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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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고향, 자연, 예술에 대한 뜨거운 고백을 담은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집이다. '힘든 시절 벗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재를 단만큼 젊지만 그만큼 두렵고 외로운 이들의 삶의 번뇌를 위로해 준다.

외로움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삶을 견디는 기쁨> 뒷부분에 약간의 필사 노트와 함께 48편의 산문과 시가 수록되었고 헤르만 헤세가 그린 그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정말 풍성한 만남이라 더욱 천천히 걷고 싶어진다.

헤르만 헤세가 이렇게 많은 그림을 남긴지 몰랐었다. 시 역시 마찬가지다. 내 삶 속에서 오래도록 끝나지 않을 헤르만 헤세의 길을 걸어보는 기쁨이 크다.



덧없고, 잔인하고, 어리석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인생

삶은 고통이다. 읽을수록 쇼펜하우어, 니체와 공명하는 헤세의 성찰은 삶과 자신을 자연과 예술로 승화시켜 나가려는 몸부림이었다. 헤세는 고통을 고통으로 쓰는 대신 아름다운 것으로 치환하는 과정을 스스로 감내한다.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 녹아든 정신을 엿보는 순간이다.

삶이 힘겨울 때에는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 정신적 이상적인 것들에 대해 개인들이 저마다 맺고 있는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 헤르만 헤세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헤르만 헤세의 글을 가리켜 ‘폭풍 이는 밤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이라 칭송하였다. 온갖 고난과 우울 속에서도 희망과 깨달음이 번뜩이는 헤세의 글들은 우리에게 인생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 주었다. 삶 그 자체를 긍정하는 실존의 경이로움은 헤르만 헤세를 만나며 느껴야 할 목적지이다.

헤르만 헤세는 바뀌어가는 시대 속에서 인간성을 짓밟아 버리는 공업과 과학이 바꾸어 놓은 문명의 변화를 염려한다. 게으르고 시간을 허비하는 인간을 실격 처리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을 부셔낸다. 몇 푼 안되는 임금으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질병, 황폐함을 연민한다.

훼손된 인간성을 치유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본다. 상업적인 예술이 결코 아니다. 이를테면 장인 정신이 물씬 깃든 예술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샘을 끌어올리는 사람들의 은둔과 고독을 헤세는 사랑한다.

헤르만 헤세가 톨스토이(1828~1910)에 대해 남긴 글을 보며 자기 자신과 싸우는 사람들을 통해 그 역시 위로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헤르만 헤세(1877~1962)는 기계적인 생산성을 위한 삶이 아니라 예술가의 삶을 직접 살아간다.

잘 쓰인 작품을 읽는 기쁨, 절제를 통한 작은 기쁨, 아름다운 것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동안 회복되고 치유되는 경험이 헤르만 헤세를 자주 만나고 싶게 한다.

(언제나 어떤 경로로나 추천드립니다.)



예술가의 종착지이자 목적지는 이제 더 이상 예술 행위나 작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고 단념하는 것, 그리고 영혼의 평온함을 누리며 기품 있게 존재하기 위하여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늘 고뇌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아를 희생하는 것이다.

「병상 일기」 중에서

❤️ 내 안의 것들을 살아내며 나로 존재하는 삶에 대해 가르쳐 준 스승인 헤르만 헤세, 정신에 깃드는 좋은 양분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건강’해질 수 없으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물론 내게도 고통이 없는 날이란 드물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또다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언제나 새로운 자기 자신 가꾸기」 중에서

❤️ 고통이 없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로 삶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말하며 확장된 삶을 보여준다. 쇼펜하우어가 자기의 명랑함을 통해 자기 안에서 행복을 구하라 했던 것과 함께 헤세를 만나면 좋다.

그러니 고통을 사랑하라. 거부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라! 마지못해 억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의 은밀한 내면에 있는 달콤함을 맛보아라. 아픔을 주는 것은 다른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을 거부하는 마음이 네게 아픔을 줄 뿐이다. 네가 그것과 함께 한다면 고통은 고통이 아니며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네가 귀를 기울여 그들이 내는 소리를 잘 들어 보아라. 그것은 훌륭한 음악임을 알게 된다.

「한편의 일기」 중에서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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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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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인 작품을 읽는 기쁨, 절제를 통한 작은 기쁨, 아름다운 것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동안 회복되고 치유되는 경험이 헤르만 헤세를 자주 만나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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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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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어요. [멜랑콜리아]를 어렵게 읽다가 완독하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 살짝 주저하기도 했죠. 이번엔 조금 달랐어요. 욘 포세 입문서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네요. 도전해 볼 만하다. 그리고 덕분에 다음 책도 읽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보트하우스>,<3부작>,<아침 그리고 저녁>

<샤이닝>은 80페이지의 소설로 부담 없는 두께의 책입니다. 그럼에도 심연을 모조리 담아낸 소설이죠. 단테의 신곡 도입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뒷부분에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이 담겨 있어서 욘 포세 특유의 침묵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찰나의 시간 사이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의식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며 결정하는지 알게 된다. 그것도 아주 반복적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생각의 끝에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오묘하다. 주인공은 삶의 중턱에서 아마도 자살을 생각하고 숲속에 들어섰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위기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 그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책을 읽는 동안 실제로 주변이 아주 어둡고 나 자신이 모든 것과 아주 동떨어져 있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두운 만큼 순백의 빛이 더 강렬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 놓인 순간의 순백의 빛,

어둠 속에서 만나는 존재와 빛

✔️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글로 담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큰 소리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갑자기 일어났고 욘 포세를 두려움 속에 묻어버렸다고 해요.

"나만의 텍스트, 짤막한 시, 짧은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내게 안정감은 물론 두려움과 반대되는 그 무언가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내 안에 존재하는 나만의 공간을 찾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나만의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 욘 포세

욘 포세는 침묵 속에서 말하지 못하고 삼킨

길고 긴 우리를 이야기를 찾아주는 작가였습니다.


나는 고요함의 소리를 듣고 싶다.

침묵 속에서는

신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샤이닝 p 59

♡ 죽음의 문턱, 그 침묵 속에서 발견해야 할

삶과 자신에 대해서 명상과 같았던 <샤이닝>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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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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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시간 사이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의식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며 결정하는지 알게 된다. 그것도 아주 반복적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생각의 끝에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오묘하다. 욘 포세는 침묵 속에서 말하지 못하고 삼킨 길고 긴 우리를 이야기를 찾아주는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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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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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국제사회 속에서 충돌하고 재편되는 을 다룬다. 이슈가 되는 것에는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하고 국제사회에서는 힘의 균형을 위해 국제법이 존재하지만 온난화로 인한 극지방의 변화와 우주개발의 민간사업화처럼 이전에는 없던 현상과 방식들이 생기고 있어서 더욱 과열되고 있어서 더 세밀한 국제 규범을 필요로 하고 있다.

국제법, 신냉전시대, 법률 전쟁, 기술전쟁, 환경 위기, 국제질서, 새로운 패권, 우주경쟁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새로운 문제도 등장하면서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만이 인류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에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연결되는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법이 존재하고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비롯해 미중 갈등, 기후재난, 환경문제가 해당 국가만의 문제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세계가 인식하고 있다.

저자 이재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외교통상부를 거쳐 국제 분쟁 전문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고 유엔 세계무역기구에서 활약한 국제 분쟁 전문가인 이재민 교수의 냉철한 시선이 담겨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을 비롯해서 큰 시야에서 세계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를 읽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평소 세계 뉴스에 귀 기울이던 분이시라면 더욱 읽어보셨으면 한다.

나의 독서 감상


새로운 기술과 관계들이 이미 생겼음에도 아직 법이 마련되지 않은 분야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 유전 공학, 생명공학은 물론이고 전자 화폐도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지만 이미 생활화 되어 있고 특히 우주 개발에 대한 소유, 극지방 항로 개발과 광물에 대한 채굴에 대한 국제법이 아직 없다는 것이 조금 두렵기까지 했다. SF 영화나 지구 종말을 그린 아포칼립스 영화들이 머릿속에 섞이며 긴장되었다. 전체주의 독재 국가의 이기심이 전 지구를 망치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나 싶다가도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절로 긴장된다.

국제법을 공부하기 위한 관심이 있다면 무엇보다 세계사를 공부해야 하고 국제 뉴스를 민감하게 소통하고 논의하기 위한 영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국제기구나 국제 변호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려는 다음 세대가 많이 필요해 보인다.



p 187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국경이 없어지고 새로운 유형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우주 광물에 대한 채굴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소유권 문제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었으나 이제는 상업적 개발이 가능해져 누구의 소유인지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여러 국가가 앞다퉈 우주 개발에 나서니 소유권 문제로 크게 충돌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규범은 현재로서 딱히 없다. 미국과 중국은 정반대의 생각을 내 세우고 있다.

p 187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북극 항로의 개척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기에 어떠한 규범을 적용할 것인지 여전히 애매하다. 기존의 바다 규범인지 새로운 규범인지 오리무중이다. 이같이 다양한 새로운 영역에 적용될 규범은 아직 충분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 개발과 인간 활동을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규범은 없으니 앞으로 분쟁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 21 세기 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감사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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