 근본이 나오고 사소한 것들이 튀어나오는 하위문화로서 상위문화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의 새로운 바람에서 그 결정적인 계기가 나오는 것 은 대중문화에서 나올 수 없다. 이미 고정된 클리셰와 매너리즘에 의한 방법은 새로운 것을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유지되기만 한다. 그런 점에서 고급문화 내지 저급문화 또는 하위문화에 들어있는 다양성은 새로운 히트의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대중문화를 넘어 거기에 숨어있는 문화적 의미를 알려면 결국 하위문화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물론 하위문화로 간다고 하여 하위문화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기존문화와 전통문화 그리고 외래문화까지 결합된 하나의 콤플렉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와이이 제국 일본>을 읽는 것은 단순히 일본 내의 하위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일까? 전혀 아니다. 그것은 하위문화로 통해 보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특성과 그 속에 숨어있는 그들의 성향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전형적인 성향을 밝힘으로서 현대 일본인들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 뒤에 나와 있는 경희대학교 영미문화 전공교수로 계시는 이택광 교수의 소개추천이 인상적이다. “‘가외이이’를 알면 일본이 보인다. ‘가와이이’ 현상이 일본을 대표하는 상품미학으로서, 그리고 글로벌화한 세상에서 강력한 신화로서 군립하게 된 사정과 그것이 지닌 이면을 역사적, 정치적, 성적 맥락에서 천착한 이 책은 한국의 대중문화 연구자에게 뛰어난 전범이 되리라 확신한다. 물론 일본 하위문화에 열광하는 수많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문제의식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서이면서도 내용에 저도 모르게 빨려들게 하는 지은이의 필력 또한 매력적이다.”

 

책을 읽는 순간 모에라든지 가와이이라든지 그런 말이 여기저기 튀어나온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모에는 결국 가와이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만든다. 미소녀에 빠지게 되면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작가인 요모타 이누히코는 인문학자로 일본의 전통문학과 근대문학, 일본의 태평양전쟁 이후의 이야기까지 풀어 넣는다. 그것이 당연하다. 인간의 문화라는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어느 기회로 통해 계속 변화해 가기 때문이다.

 

가와이이라는 것은 과연 어느 것인가? 일본에서 가와이이라는 단어가 귀엽다는 것도 되나 일본어를 전문적으로 구사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가와이이의 발언을 잘 못 들으면 귀여운 것이 아니라 불쌍한 것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최근 2014년 일본애니메이션 중에서 <우리 모두 카와이장>이란 작품이 있는데, 가와이라는 것이 귀여운 것인지 아니면 불쌍한 것인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카와는 강을 의미하는 하(河)로 나온다.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 귀여워 보인다. 그것이 가와이이의 시작인 것처럼 보였다.

 

가령 우리는 너무 완벽한 사람에 대해 심적으로 부담스럽고 친해지기가 어렵다. 너무 깔끔한 결벽증이 다소 강한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어렵다. 뭔가 인간으로서 다가가기 위해서는 다소의 약점이 필요한 것이다. 약점이 많은 인간이기에 그 공간을 틈새로 같이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사람이 때로는 안타까워 보이고 거기에 대해 뭔가 잘 해주고 싶다는 생각, 그것이 가와이이의 시작이고, 모에요소의 하나이다. 너무 완벽하면 다가서는 것도 부담스럽고, 옆에서 지켜주고 싶은 것도 없어진다.

 

가와이이에서 왜 미소녀 캐릭터가 좋은 것일까? 그들은 어딘가 약해보이고 부족해보이며, 너무 강한 여자라도 어느 부분에서 매우 약하면 그게 하나의 모에요소로 될 수 있다. 모에요소는 애니메이션, 만화, 라이트노벨, 게임 등과 같이 현실적에서 존재하지 않은 존재에 대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이 그 캐릭터에게 마음을 품는 것이다. simulacre 즉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것처럼 모에 대상은 현실에는 없는 존재나 마치 현실에 있는 존재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형성한다.

 

미소녀 캐릭터에 보이는 가와이이는 결국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그 부족함이 일본의 미학과 무슨 관계인가? 미학에서 일본은 유미주의적인 것도 있으나 빈틈의 미학이 있다. 즉 가득 차는 것보다 다소의 빈 공간을 만들어 여유라는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국화와 칼을 지나 소우주적인 공간을 추구함에서 화(和)라는 사상을 위해 여유적 공간을 만드는 것은 미백의 미학이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일본 다실에 작은 다다미방에서 있는 것은 작은 꽃병 하나에 다구와 몇 권의 책이다.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작은 방에 창문을 열면, 햇살이 따듯하게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불며 새소리가 지저기는 아름다운 화음에 곧 방을 채우게 된다. 아무 것이 없기에 채울 수 있는 미학, 가와이이 미학은 부족한 대상에 대하여 채워주고 싶은 마음, 즉 그것이 하나의 상품전략이라 볼 수 있다. 일본 소녀들에 대해 이런 말이 기억난다. 일본에서 여고생은 최고로 높은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여고생들의 문화에서 가와이이적인 요소로서 그들은 자신을 꾸민다. 귀여우면서도 뭔가 마음에 이끌릴 수 있도록 말이다.

 

모든 여고생들은 아니겠지만 여고생들이 자주 구매하는 인기잡지의 콘텐츠를 보면 여고생이 원하는 것과 혹은 하나의 스펙타클로서 그들을 상품적 전략으로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서적들이 계속 발매되는 점에서 일본의 가와이이 문화는 나이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데, 초반 소녀들은 최대한 귀엽게, 20대는 자기중심의 사랑인 나르시시즘 자세, 50대는 여유라는 것으로 통한 포용력에서 각자의 나이에 맞는 가와이이를 실천한다. 가와이이 문화는 나의 주도적인 개성보다는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존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쉬운 도서가 아닌 점을 밝혀두는 이유는 중간마다 많은 사상가와 철학자의 이론이 등장하는 점이다. 가령 이 책을 본다면 가와이이 현상에서 보이는 일본 여성들에 대한 점은 자크 라캉이 말하는 “우리가 사물이 아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할 때 비로소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욕망은 정지하지 않고 움직인다. 욕망은 끊임없이 부인될 수 있지만 지속되는 것이다.”, “욕망은 몸이 아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한에서 인간적이다. 다시 말해 주체가 '욕망되기를' 원한다면, 아니, 그의 인간적 가치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욕망은 가치를 위한 욕망이다.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은 진정 '인정(recognition)'을 욕망하는 것이다.”

 

가와이이 문화에서 현존하는 여성들에게 욕망의 대상에 대한 자신의 욕망함을 보여주기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런 여성들에 대해 환상적인 요소를 극대화로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기에 상상적 존재로서 현실을 대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근본은 부족함에 대한 동정심 내지 혹은 거리감이다. 이 책에서 일본 근대문학가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인용하는 게 인상적이다.

 

방과 후에 ‘나’는 친구인 긴코와 함께 미장원에 몰래 간다. 그런데 새로 한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아무래도 귀엽지(가와이이)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친구 긴코가 들떠서 “이대로 맞선에라도 나가볼까나”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에 “정말 아무 생각도 없는 귀여운(가와이이) 사람”이라는 느낌을 품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저녁노을이 진 하늘을 물끄러니 바라보다 아버지 생각이 났고, 기분이 고양되어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다’라고 읊조린다. 집에 돌아와 보니 키우는 개 자피가 우물가에 떨어진 보리수 열매를 먹고 있기에 “갑자기 깨물어 주고 싶어질 정도로 자피가 사랑스러워(가와이이)”진다. 이번 장의 서두에서 인용한 대목은, 그 뒤 자기 방에 돌아간 ‘나’가 거울 보고 말하는 감상이다. 그 뒤에는 ‘나’는 부엌에서 쌀 일며 “어머니가 애처롭고(가와이이) 안타까워서 소중하게 대해 드려야겠다고 마음 깊이 다짐한다” 그녀가 밤에 이불 속에 들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드는 대목에서 이 단편은 끝난다. <여학생>은 짤막한 단편이지만 “가와이이”와 관련된 다양한 용례가 등장한다.

 

결국 가와이이란 단지 귀여운 것일까? 보기 좋은 것이 아닌 그로테스크적인 요소에서도 가와키모로서 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가령 한스 밸머의 작품에서 무참히 부서진 인형들을 보면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가와이이란 미의 미학과 더불어 추의 미학이 동시에 숨어 있다. 왜 이런 것일까? 일본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강한 만큼 개인에 대한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나, 집단적인 생활에서는 매우 예의바르고 튀지 않은 행동을 하려 한다. 그런 집단생활에서 서로에 대한 벽은 하나의 욕망적인 대체물로서 가와이이라는 문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즉 가질 수 없는 인간관계에 대한 대체물로서 가와이이라는 단어적 현상이 생기고, 거기에 맞게 문화를 조성해 가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격식에서 일본에선 같은 동급생이라도 여자에겐 성씨 뒤에 상(氏)을 붙이고 남자 뒤에는 군(君)이란 단어를 붙인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 성으로 부르지 아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친분이 생기면 이른 뒤에 Chang이란 단어를 붙이지만 어른의 세계에서는 정말 위험한 일이다. 결국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열어줄 수 없는 사회적 문화인 점에서 가와이이 현상은 자신만 열어주고 싶거나 또는 보여주고 싶은 욕망의 자리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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