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문실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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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 안는 소설

가족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편

우리 시대가 사랑하는 작가 정지아, 손보미, 황정은, 김유담, 윤성희, 김강, 김애란은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시선에서 다양한 가족의 삶을 그려 내며 인간을, 나아가 세계를 끌어안는다. 정말 끌어 안는다. 뭉클뭉클, 끌어안는 소설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어린 나를 위로하고, 다시금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소설들을 통해 우주만큼 멀리 퍼지는 사랑의 희망을 느낀다. 정말 많이 나누고 싶은 글이다.

함께 걷는 소설

우정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

백수린·이유리·강석희·김지연·천선란·김사과·김혜진은 우정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친구의 범위를 ‘나이가 비슷한 사람’으로 좁게 보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우정 역시 협소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함께 걷는 소설』 속 작품들은 청소년기의 추억, 인종 차별적인 환경 속 연대와 성장, 한 친구를 향한 수십 년의 그리움,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동료애 등 다양한 모양의 우정을 그려 낸다.

❤️ 더 많이 만나고 싶은 작가님들을 함께 만나는데 모든 글이 소장 가치있어요. 이미 많은 상들을 수상하시며 유명해지신 분들이지만 독자는 처음 만나는 글이기도 할텐데요. 읽어가면서 가슴이 절절 끓게 만드는 평범하고도 깊게 우린 우리의 이야기들입니다. 가슴이 꽉 차오르네요. 그리고 내가 뽑은 소설마다 딱 하나의 문장만을 남겨보며 여운을 모두 담아봅니다.

정말로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소설들입니다.​

처음 만나보는 작가님도 계시는데 이 분들의 글이 전하는 특유의 느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거듭 ~ 글은 매우 와닿았습니다.

❤️ 아쉽다면 표지와 책 형식이 동화스럽다는 것인데, 많은 연령에 두루 읽히면 좋을 책이라 그랬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이 책이 양장의 멋진 폼새를 지니고 있었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그만큼 모든 글이 소장가치 있었습니다.​

글이란게 무엇인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지 못하던 마음을 설명받을 때마다 내부에서 이상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 위로받으며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합니다. 글 하나를 읽고 메모지 하나 만큼의 감상을 써두는 동안 벅차더군요. 오랫동안 쓰지 않던 감정을 살리는 기분마저 들어서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싶은 소설집입니다.​

♡ 지금 무엇을 읽으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주저없이 만나보세요. 뭐든 ~ 다 만나실테니까요.



1 정지아 「말의 온도」

p 32​

하기야 어머니는 평범한 우리 남매를 하늘로 떠받칠 만큼 귀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덕에 우리는 인생의 고비마다 주저앉지 않고 그럭저럭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

“아이, 여든다섯에 모르겠던 것을 여든여섯 됭게 알겄어야." 죽은 나이가 지났다면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찿아내는 어머니가 신기하기만 했는데 어머니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늙음에 있어서는 어머니가 선배다.

- 정지아「말의 온도」에서

❤️ 지방 사투리가 질은 어머니의 말씀은 늘 자식을 품고 있다. 어려운 형편이라도 어머니의 말이 늘 따뜻했던 이 집엔 효자, 효녀가 있다. 그럼에도 한 치 건너 고모의 시선으로는 어머니를 잘 건사하지 못하는 못마땅한 조카들일뿐이고 고모의 말투는 싸늘하고 매섭고 날카로워서 그보다 약하면 베이고 만다. ​​


2 손보미 「담요」

p 44

아내가 죽고 스캔들에 휘 말리고 변두리 파출소로 좌천 되었다 이 사건은 자기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고 그때마다 장은 자신의 무언가가 변해 간다고 느꼈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누군가는 혼자야, 혹은 인간은 혼자야, 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다. 정말로 혼자가 되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그런 말을 잘도 내뱉는다.”

- 손보미「담요」에서

❤️ 장에게 남은 아들의 유품인 담요는 그가 아들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온기였다. 사고 이후 집착하다시피 끼고 살던 담요를 차가운 겨울 새벽 스스로 "우린 쓰레기에요"라고 말하는 어린 커플에 내어주게 된 이유를 떠올리는 순간 솜털이 곤두섰다. 그 어떤 말로도 장을 위로할 수 없었는데 사연을 다 알지 못하는 낯선 이들로부터 듣게 아들과 좋은 추억 만들라는 말에 그는 다시 삶의 불씨를 느꼈고 그렇게 지펴진 불이 다시 온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엔딩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3 황정은 「모자」

“그걸 다 뽑아 버리니까 아버지가 아무 데서나 모자가 되잖아.”

아버지는 왜 모자가 되는 걸까요.

세 남매의 아버지는 언제부터 모자가 되기 시작했을까. 모자의 세계에도 '모자'란 말이 있을까.

- 황정은「모자」에서

❤️ 세 남매의 아버지가 모자가 된다는 말이 무엇일까? 한참 읽어가다보니 선망이나, 치매증상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남매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가끔 모자로 변했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보다 더 무거운 말덩어리를 품고 멈추어서버린 아버지.

어쩔 수 없이 밀려드는 생의 파도에 휩쓸리고 떠밀리듯 옮겨다니는 세 남매와 아버지의 모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했다.

스스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벽에 직면할 때면 모자로 변해 멈춰있던 아버지. 아버지는 왜 모자가 되어 버렸을까 하는 물음 뒤로 떠밀려 가는 세 남매가 또 이사가야 할까 걱정하는 모습과 산비탈로 밀려드는 아까시 나무의 향기가 가슴에 밀려들었다.​​



4  김유담「멀고도 가벼운」


p 111

고향집에 내 방보다 더 좁고 누추한 방에서 고향에서 입단 잠옷을 그대로 입고 누워 잠을 설 칠 때면 고집을 피워 서울로 왔지만 결국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우울감에 휩싸였다. 그런 나에게 선물로 당도한 새 이불의 질감은 내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에서 눈 감고 눈 뜨고 있다는것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인스타그램 사진에 담긴 이모의 일상을 보는 것은 지치고 성마른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는 효과가 있었고, 먼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다정한 마음과 응원을 보내는 행위는 내 일상에도 약간의 온기를 돌게 했다.”

- 김유담「멀고도 가벼운」에서

❤️ 엄마가 심심찮게 험담을 하기도 하는 혜옥이모는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엄마와 나, 서로의 기억 속에서 헤옥 이모는 각각 다른 사람으로 존재했다... ​

그래 있지! 모두 변하고 관계도 번했음에도 우리 엄마만 그대로인 것 같은 세계에서 다른 기준이 존재한다는 걸 나도 느낀다. 나역시 내 딸의 기준으로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겟지! 이상하게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 자기의 잣대가 확실한 사람.

'멀고도 가벼운'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한국 소설같기도 했다. 분명 사랑하는 사이라면서도 서로의 처지는 다 이해하지 못한채로 이해받지 못하는 말들. 그 멀고도 가벼운 말들을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이 났다. ​​


5 윤성희「유턴 지점에 보물 지도를 묻다」

p 138​

물건들은 몇 달쯤 나를 기다리다 결국 지쳐 스스로 색이 바랠 것이다.​

“나는 불이 켜진 거실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문을 열어 두고 와서 다행이었다. 집이라는 것은 누구든지 살아 줘야 하는 것이니까.”

- 윤성희「유턴 지점에 보물 지도를 묻다」에서​

❤️ 30분 차이 쌍둥이로 태어나 언니와 단짝이었지만 간발의 사고로 잃고서 혼자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 때문에 아버지의 배다른 형제들이 돈을 두고 다투는 동안 그것에서 깔끔하게 떨어져 나간 아버지는 어린 딸을 혼자 두고 사라졌다. 혼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하는 동안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진짜 혼자가 되었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Q , 목욕탕에서 자주 부딪히던 W, 그리고 찜질방에서 만난 가장 어린 고등학생 가출 소녀와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보물지도'라는 종이 한 장에 걸린 희망이 있었고, 보물 찾기를 위한 과정을 함께 하는 동안 손발과 머리가 잘맞는 네 사람이 되었다. 힘들게 파낸 목표지점에서 보물은 못 찿았지만 이들은 유턴하고 돌아와서 인생지도를 함께 펼쳐들었고 훌륭하게 성공해 낸다. ​​


6 김 강 「우리 아빠」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인구 정책 '우리아이' 프로젝트에서 적격 시험에 통과한 정자 공여자인 '우리 아빠'와 대리모인 '우리 엄마'가 아이를 낳고 국가가 '우리 아이'를 키우는 국가 사업이다. '우리 아빠'는 40세에 은퇴하는 직업이 되었다. 2049년 첫 성인이 된 '우리 아이'는 과연 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을까?

개체의 유전적 우열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은 없지만 '우리 아빠'는 보통 돈이 필요한 사회 경제적으로 열성이었다.


p 167

'우리 아이'들은 어쩌라고. 그냥 국가가 싸질러 놓은 아이들인 거야? 알아서 밑바닥 채우라고?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야. 씨발. 내가, 내가 가슴이 아파서 그래. 희망이만 생각하면. 내가, 아빠가 얼마나 원망스럽겠냐고?

국가가 만든 고아가 되는 거잖아.

p 170

우리나라의 건강한 인재를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우리가 직접 키우지 않는 다는 것만 다를 뿐 내 자식을 만든 다는 심정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 말이야. ​

p 172

난 나를 믿거든. 나는 꽤 괜찮은 아빠야. 가능한 한 오래도록, 많이, '우리 아이'들을 태어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나는 말이야. 우리가 유전자만 물려주는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준비하는 이 마음가짐과 성실성, 뭐 그런 것들을 정자가 가지고 가지 않을까. 난 나를 믿거든. 나는 꽤 괜찮은 아빠야.”

- 김 강「우리 아빠」에서​

❤️ 저출산 해결 방안으로 이런 생각까지는 진짜 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이 아이들의 양육 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이고, 사랑의 양분으로 자라기란 보통의 일반 가정에서도 매우 힘든 만큼 사각지대가 많으며 보이지 않는 벽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포인트는 이런 정책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걸 안다. '우리 아이'가,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시선을 느끼게 하고팠던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 중 반은 내 자식이고, 반은 너의 자식일 거라는 정도의 의식이 필요하다.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내 아이와 남의 아이의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모든 아이들이 내 자식같이 귀해지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희망을 본다. ( 나는 아빠고 엄마니까. 우리 아빠, 우리 엄마, 그리고 너는 우리 아이 ❤️ )​​


7 김애란 「플라이데이터리코더」

p 187

'에미 애비 없는 자식'을 '싸가지 있게' 키우는 것은 노인의 오랜 바람 중 하나였다. 노인은 아이가 젖먹이였을 때부터 다라이에 아이를 담아 밭일을 나가 곤 했다. 노인은 아이의 고추에 날아드는 파리를 쫓아가며 김을 매고,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겠다고 결심하곤 했다.​

“잘 있으래. 어디서든 잘 있어 달래.

그러면 자기가 무척 기쁠 거래.”

"잘 가요. 엄마. 잘 있어야 해요"

"어디에서든 잘 있어 주세요... 그러면 나도 무척 기쁠거예요."

- 김애란「플라이데이터리코더」에서​


❤️ 오고 가는 사람이 드문 섬마을에서 아빠와 엄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삼촌이랑 살고 있다. 섬, 할이버지, 삼촌, 그리고 삼촌의 엉터리 백과사전과 책, 삼촌이 해주는 이야기들이 아이의 온 세상이다.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7살 아이는 엄마를 불러본적도 추억할 거리도 없었다. 어느날, 이섬에 떨어진 경비행기의 블랙박스를 찾아낸 아이에게 삼촌은 우주의 원리로 물, 공기, 수소가 우리의 조상이듯이 블랙박스가 엄마라고 말해준다.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을 가슴에서 꺼내 소리내 본다. 그리고 다시 블랙박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엄마를 뺏겨야 하는 상황에서 삼촌은 또다시 우주의 원리로 블랙박스가 떠나도 안제나 아이 주변을 멤돌수 있으며 그렇게 함께라고 말해준다. 아이는 엄마를 보내주고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 스스로 안녕을 말한다.


나도 좀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게 하는 소설들과의 시간, 감사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히 쓴 리뷰입니다.)​

하기야 어머니는 평범한 우리 남매를 하늘로 떠받칠 만큼 귀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 덕에 우리는 인생의 고비마다 주저앉지 않고 그럭저럭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

- P32

아내가 죽고 스캔들에 휘말리고 변두리 파출소로 좌천 되었다. 이 사건은 자기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고 그때마다 장은 자신의 무언가가 변해 간다고 느꼈다.

- P44

"그걸 다 뽑아 버리니까 아버지가 아무 데서나 모자가 되잖아."

아버지는 왜 모자가 되는 걸까요.

세 남매의 아버지는 언제부터 모자가 되기 시작했을까. 모자의 세계에도 ‘모자‘란 말이 있을까. - P68

고향 집에 내 방보다 더 좁고 누추한 방에서 고향에서 입단 잠옷을 그대로 입고 누워 잠을 설 칠 때면 고집을 피워 서울로 왔지만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우울감에 휩싸였다. 그런 나에게 선물로 당도한 새 이불의 질감은 내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에서 눈 감고 눈 뜨고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 P111

물건들은 몇 달쯤 나를 기다리다 결국 지쳐 스스로 색이 바랠 것이다.​

- P138

‘우리 아이‘들은 어쩌라고. 그냥 국가가 싸질러 놓은 아이들인 거야? 알아서 밑바닥 채우라고?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야. 씨발. 내가, 내가 가슴이 아파서 그래. 희망이만 생각하면. 내가, 아빠가 얼마나 원망스럽겠냐고?


국가가 만든 고아가 되는 거잖아. - P167

우리나라의 건강한 인재를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우리가 직접 키우지 않는 다는 것만 다를 뿐 내 자식을 만든 다는 심정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 말이야. ​

- P170

‘에미 애비 없는 자식‘을 ‘싸가지 있게‘ 키우는 것은 노인의 오랜 바람 중 하나였다. 노인은 아이가 젖먹이였을 때부터 다라이에 아이를 담아 밭일을 나가 곤 했다. 노인은 아이의 고추에 날아드는 파리를 쫓아가며 김을 매고,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겠다고 결심하곤 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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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문실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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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게 무엇인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지 못하던 마음을 설명받을 때마다 내부에서 이상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 위로받으며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합니다. 글 하나를 읽고 메모지 하나 만큼의 감상을 써두는 동안 벅차더군요. 오랫동안 쓰지 않던 감정을 살리는 기분마저 들어서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싶은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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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앤 전집 세트 - 전8권 (완역본) 빨간 머리 앤 전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유보라 그림,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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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이 길버트와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었다. 서른 그리고 마흔이 넘은 앤과 아이들 이야기가 정말 기다려진다. 흔하지 않았던 펀당참여~~ 6월의 어느날 내게 다가올 앤~~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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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도서관 비블리오테카
최정태 지음 / 한길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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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내 삶에 말을 걸기 시작한 때에 대한 기억만큼 소중한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책에 대한 관심이 저자를 오늘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하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책과 도서관에 관한 이토록 풍부한 이야기를 어디서 또 만날수 있을까! 저자의 다른 책과 더많은 도서관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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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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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이기지 못해, 부커상의 위상이 궁금해서 잡아든 천명관의 소설<고래>는 나의 독서 이력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간 유럽의 고전을 하나라도 더 읽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에게 한국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핵폭탄을 날려주었고, 앞으로의 독서 방향에 있어서는 커다란 물줄기가 새로 생겨났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무엇을 읽으면 좋을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이 생기는 시점이기도 했다. 어쩐지 다른 책들이 시시해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한국문학이 많이 읽고 싶어졌다.










줄거리를 잠시 나열하거나 소설의 주제의식을 짧게 던져놓기에는 너무 큰 소설이었다고 말해야 할까? 얽히고설키는 인연 따라 긴 시간을 함께 추적해 보는 이 소설은 글로는 잘 만나보지 못한 낯선 경험이었기에 버겁기도 했지만 완주하고 보니 워낙 짜임새 있고 촘촘히 잘 엮인 글이라 무척이나 뿌듯한 여행이 되었다.

이 소설은 19금 소설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도 가감 없이 인생사의 단순함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어서 '새로운 경험' 이었다는 말을 거듭 강조하게 된다. 꼭 완주하실 분에게는 적극 추천드리고, 읽다가 말 것 같으면 시작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본 육체의 가벼움과 무거움 그리고 키치,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 싯다르타의 윤회와 고통, 니체의 영원회귀, 어쩐지 어린 왕자가 기억하라고 말하는 순간들도 스친다. 이런 소설들이 떠오르게 하는 문장의 가장자리마다 이정표를 세우며 지나가는 것도 이 소설 <고래>의 매력이었다.


저자가 등장시키는 세상의 법칙, 인생사에 대한 통찰을 압축하며 얼추 50여 번을 등장하는 새로운 이름의 법칙들이 독자에게 주는 것은 이미 많이 정의된 부조리에 대한 반감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시점에만 해도 이것들이 부조리인지 모르고 당하고 겪어내야 했던 이야기. 어떤 인물과 사건의 이야기 말미마다 때론 명확하게 때론 적당히 정리되는 다양한 법칙을 통해 이해를 넓혀가기도 한다.


처음 몇 번의 법칙을 지나 이렇게 많은 법칙들이 등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재미 삼아 이런 법칙들을 나열했다기엔 이미 소설과 한 몸이 되어 핏줄처럼 이야기를 돌리고 있었기에 재미로 흘려볼 수가 없었다. 어떤 법칙은 동맥처럼 굵었고 어떤 법칙들은 미세혈관처럼 뻗어 있다.




오기로 그 법칩들을 한 번 써보자면 이러하다.

자연의 법칙, 세상의 법칙, 유전의 법칙, 생식의 법칙, 고용의 법칙, 화류계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무지의 법칙, 거리의 법칙, 금복의 법칙, 칼자국의 법칙, 사랑의 법칙, 구애의 법칙, 비만의 법칙, 운명의 법칙, 무의식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작살의 법칙, 이념의 법칙, 거지의 법칙, 흥행업의 법칙, 구라의 법칙, 진화의 법칙, 그들의 법칙, 관청의 법칙, 유언비어의 법칙, 구호의 법칙, 만용의 법칙, 자본주의의 법칙, 헌금의 법칙, 경영의 법칙, 알코올의 법칙, 감방의 법칙, 신념의 법칙, 자본의 법칙, 토론의 법칙, 권태의 법칙, 지식인의 법칙, 독재의 법칙, 중력의 법칙

❤️ 춘희의 법칙도 있을만 한데 춘희가 가진 특성상 오직 그것만큼은 춘희의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그 섬세함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춘희는 법칙 따위를 논할 지성이 없기도 하지만 법칙이 필요치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단순해 보이는 육체의 삶에도 이렇게 수많은 법칙들이 작용하고 있다니 놀라울뿐더러 그것들을 소설에 녹여내고 가지를 치게 만든 소설 <고래>의 위용이 거대하다. 나는 뒤늦게 읽었지만 이 소설에 대한 평가가 빈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런 소설은 없었다.

에너지에 휩쓸린다.

부커상 심사위원




이야기를 전진 시키고, 때론 멈추어 두고 과거로 돌아가 장면을 펼쳐내는 솜씨가 독자를 매료시킨다. '흡입력'이라는 단어로 이 소설을 설명한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3일을 내리 고래만 읽었다. 한 페이지도 건너뛰거나 눈을 굴려 지나칠 수 없었다. 소설이 어찌나 촘촘하고 탄탄한지 몰입감 역시 최고였다. 1,2부 욕정이란 무엇인지 아주 제대로 맛보았다. 3부 인간의 흥망성쇠가 무엇인지 그 아찔한 추락을 경험하며 심하게 몰입한 탓에 이야기의 잔인성에 힘들기도 했다.


국밥집 노파, 노파의 딸 애꾸, 금복, 금복의 딸 춘희, 생선장수, 걱정이, 칼잡이, 약장수, 문, 수련, 트럭 운전수, 쌍둥이 자매, 코끼리 점보, 도둑들, 감방수, 벽돌 공장, 교도소, 대형극장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모두 선명하게 보인다. 그들이 가진 이야기들이 어떻게 이야기되고 흩어지고 회자되는지 빨려 든다.

거꾸로 보면 벽돌 한 장을 역추적하다가 '빨간 벽돌의 여왕'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소설이기도 하다. 고립되어 있던 평대 마을에 기차가 들어오면서 문명사가 시작되는 진화 과정에서 전기도 들어오고 전화가 들어오고, 다방, 자동차, 유곽, 영화관까지 생겨나며 부흥을 맞은 도시가 다시금 쇠락하고 인간의 이야기와 함께 추락하는 거대한 이야기는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를 비추며 섬세해진다.

폐쇄적인 마을 하나가 금복이라는 여자 하나를 통해 얼마나 달라져가는지 그 과정도 재밌었다. 마찬가지로 문명의 붕괴와 인간의 추락을 보며 자본주의 법칙이 가장 커 보였고, 결국 돈이 인간을 들어 올렸다가 추락시키는 것만 같았다.

여장부인 금옥의 매력과 능력의 끝이 어디인지 그 이야기는 한없이 펼쳐진다. 금옥에게 모성애가 없다는 것이 결국 남성성을 선택하며 그녀가 쇠락해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금옥의 사랑은 육체의 허망한 사랑이었다.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가장 애잔한 춘희, 그녀의 거대한 몸은 여자로서 겪어낸 말하지 못할 고통과 수모를 모두 감당해냈다. 대형화재의 방화범 누명을 쓰고 들어간 교도소의 참혹한 생활은 상상하기 싫었다. 감옥에서는 나올 수 있었으나 그 육체의 굴레는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과 불행을 나진 이야기에서 무서운 몰입으로 무상함을 함께 느끼며 힘들게 따라왔다.

춘희가 바랬던 것은 엄마에게 따뜻이 안기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지만 끝까지 고립되어 있는 외로움 속에 산다. 춘희는 모성을 느끼지 못하며 컸고 일반인의 지성이 없어 언어소통이 힘들다. 그럼에도 남달리 탁월한 오감을 통해 삶을 끌어간다. 자기가 낳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본능으로 사랑을 깨우치는 모습은 원초적으로 감동적이면서 슬펐다. 덧없는 죽음들이 침묵하는 동안 커지는 슬픈 여운이 내 안을 뱅뱅 돈다.

❤️ 아름다운 육체가 시들고 남는 것은 허상이지만 아름답다는 기준에서 모두 멀었었던 춘희의 모성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고 싶다.

마지막에 지구 밖으로 줌아웃되며 마무리되는 소설. 춘희가 꼭 알았으면 싶은 트럭 운전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춘희가 사랑받았음을 꼭 알려주고 싶어진다. 이 거대한 이야기들이 결국 모든 게 먼지 한 톨보다 작아지는 것으로 심하게 몰입했던 독자를 소설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그 마무리가 개인적으로 가장 완벽했다.

아직 여운을 우리는 중이다.

평가할 입장이 아니지만

최고~~

고래의 문장들 얘기까지 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니 밑줄에서 뭔가가 느껴지신다면 직접 고래를 만나시기를 바란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P10

여자로서 춘희가 겪은 고초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들 만큼 끔찍한 것들이었으나 그것은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다. 고통은 희미해지고 그녀는 이제 교도소를 나와 쇠락한 벽돌 공장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 P13

살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자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의 유니폼처럼 그녀를 안에 가둬 놓고 평생이 끌고 다니며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벽돌 공장까지 데리고 온 그 살들을 춘희는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 P19

거기에 대해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의 저주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그녀의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 평대의 전기차가 들어왔던 시절의 이야기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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